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몇 년 전만 해도 '대이직 시대'가 화두였다. 그러나 연초부터 불안정한 국내외 정세 및 경제 상황이 맞물리면서 정반대 개념인 '대잔류' 시대가 빠르게 도래했다. 지난 1월 한 언론사가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직장인의 절반 이상(54.9%)은 이직하기보다 잔류하는 쪽을 선택했다고 답했다. 경제 불확실성을 우려해 안정적인 소득과 고용을 중시하는 경향이 뚜렷해진 것이다.
이렇다 보니 특히 핵심 인재 풀이 제한돼 있는 제조 산업 기반의 대기업·중견기업의 경우 채용이 더욱 어려워졌다. 기업은 채용 공고를 올리고 마냥 지원자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채용 포지션에 따른 맞춤화된 '채용 전략'을 설계하고 이를 실현해야 한다.
이제 특정 직군과 연차별 숨은 인재를 영입하려면 채용 파이프라인의 다각화가 절실하다.
핵심 기술직이나 전략 직군, 리더급 인재를 확보할 때 공통적으로 유효한 방식은 '다이렉트 소싱'이다. 직접 인재풀을 확보하고, 이들이 많이 활동하는 커뮤니티와 네트워크를 통해 라포(rapport)를 형성하는 전략이 효과적이다. 여기에 사내 추천제도를 병행하면 외부에 노출되지 않은 숨은 인재를 찾아내는 데 유리하다. 리더나 전략 직군의 경우, 다이렉트 소싱과 헤드헌팅을 병행해 이들에게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하고 전략적으로 영입하는 방식이 적절하다.
이제 채용은 인사팀만의 업무가 아니다. 조직 전체가 함께 움직이는 팀 스포츠로 접근해야 한다. 지원자의 입사 결정과 적응 과정에서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이는 함께 일하게 될 현업 팀이다. 이들이 채용 과정에 얼마나 밀접하게 참여하느냐에 따라 채용의 성패가 갈린다.
채용 담당자는 각 부서의 현업 담당자와 킥오프 미팅을 통해 채용 포지션 정의, 요구 역량, 우선순위를 함께 정립해야 한다. 면접 설계부터 현업이 참여하면 면접의 품질과 실무 적합성을 높일 수 있다. 이후 지원자 피드백 역시 현업과 공유해 향후 채용 경쟁력을 높이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현업 담당자 참여 없이 채용 담당자 홀로 채용을 진행하다 보면 현업 담당자의 니즈에 따른 지원자 역량을 파악하기 어려워져 결국 성공적인 채용에 실패할 수 있다. '팀 스포츠 채용'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마지막으로, 기업은 자사 채용 전략을 객관적으로 점검하고 개선하기 위해 정량적인 채용 데이터를 확보해야 한다. 기업이 주목해야 할 주요 채용 데이터는 △공고별·직무별 지원자 수 △채용 단계별 소요 시간 △포지션당 채용 비용 △지원자 유입 채널별 성과 △실제 채용 전환율이 높은 채널 등이다. 채용 관리 솔루션(ATS) 데이터 분석 기능을 활용하면 위 지표들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다음 채용 전략에 반영할 수 있다. 공고별 지원자 수 편차나, 특정 채용 단계의 지연 구간, 전환율이 높은 채널 등을 확인하면 지원자 경험을 개선하고 마케팅 예산도 효율적으로 집행할 수 있다.
채용은 이제 전략이다. 단순하게 채용 공고를 올리고 지원자가 들어오기를 기다리는 과거의 방법은 대잔류 시대에서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앞서 설명한 채용 파이프라인 다각화, 팀 스포츠 채용, 데이터 기반 채용을 바탕으로 전략적으로 채용한다면, 채용 성공에 한걸음 더 가까워질 것이다.
김필재 두들린 사업전략이사 feel.kim@doodl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