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수기인 11월의 긴 통로를 지나면 다장르 영화들로 꾸려진 12월 극장가를 마주하게 된다. 멜로, 재난, 코믹 등 여러 장르의 한국영화들이 포진돼, 시린 겨울을 좀 더 따뜻하게 한다.
다음 달 3일 영화 ‘콘크리트 마켓’(감독 홍기원)이 그 포문을 연다. ‘콘크리트 마켓’은 ‘콘크리트 유토피아’ ‘황야’ 등 웹툰 ‘유쾌한 왕따’로 시작한 이른바 ‘콘크리트 세계관’을 공유한 세번째 작품이다. ‘콘크리트 유토피아’ 이후의 세계를 다로며, 이재인, 홍경, 정만식, 유수빈, 김국희, 최정운 등이 호흡한다. 홍기원 감독의 데뷔작이며, ‘콘크리트 유토피아’를 제작한 클라이맥스 스튜디오가 다시 한번 힘을 싣는다.

‘콘크리트 마켓’은 대지진 이후 유일하게 남은 아파트에 물건을 사고파는 황궁마켓이 자리잡고, 생존을 위해 각자의 방식으로 거래를 시작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독보적인 필모그래피를 쌓아오며 존재감을 인정받는 이재인과 홍경이 처음 만나는 작품으로, 대지진 이후 새로운 거래 시스템이 존재하는 ‘황궁마켓’이라는 신선한 설정을 더해 아포칼립스물을 좋아하는 예비 관객들을 유혹할 예정이다.

같은 날 개봉하는 ‘윗집사람들’(감독 하정우)은 웃음을 무기로 삼는다. 매일 밤 섹다른 층간소음으로 인해 윗집 부부(하정우·이하늬)와 아랫집 부부(공효진·김동욱)가 함께 하룻밤 식사를 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배우 하정우가 ‘로비’ 이후 또 한번 내놓는 연출작이다. 메가폰을 쥔 것 뿐만 아니라 직접 연기에도 나서 작품의 중추 구실을 한다.
이번 작품도 ‘로비’와 비슷하게 코미디 장르를 지향한다. 그러면서도 ‘달라도 너무 다른 두 부부의 대담한 성적 담론’으로 이야기 줄기를 잡아 전작과 차별성을 준다. 하정우 감독 특유의 예리한 관찰력과 말맛, 불편한 상황을 유쾌하게 비트는 감각이 살아있는 작품으로, 공효진, 김동욱, 이하늬, 하정우 등 베테랑 배우들의 연기 합도 관전포인트다.

추운 겨울, 멜로가 당기는 이들에게 ‘만약에 우리’(감독 김도영) 개봉 소식은 그 어느 때보다도 반가울 듯하다. 중국영화 ‘먼훗날 우리’(2018)를 한국 정서로 리메이크한 이 작품은, 뜨겁게 사랑했던 은호(구교환)와 정원(문가영)이 10년 만에 우연히 재회하며 기억의 흔적을 펼쳐보는 현실공감 멜로물이다. ‘82년생 김지영’을 연출한 김도영 감독의 신작으로, 구교환과 문가영이 처음으로 멜로 호흡을 맞춘다.
예고편 공개만으로도 화제가 되는 작품이다. 두 남녀가 과거 어색했던 첫 만남을 시작으로 서서히 가까워지는 시간들, 함께 웃고 울던 시절을 지나 다시 재회하게 된 순간을 고스란히 담아내 보는 이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또한 개성 있는 캐릭터들을 연기하며 사랑받아온 구교환이 멜로 연기에 도전해 어떤 변신을 보여줄지도 관심을 갖게하는 지점이다. 다음 달 31일 개봉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