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게임’ 입법으로 보완 목소리
독점규제·공정화 두 축으로 진행
“시장지배자 사전지정 필수” 의견
일각 “과도한 규제로 악영향 우려”
정치권, 법안 도입 시기 놓고 이견
대형 배달플랫폼 간 ‘치킨게임(출혈경쟁)’이 도를 넘어 자영업자와 배달기사, 소비자의 출혈을 유발하자 ‘플랫폼법’ 도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더욱더 힘을 얻고 있다.
전문가들도 현재 자율규제는 실패했다는 데 동의하며 플랫폼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데 이견이 없다. 다만 시장지배적 플랫폼 ‘사전지정’ 여부 등 세부 사항을 두고는 의견이 갈린다.

6일 업계에 따르면 플랫폼법은 플랫폼 산업계의 독과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법안으로, 소비자 보호를 위해 플랫폼 기업들의 불공정 거래 행위를 규제하는 것이 목적이다. 법안은 △자사우대 △끼워팔기 △멀티호밍제한 △최혜대우강제 등 불공정·독과점 남용행위를 규율하는 ‘온라인플랫폼 독점규제법(독점규제법)’과 입점업체 정산주기 문제 등 갑을 관계를 다루는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공정화법)’ 두 가지로 나뉜다.
서치원 온라인 플랫폼 이용자 불만 신고센터 센터장은 배달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 두 가지 모두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매출액, 회원 수 등을 기준으로 특정 기업을 시장지배적 플랫폼으로 지정하는 ‘사전지정’ 조항이 필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 센터장은 “사전지정이 없으면 위법 행위를 했을 때 해당 기업이 독점 기업이냐를 판단한 뒤 다시 그 행위가 독점에 해당하는지, 경쟁제한성이 있는지 등 여러 가지를 조사해야 하므로 결론을 내기까지 빨라야 3∼4년이 걸린다”며 “빠르게 변하는 온라인플랫폼 특성상 처벌하는 데 시간이 오래걸리면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때가 지난 뒤 대책을 세운다)’이 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유럽연합(EU)의 디지털시장법(DMA)과 독일의 경쟁제한방지법 등 해외 플랫폼법의 경우도 사전지정제를 채택하고 있다. 국내 플랫폼법에 사전지정제가 포함될 경우 구글·애플·네이버·카카오·쿠팡·배민 등이 시장지배적 플랫폼에 지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자 후생 측면에서도 플랫폼법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은희 인하대 교수(소비자학)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선택권이 많을수록 유리하다. 현재 배달앱의 경우 배민·쿠팡 거의 두 개의 선택지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플랫폼법이 도입될 경우 새로운 경쟁자가 유입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현재 공고히 유지되고 있는 독과점 구조를 깰 수 있고 이는 소비자 후생으로 연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플랫폼법 제정에는 찬성하지만 사전지정제 등 과도한 규제는 지양해야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종우 아주대 교수(경영학)는 “대규모유통거래법 등 현행법으로는 빅테크를 제어할 수 없으니 이를 메워줄 플랫폼법 제정은 필요하지만 세부 항목에서 어느 정도까지 규제를 가할 것인지 신중해야 하다”며 “대표적으로 사전지정제의 경우 낙인효과를 줘 기업 활동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고, 수수료 상한제는 시장 기능에 악영향을 줄 수 있어 이러한 것들은 제외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플랫폼법 제정에 대한 목소리가 힘을 얻으며 정치권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플랫폼법 패스트트랙까지 고민 중인 상황이다. 현재 더불어민주당이 제출한 법안은 EU의 DMA와 내용이 비슷하며 사전지정제를 포함하고 있다. 반면 국민의힘은 플랫폼의 독과점 규제 필요성은 동의하지만 한미 통상 갈등 발생 가능성을 고려해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USTR) 지명자는 한국 등의 온라인플랫폼 기업 독과점 규제 움직임에 대해 “차별은 용납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경 대응을 예고한 바 있다.
채명준 기자 MIJustic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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