문소영과 떠나는 아트여행

최근 몇 년간 유행해온 말 중에 ‘세상이 나를 억까한다(억지로 깐다)’는 말이 있다. 하는 일마다 안 풀리거나 안 좋은 일이 속출할 때 쓰는 말이다. 현대미술 거장 김환기도 ‘세상이 나를 억까한다’한다고 느낄 만한 때가 있었다. 바로 1967년이다. 사실 한국에서 이름난 화가로서의 지위와 홍대 미대 학장, 한국미술협회 이사장 등의 자리를 버리고, 계급장 다 떼고 시작한 뉴욕시대(1963~74년)의 초기 4~5년 기간 모두가 고난의 연속이었다. 그래도 이것은 각오한 것이었다. 그러나 1967년의 일들은 웬만한 사람들은 완전히 무너지기 십상인 일이었다.
먼저 1967년 3월 7일, 그의 작품 13점이 강제로 경매에 붙여졌다. 1965년 브라질 상파울루 비엔날레에 출품했던 14점 중 비엔날레 측이 구입한 한 점을 제외한 13점이었다. 당시 비엔날레는 전시 종료 후에 작품을 작가에게 배편으로 반송하면서 반송비를 작가 부담으로 하는 것이 관례였다. 그러나 김환기가 운송비를 지불할 수 없을 정도로 경제난에 시달리고 있었기 때문에 작품들은 2년 동안 뉴욕항 세관 물류 창고에 묶여 있었다. 그러다 세관 측이 작품을 경매에 붙여버린 것이었다.

김환기는 그날 일기에 “고단하나 더 잘 수가 없다. 해가 창에 들었다. 오늘 내 작품 13점 경매하는 날. 1965년 상파울루에 갔던 것.”이라고만 적었다. 그 간략한 기록 행간에서 처참한 침묵을 읽을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