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리·네이버 강점 결합한 ‘컬리N마트’, 온라인 장보기 서비스 경쟁력 강화
네이버 사용자 저변 통해 컬리 진입 문턱↓…생활용품·대중적 수요에 집중
쿠팡 신선식품 성장세에 네이버와 ‘견제’ 맞손, 약점 상호보완으로 시너지
[미디어펜=김성준 기자] 컬리가 네이버와 손잡고 ‘컬리N마트’를 론칭하며 온라인 장보기 서비스 경쟁력 강화에 나선다. 컬리의 상품·배송 역량과 네이버의 4000만 이용자 저변을 결합해 고객 만족도 증가는 물론, 물류 효율성 및 수익성 개선까지 ‘일석삼조’ 효과를 노린다는 계산이다.

김슬아 컬리 대표는 9일 네이버스퀘어 종로에서 열린 ‘네이버 커머스 밋업’ 행사에서 “컬리와 네이버는 굉장히 다른 강점을 가진 회사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매우 어려운 일을 함께 해낼 수 있는 파트너가 될 수 있다”면서 “사용자가 과연 어떤 장보기 서비스에 만족할 수 있을까를 양사가 고민했고, ‘모두가 꿈꿨지만 한번도 구현하지 못했던 장보기’를 목표로 선보인 것이 컬리N마트”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장보기의 본질을 ‘유통’과 ‘신선식품’으로 꼽으며, ‘좋은 상품을 신선한 상태로 저렴한 가격에 빠르게 배송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0년간 컬리는 ‘큐레이션’과 ‘샛별배송’으로 대표되는 서비스를 통해 온라인 장보기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노력해 왔다. 하지만 소비자 선택지가 다양해진 만큼 여전히 컬리 서비스의 문턱이 높았다는 게 김 대표의 판단이다. 네이버와의 전략적 협업은 이러한 배경에서 이뤄졌다.
김 대표는 “소비자의 스마트폰에는 수백 개의 앱이 깔려 있고, 집 근처에는 편의점과 대형마트를 비롯한 엄청나게 많은 유통업체가 있다”면서 “컬리는 상품과 배송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지만, 이렇게 많은 종류의 옵션 중 어떻게 고객에게 도달할 수 있을지가 고민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네이버는 4000만 국민이 사용하는 서비스고, 단순히 쇼핑뿐 아니라 다양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맞춤 콘텐츠를 제공해 줄 수 있는 기술과 기반을 갖추고 있다. 이는 컬리가 보유하지 못한 강점으로, 양사가 협업해 소비자가 혜택으로 느낄 수 있는 디지털 마케팅을 전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컬리는 네이버와 함께 사용자 반복구매와 정기구독 비율이 높은 장보기 플랫폼, 멤버십, 새벽배송을 중심으로 ‘컬리N마트’를 설계했다. ‘컬리N마트’에서는 기존 컬리 단독상품 및 PB상품 외에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인기상품을 새벽배송으로 받을 수 있다. 네이버플러스 멤버십 회원에게는 2만원 이상 구매시 무료 배송 혜택도 제공한다. 양사는 컬리가 가진 상품 큐레이션 역량 및 안정적인 물류 시스템과 네이버가 보유한 폭넓은 사용자층, 개인화 기술 및 마케팅 인프라를 융합해 시너지 효과를 낸다는 구상이다.
김 대표는 “네이버와의 제휴를 통해 장보기 니즈가 있는 소비자가 컬리 서비스에 접근할 기반을 만들었고, 이는 곧 거래액과 매출 상향으로 이어질 것”이라면서 “유통사업 핵심은 얼마나 많은 물동량을 기반으로 물류 효율을 낼 수 있느냐인 만큼, 더 빠르게 규모의 경제를 실현함으로써 물류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배송 단가 등을 낮춰 재무 개선 효과도 기대한다”고 말했다.
컬리가 규모의 경제 확대에 속도를 내는 것은 최대 경쟁사인 쿠팡의 약진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주 체제를 갖춘 쿠팡은 ‘로켓프레시’를 앞세워 신선식품 시장에서도 입지를 넓히고 있다. 농산물과 육류, 해산물 등 상품 확대는 물론, 올해부터는 ‘프리미엄 프레시’를 선보이며 고급화 전략까지 구사하고 있다. 지난 2분기 쿠팡 신선식품 매출은 25% 증가하는 등 상승세도 가파르다. 쿠팡을 추격 중인 네이버도 쿠팡 견제에 대해선 컬리와 공감대를 함께하고 있다.
특히 이번 협업은 양사가 기존 약점으로 지적받던 부분을 상호보완할 수 있다는 점에서 파급효과가 기대된다. 컬리는 상품과 배송 경쟁력에도 불구하고 낮은 소비자 접근성이 고민거리였다. 컬리의 월간활성사용자(MAU) 수는 수년간 300만 명 선에서 정체된 상황이다. 네이버 역시 신선식품 분야가 약점으로 꼽혀 왔다. 신선식품 배송을 위해서는 콜드체인 물류망 구축이 필수적인데, 네이버는 판매자 입점 구조 기반으로 자체 물류센터와 배송망이 미비하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컬리N마트로 인한 카니발리제이션(Cannibalization, 자기잠식) 효과도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기존 컬리 사용자와 네이버스토어 사용자의 특성이 뚜렷하게 구분되기 때문이다. 네이버의 경우 컬리 대비 가족 구성원 규모가 큰 편이고, 이 때문에 대용량 상품에 대한 니즈가 강하게 나타난다. 브랜드 선호도에도 차이가 있다. 실제로 컬리는 컬리N마트를 론칭하며 기존 상품군을 선별하고, 생활용품 등을 포함해 대중적으로 친숙한 상품 구색을 확대했다. 카니발리제이션보다는 기존에 컬리 앱을 추가로 설치하는 것을 부담스럽게 여겼던 다수 소비자에 대한 접점 확대 효과가 훨씬 클 것이란 판단이다.
김슬아 컬리 대표는 “컬리와 네이버가 각자 가지고 있는 강점들을 어떻게 하나의 강결합된 서비스로 녹일 수 있을지 고민하는 데 엄청난 시간이 필요했다. 컬리가 창업한 이래 가장 큰 투자를 했다고 생각한다”면서 “컬리는 여전히 스타트업이고 리소스가 많지 않은 상황인데 이러한 투자를 한 만큼, 실제 유의미한 매출 성과를 내는 등 무조건 잘 되게 만들겠다는 각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