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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가깝지만 가장 먼 나라, 북한이다. 2025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에서 북한은 한국과의 거리를 유지했다. 2024 파리 올림픽 때처럼 남북한 선수단이 셀카를 찍으며 물리적 거리를 좁힐 여지도 없었다. 선수들은 같은 공간에서 운동하면서 마치 남처럼 서로를 지나쳤다.
북한은 이번 대회에 세 명의 선수를 파견했다. 모두 피겨 종목이었다. 2017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 페어스케이팅 부문에서 동메달을 딴 렴대옥은 파트너를 바꿔 한금철과 이번 대회 페어에 출전했다. 남자 싱글에는 젊은 기대주 로영명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한국 취재진을 대하는 북한 선수단은 하얼빈의 공기처럼 차가웠다. 공식 훈련 후 질문을 던져도 선수들은 눈길을 주지 않았다. “선수를 자극하지 말라”는 관계자의 날 선 반응만이 돌아왔다. 남북한 선수단은 같은 빙상장에서 훈련하고 연기를 펼치면서도 일말의 교류를 하지 않았다. 소수의 아시아 국가만 참가하는 국제대회에서 남북한은 오히려 더 어색한 사이가 됐다.
국제대회에서 남북한의 교류는 흔한 일이 아니다. 2017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에서도, 2024 파리 올림픽에서도 북한 선수들은 한국 취재진과 거리를 뒀다.
그렇기에 지난해 파리에서 남북한 탁구 대표팀 선수들의 ‘셀카 대통합’은 역사의 귀중한 한 장면이 됐다. 당시 3위에 오른 한국의 임종훈·신유빈은 2위를 차지한 북한 리정식·김금용, 1위인 중국 대표팀 선수들과 함께 시상대에서 스마트폰으로 기념사진을 찍었다. 남북한 선수들끼리 별다른 대화를 주고받지는 않았지만 이들이 한 프레임에서 같은 곳을 바라보며 웃는 모습은 세계적으로 큰 화제를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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렴대옥-한금철 조는 지난 12일 프리스케이팅에서 112.20점으로 1위를 차지했다. 쇼트프로그램 점수가 56.68점으로 3위였으나 두 부문 점수를 합한 총점은 168.88점으로 전체 2위였다. 은메달을 수확한 두 선수는 경기 종료 후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비로소 이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렴대옥은 “우리를 많이 고무해주고 대회 기간 응원해준 것에 관해 하얼빈, 중국 인민들에게 감사 인사를 드린다”라며 “(한금철과) 같이 한 지가 얼마 안 되기 때문에 계속 노력할 것이다. 올림픽을 위해서”라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이 자리에 올 수 있었던 것은 (김현선) 감독 동지 (덕분이다)”라며 “감독 동지의 노력이 (차지하는 비중은) 99%가 아니고 100%다. 우리 조국이 없었다면 이곳에 설 수 없었다”라고 강조했다.
기자회견장에서 제공되는 동시통역기에는 한국어 채널이 있다. 줄곧 동시통역사는 이 채널을 기기에 쓰인 그대로 ‘한국어’라고 소개했으나 전날에는 북한 선수들을 의식해 ‘조선어’라고 바꿔 불렀다. 기자회견 시작 전 사회자는 “정치적 질문은 삼가 달라”라고 당부했다. 이 역시 다른 기자회견에서는 없었던 안내말이다. 같은 언어로 지어진 세계를 여전히 높은 벽이 가로막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