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기의 문화기행] 야칭스(亚青寺)를 가다

2024-10-25

동티베트 깐쯔현. 이곳에는 많은 불교 수행학교가 있다. 깐쯔에서 서쪽으로 약 3시간 거리에 있는 야칭스(亚青寺, (아추가르 불교 수행학교)는 3900m 고지의 넓은 구릉지에 자리해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곳으로 영화나 동화 속에서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야칭스는 종교, 철학, 예술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인 불교의 모든 것들을 교육하는 학교다. 이곳에는 약 1만 명의 비구와 비구니 그리고 그들을 가르치는 스님들이 있다. 그중 약 7000명이 여성(비구니)이며 이 가운데 절반이 10대, 20대의 젊은 비구니다. 장족이 대부분으로 한족들도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중국 정부는 젊은 비구, 비구니의 증가 추세를 통제하고 감시하고 있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던 움막에 주소를 지정하고 제한한다. 증가하는 사람들을 돌려보내기 위해 여러 방법을 동원한다. 승려들이 티베트인들의 정신적 지주이기 때문에 중국 정부는 이곳을 철저히 통제하고 제한한다. 특히 이 지역은 티벳에서 큰 스님들을 많이 배출한 곳이다.

이곳에서는 부처님 말씀보다 스승의 가르침이 우선이다. 그래서 특별한 경전이 없다. 책보다는 스승의 말씀에 의지해 수양한다. 법왕의 말씀을 듣기 위해 매일 오전 언덕으로 모이는 수천 명 학승의 모습은 장관이다. 이들은 오후에 각자 모시는 스승에게 찾아가 공부한다.

이곳에는 남자 숙소와 여자 숙소가 나뉘어 있다. 여자들은 자기 일을 모두 스스로 한다. 자기 몸 두세 배 되는 목판을 등에 지고 와 집을 보수하고 한겨울에 물을 긷는 것도 모두 스스로 감당한다. 공동의 노동도 마다하지 않는다.

생활은 여러 가지로 열악하고 빈약하다. 이곳에는 전기와 수도시설이 없다. 전기는 태양열을 이용해 만들어 짧은 시간만 이용할 뿐이다. 겨울철 난방은 주위에 버려진 소똥을 주워 와 해결한다. 몇몇 움막에서는 음식을 위해 제한적으로 가스를 사용하기는 한다. 하지만 겨울이면 매일 아침 얼어붙은 물을 사용해야 하고 위생이 좋지 않아 각종 질병에 노출돼 있다. 이들에게는 생활이 곧 신앙이며 신앙이 곧 생활이다.

타르초는 오색천(청,적,녹,황,백)을 높은 장대에 끈으로 매단 깃발이다. 오색은 우주의 다섯 가지 원소 즉 물, 하늘, 불, 바람, 땅을 상징하고 동서남북과 그 중간의 다섯 방향을 뜻하기도 한다. 타르초는 집, 마을, 절, 높은 산 등 어느 곳에나 걸려 있고 사람들은 매일 타르초에 경배한다. 티베트인들은 지금도 문맹자가 많은데 불경이나 기도문이 적혀 있는 이 타르초를 걸어 두고 경배함으로써 불경을 독경한 것으로 생각한다.

이들은 사후 세계보다는 윤회를 믿는다. 죽어서가 아니라 살아서 누리는 이곳이 천국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곳 사람들이 염원하는 것은 사후의 천국행이 아니라 다시 태어남에 대한 기원이며 간구이다.

문명이 발달하면서 세상에서 오지가 사라지는 시대다. 사람들은 도시로 또는 허망한 꿈을 향해 물질의 세계로 빠져든다. 이러한 때 이들은 왜 이 어려운 삶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끊임없이 스스로의 내면 속으로 향하려 하는가? 붉은 연꽃처럼 추위에 터져버린 볼을 하고 그들은 무엇을 열망하는가? 우리 시대의 또 다른 젊은이인 이곳의 비구니들은 붉게 부르튼 그들의 볼처럼 오늘도 그들의 내면을 불사르고 있다.

언젠가 우리 영혼의 우물이 마를 때, 그들이 불쑥 연꽃 우물을 내밀지 모른다. 그 야칭스를 다시 가봐야겠다.

권오기 여행아티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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