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베이스 등 미 가상화폐 주요 기업, 은행 라이선스 취득 움직임

2025-04-23

가상화폐가 트럼프 정부 이후, 점점 더 은행 시스템 속으로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 스테이블코인 업체인 써클(Circle), 가상화폐 커스터디 회사인 비트고(BitGo),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Coinbase) 등 주요 크립토 기업들이 미국에서 은행 라이선스를 취득해 전통 금융에 진입하려 움직이고 있다. 이에대해 뱅코프(Bancorp), 뱅크오브아메리카(Bank of America), 도이체방크(Deutsche Bank), 스탠다드 차타드(Standard Chartered) 등 전통 금융권도 가상화폐 산업을 기회이자 위협으로 인식하며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비트코인 비축 기금 설립을 지시하고, “미국을 가상화폐 수퍼파워로 만들겠다”며 백악관에서 첫 가상화폐 정상회담(Crypto Summit)을 개최했다.

미국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가상화폐가 주류 제도권으로 편입되기 시작하면서, 업계 선두 기업들의 은행권 진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이는 되돌릴 수 없는 흐름”이라고 최근 평가했다. 가상자산 업계는 지난 2022년 미국의 대형 거래소 에프티엑스(FTX)의 파산 이후 관련 산업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서, 주요 은행들과의 관계를 단절 당했다. 특히 2023년 실버게이트 은행과 시그니처 은행이 붕괴한 다음부터는 미국 규제당국의 단속으로 가상자산 업계가 예금을 받아줄 은행을 찾는 데까지도 어려움을 겪어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집권한 후, 미국 규제당국은 은행이 가상화폐 관련으로 승인을 받아야 하는 규칙을 철회했다.

WSJ에 따르면, 가상화폐 기업인 써클과 비트고 등은 은행 인가 취득을 추진 중이다. 코인베이스와, 가상화폐 기술업체인 팩소스(Paxos) 등도 이 같은 움직임에 동참할 것으로 알려졌다. 스테이블코인 규제 법안이 의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이들 업체의 은행 라이선스 취득은 금융시장 전반에 가상화폐가 본격 편입되는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미국의 새 법안은 스테이블코인 발행 기업이 반드시 은행 라이선스를 보유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은행 인가를 받은 가상화폐 기업은 더욱 강도 높은 규제 감독을 받게 된다. 현재 미국 내에서 유일하게 연방 은행 인가를 받은 가상화폐 기업 앵커리지 디지털(Anchorage Digital)은 규제 준수를 위해 수천만 달러(수백억원)를 지출했다고 WSJ에 밝혔다. 2022년, 은행 감독당국은 앵커리지 디지털에 대해 자금세탁 방지 관련 부족을 지적하며 시정 명령을 내린 바 있다.

스테이블코인은 변동성이 큰 가상화폐와의 거래를 쉽게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수단이다. 미국 달러 또는 유로 등 다른 법정통화에 연동돼, 가치 1:1을 유지하기 위해 현금 또는 미국 국채 같은 현금성 자산에 준비금을 보관한다. 써클은 유통량이 약 610억 달러(약 86조 9494억 원)로, 테더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스테이블코인이다.

트럼프 대통령 일가의 가상화폐 프로젝트인 '월드 리버티 파이낸셜'도 유에스디원(USD1)이라는 스테이블코인 출시 계획을 발표하며 가상화폐 산업의 제도권 진입에 앞장서고 있다. 일부 가상화폐 기업들은 예금 수취와 대출 등 전통 은행처럼 운영할 수 있는 ‘국가 신탁은행’ 또는 ‘산업은행’ 인가를 원하고 있다. 다른 기업들은 스테이블코인 발행만을 위한 제한된 범위의 라이선스를 추구하고 있다고 WSJ은 밝혔다.

뱅코프, BoA등 전통 금융권도 가상화폐 산업에 다시 눈길을 돌리고 있다. WSJ은 “기존 은행들은 규제 리스크에 대한 우려로 아직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며 “자금세탁 방지 등 규제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지난 2월, BoA 최고경영자(CEO) 브라이언 모이니핸(Brian Moynihan)은 ”법적 체계가 마련되면 우리도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뱅코프 은행은 이달 초 비트코인 업체인 뉴욕디그(NYDIG)와 협력해 가상화폐 수탁 서비스를 재개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도이체방크와 스탠다드차타드를 포함한 은행 컨소시엄은 미국 내 가상화폐 사업 확장을 검토하고 있다. 키코프(KeyCorp) 은행의 CEO 크리스 고먼(Chris Gorman)은 “가상화폐 업계가 점차 은행업의 경쟁자가 될 수 있다”며 “우리는 이 분야에서 잠재적 기회를 보고 있지만, 먼저 발전 양상을 지켜보고 싶다”고 WSJ에 언급했다.

권세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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