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건희 여사 측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통일교 고위 관계자 윤모씨로부터 선물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주장하며 그 근거로 특검이 확보한 ‘인삼 가루 녹취’를 제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통일교가 판매하는 천수삼 농축차는 가루 형태가 아니라는 것이다. 특검은 이를 반박할 다른 녹취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12일 경향신문 취재결과 김 여사 측은 이날 열린 영장실질심사에서 “김 여사와 윤씨가 나눈 대화는 인사치레일 뿐 실제로 청탁용 선물을 받은 적 없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앞서 특검은 지난 6일 김 여사를 조사하면서 김 여사가 윤씨에게 2022년 7월 직접 전화해 “인삼가루를 먹고 건강이 좋아졌다”고 말한 녹취를 제시했다. 김 여사 측은 이 녹취에 대해 건진법사 전성배씨로부터 윤씨에게 감사 인사를 해달라는 이야기를 듣고 전화를 걸었을 뿐, 실제 선물을 받은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김 여사 측은 근거로 통일교가 판매하는 인삼 제품에는 가루 형태가 없다는 점을 들었다. 모두 청이나 짜먹는 포 형태라는 것이다. 김 여사 측은 ‘인삼 가루’라고 통화에서 언급한 것이 오히려 선물에 대해 잘 몰랐다는 방증이라고 주장했다.
특검은 김 여사 측 주장을 반박할 다른 물증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가 “인삼 가루”라고 말하지 않고 “인삼 제품”이라고 언급하며 감사 인사를 하는 다른 녹취가 있다는 것이다. 특검은 윤씨가 전씨에게 “김 여사가 물건을 잘 받았다더라. 여사님께서 건강이 좋아지셨다고 한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낸 사실도 파악했다. 특검은 이를 종합해 “청탁에 대한 인식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특검은 ‘인삼 가루 녹취’를 통일교 청탁 의혹을 규명할 핵심 연결고리로 보고 있다. 윤씨가 전달한 것으로 알려진 선물 중 김 여사가 직접 언급한 유일한 물품이기 때문이다. 특검은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며 2022년 4월7일 802만원 상당의 샤넬 가방 1개와 천수삼 농축차 1개, 2022년 7월5일 1271만원 상당의 샤넬 가방과 천수삼 농축차 1개를 제공받았다고 적시했다. 김 여사가 인삼차를 받았다고 말하는 녹취가 있으므로, 함께 전달된 명품 가방들도 전달됐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특검은 주장한다.
특검은 이날 영장실질심사에서 김 여사가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크다고 강조했다. 김 여사가 범행을 부인하고 있고, 이미 휴대전화나 컴퓨터를 포맷한 적 있으며, 비밀번호 제공을 거부하는 등 수사절차에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김 여사의 구속 여부는 이르면 이날 자정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