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왜 ‘타다’ 죽였나-1] 수백억 쏟아 부어 만든 혁신 모빌리티 사업모델

2025-03-06

'카풀 사태' 따른 택시 시장 혼돈기에 등장

운수사업법 예외 조항 파고들어 기회 발굴

'승차 거부' 없는 렌터카 서비스로 인기몰이

수백억 적자 감안하며 초기 투자 확대 '베팅'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이른바 'K-엔비디아 지분 30% 국민 공유' 발언과 이에 대한 이재웅 전 쏘카 대표의 비판으로 2020년 민주당 정권의 '타다 죽이기'가 재소환됐다. 당시 쏘카가 내놓은 타다 사업모델에 어떤 문제가 있었기에 민주당이 '타다 금지법'으로 제동을 걸었는지, 앞으로 같은 성향의 정권이 들어설 경우 한국에서 혁신사업모델이 자리 잡고, 혁신기업이 탄생할 수 있을지 짚어본다. <편집자 주>

타다가 등장한 2018년, 국내 모빌리티 시장은 그야말로 혼돈의 시기를 겪고 있었다. 국내 1위 사업자였던 카카오모빌리티와 택시 단체들 간 대격돌이 한창이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카풀 서비스를 추진한다고 밝히자 택시 단체들은 대규모 집회를 열어 ‘생존권’ 사수에 나섰고, 이에 더해 택시 기사들이 분신을 택하는 초유의 상황까지 발생하며 상황은 극으로 치달았다. 사회적 갈등으로 택시 배차가 원활해지지 않자 영향은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향했고, 이들의 시선이 닿은 건 승차 거부가 없는 ‘타다’였다.

타다는 차량공유 서비스 업체 쏘카가 11인승 카니발을 공급하고 자회사 VCNC가 관리와 운영을 맡는 체제로 탄생했다. 모바일 앱 호출 방식으로 이용자에게 운전자와 승합차를 제공하는 식이었다. 플랫폼 개발과 빅데이터 운영 능력을 승차 공유 서비스에 적용한 것이다.

타다는 카카오택시와 달리 회사가 직접 배차를 정한다. 고객이 호출하면 데이터 기반 ‘바로 배차’ 시스템을 통해 가장 먼저 도착할 수 있는 차량을 지정해 ‘디지털 승차 거부’를 막은 것이다.

그렇다면 왜 타다는 11인승 카니발이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타다는 렌터카다. 승객이 타다를 호출하면 운행 시간 동안 렌터카 대여계약과 운전용역 계약을 동시에 맺는 식이다. 이 때문에 규제도 피할 수 있었다. 운수사업법(시행령 제18조)상 11~15인승 승합차에 한해 기사 알선을 허용하는 예외 규정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렌터카를 이용한 유상 운송과 운전자 알선 행위는 금지돼 있지만, 타다가 운수사업법 조항의 빈틈을 잘 파고든 것이다.

타다는 승차거부가 없는 바로배차 서비스와 청결한 실내, 친절한 드라이버 등을 무기로 급성장했다. 서비스 오픈 베타 테스트를 시작한 지 2개월여 만에 앱 다운로드 20만건을 돌파했고, 기업 회원은 16만명을 넘어섰으며, 출시 첫 주보다 호출 수는 약 2000% 증가했다. 당시 타다 요금이 기존 택시보다 10~30% 비쌌던 것을 감안하면 이용자 만족도가 상당히 높았던 셈이다. 이후 타다는 출시 1년도 안 돼 170만명의 회원과 1500대 이상 규모로 성장하며 국내 모빌리티 시장의 ‘메기’로 자리 잡았다.

이처럼 획기적인 모빌리티 서비스로 자리 잡았던 ‘타다’를 탄생시킨 이는 바로 국내 IT업체 1세대로 꼽히는 이재웅 쏘카 대표였다. 이 대표는 다음커뮤니케이션(다음)을 창업한 인물이다. 국내 인터넷 도입 초창기 ‘메일 만들기’ 열풍을 주도하며 1997년 한메일을 시작으로 1999년 다음 카페를 론칭했다.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와 함께 벤처신화 3인방으로도 불린다.

이 대표는 타다 사업에 상당한 공을 들였다. 2018년 4월 쏘카 최대주주로서 경영 전면에 나선 후 그는 IMM프라이빗에쿼티(PE)로부터 600억원 투자 유치에 성공한 후 7개월 만에 증자를 통해 알토스벤처스 등 두 곳의 벤처캐피털(VC)로부터 350억원 자금 수혈에 성공했다.

확보한 자금은 주차공간 확보와 보유차량 확대에 쏟아 부었다. 스타트업 VCNC를 인수해 타다를 출시한 뒤에도 공격적 사세 확장에 나섰다. 그는 쏘카와 타다를 양대 축으로 IT를 결합한 ‘종합 모빌리티 플랫폼’을 꾸리는 것을 꿈꿨다. SK그룹도 쏘카와 타다의 성장세에 주목, 자체 카셰어링 사업을 접고 쏘카 지분을 확보할 정도였다.

쏟은 공만큼 투입된 금액도 상당하다. ‘타다 금지법’ 발의로 서비스 종료 수순을 밟을 당시 타다는 승합차 1500대를 운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단순 계산으로도 공급용 차량 구매 비용으로만 약 400억원 이상을 투자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는 스타트업 특성상 초기 적자를 감안하고 ‘규모의 경제’ 확보를 위해 과감한 투자에 나섰다.

특히 스타트업 특성을 고려해 초기 적자를 무릅쓰면서 투자를 지속 확대했다. 타다 출시 이듬해인 쏘카의 매출은 전년 대비 60.9% 성장한 2566억7160만원이었으나, 같은 기간 영업적자는 331억원에서 716억원으로 급증했다.

이재웅 대표의 이같은 모험을 두고 업계는 ‘C.A.S.E(연결성, 자율주행, 공유, 전동화)’로 대변되는 자동차 산업 패러다임 변화에 걸맞은 혁신으로 평가했다. 이 대표가 ‘다음’에 이은 제2의 신화를 만들어낼 것이라는 기대감도 고조됐다. 그 기대는 문재인 정부 시절 여당이자 다수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 주도의 ‘타다 금지법(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에 의해 짓밟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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