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대삼각형' 제목, 시와 소설 동시 출간

2025-09-01

같은 제목, 다른 이야기의 책 두 권

불안 속 연대의 희망 그린 이주혜 소설

사랑에 대한 탐구 노래하는 정다연 시

[서울=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여름 대삼각형'(Summer Triangle)은 여름 밤하늘에서 관측되는 세 개의 별을 잇는 삼각형을 지칭한다. 베가, 데네브, 알타이르. 맑은 날 여름 은하수 굵은 쪽의 하늘에서 유난히 빛나는 별 세 개가 그것이다. 독수리자리의 알타이르, 거문고자리의 베가, 백조자리의 데네브로 가장 밝은 별이 베가이다. 여름 대삼각형을 제목으로 한 시와 소설이 동시에 출간됐다.

'여름철 대삼각형'(민음사)은 소설가 이주혜(54)의 소설이다. 한 독립서점에서 열린 북토크에서 만난 세 사람이 주인공이다. 소설은 "이 이야기는 이야기에 관한 이야기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하고, 밤하늘의 별은 이야기의 은유로 쓰인다. 두 번 유산한 끝에 남편과 이혼한 태지혜, 어린 시절 부모의 부재 때문에 대학생 딸에게 집착하는 송기주, 거주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해묵은 갈등이 있는 아버지의 임대 아파트에 얹혀사는 반지영이 주인공이다.

셋의 고민은 모양도, 깊이도 다르다. 하지만 거기에 '불안'이라는 공통분모로 셋은 묘하게 이어지며 반짝인다. 마치 여름 철 대삼각형처럼 연대한다. 주인공들은 12·3 비상계엄이 선포되자 여의도에서 열린 시위에 참여한다.

"자, 이제 다 같이 밖으로 나가 망원경으로 이 세 별을 볼 차례예요. … 선생님이 들려준 신화를 떠올려도 되고 또 여러분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보아도 좋아요. 별자리는 한 가지로 정해진 게 아니라 옛사람들이 수천 년 동안 반복해서 별을 보며 찾아내고 이어 보고 덧붙여 온 이야기잖아요?"-'여름 철 대삼각형' 부분.

시인 정다연(32)의 '여름 대삼각형'(아침달)은 여름에 꼭 필요한 계절감을 환기하는 청량한 표지로 시선을 끈다. 시집 제목이기도 한 시 '여름 대삼각형'은 연작 시로 2부부터 시작된다.

'봄 여름도/ 겨울 봄도 아닌/ 모호한 계절이 흐르는 동안// 너와 나 사이에/ 작은 산맥이 솟았다/ 무릎을 꿇고/ 고개를 낮춰야만/ 발견할 수 있는 지형이었다"-'여름 대삼각형·6' 부분.

태양, 지구, 별. 이 우주적 언어들로 시인이 결국 하고픈 이야기는 사랑이다. 사랑에 법칙이나 정답은 없다. 내 앞에 존재하는 너와 그 앞에 있는 나 사이를 조용히 탐구하는 것. 그와 함께 여름밤 하늘을 거닐며 나름의 '대삼각형'을 찾아 나서는 것. 그렇게 둘 사이의 내밀한 사랑이 있을 뿐이다. 시인은 그 길 위에 서서 서두르거나 단정 짓지 않고 묻고 기다리고 관찰하며 천천히 걸어간다. oks34@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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