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쇼핑 지속 성장, '품목, 서비스'도 다양화
닥터나우, 로톡 등 AI 기반 비대면 서비스 주목
정부 뒷북 대응에 '新이커머스-기존 산업'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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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 롯데로 대표되는 전통적인 유통업체와 네이버, 쿠팡과 같은 플랫폼사들이 이커머스 시장을 두고 쟁탈전을 벌이는 가운데, 특화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문 기업들이 주목받고 있다.
이들 기업은 인력 매칭 시스템을 기반으로 의료와 법률 분야는 물론 다양한 생활 밀착형 서비스를 이커머스 분야로 옮겨놓고 있다. 고래 싸움에 끼어들어 등이 터지느니, 자신들의 무기를 앞세워 새로운 시장을 열고 있는 셈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비대면 진료 전문 기업 '닥터나우'다. 의료 서비스를 이커머스로 거래한다는 개념이 아직 익숙하지 않을 수 있지만, 온라인 공간에서 상품이나 서비스를 사고파는 모든 거래 활동이 이커머스 영역에 속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회사 역시 이커머스 기업으로 불릴 수 있다.
닥터나우는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19년 문을 열었다. 바깥출입이 쉽지 않았던 시대 상황과 맞물려 사업 기회를 잡았다. 비대면 진료, 실시간 의료상담, 약국 안내 등이 가능한 종합 의료 플랫폼이라는 차별점을 내세워 승승장구했다.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시작한지 1년여 만인 2021년 10월 100억 규모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 2022년 3월에는 400억원 규모 시리즈B 투자를 받았다. 당시 일본 최대 투자사인 소프트뱅크를 비롯해 네이버, LG전자 등이 투자에 참여하며 화제를 모았다.
이후로도 닥터나우의 혁신은 계속됐다. 이용자 편의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인공지능(AI) 활용 범위를 넓혔다. 'AI 건강 상담 서비스'가 출시하게 된 배경이다. 이용자 질문에 AI가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1차 답변을 전달하도록 설계됐다. 구체적이고 전문적인 답변을 원할 경우, 연계된 병원 의사나 닥터나우 상근 간호사 등과 상담하는 것도 가능하다.
닥터나우 관계자는 "갈수록 늘어나는 이용자들에게 빠르게 답하기 위해 AI를 도입한 것"이라며 "향후 관련 데이터가 축척되고 노하우가 쌓이면 AI 기반의 다른 서비스도 선보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법률 시장에도 닥터나우 비슷한 사업구조를 갖은 플랫폼이 있다. 리걸테크 기업 '로앤컴퍼니'가 운영 중인 '로톡'(LawTalk)이 그 주인공이다. 로톡은 비대면 법률 상담 플랫폼이다. 의뢰인은 본인 사건에 맞는 전문 변호사를 간편하게 찾고, 상담까지 받을 수 있다.
2014년 출시한 로톡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ICT 분야 유망기업으로 선정된 바 있다. 2019년과 2021년에는 각각 140억원, 230억원 규모 투자 유치에 성공하며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로톡은 현재 변호사 커리어 서포터 '모든 변호사', 중소기업 법률서비스 '로톡비즈', 법률AI 업무지원 서비스 '슈퍼로이어' 등 다양한 서비스를 출시했다. AI를 적용한 법률 자문 시스템도 출시할 예정이다.
앞으로도 특화형 서비스를 거래하는 이커머스 플랫폼이 지속적으로 등장할 전망이다. 소비 트렌드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이동하면서, 이커머스에서 거래 가능한 품목과 서비스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 관련 업계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242조897억원에 달한다. 한해 전인 2023년(228조8607억원)과 비교하면 5.7% 커진 액수다. 같은 기간 동안 전체 소매 판매액에서 온라인쇼핑 거래액이 차지하는 비중도 25.4%에서 26.9%로 1.4%p 증가했다.
새롭게 등장한 스타트업(초기 기업)이 기존 업계와 충돌하는 일은 흔한 일이다. 택시단체의 반발로 비운의 역사가 된 '타다'가 대표적 예다. 이후로도 세금환급 서비스를 제공하는 '삼쩜삼'은 세무사회, 성형정보 플랫폼 '강남언니'는 대한의사협회, 부동산 중개 플랫폼 '직방'은 공인중개사협회로부터 공격을 받았다.
닥터나우와 로톡도 힘겨운 싸움을 벌이는 중이다. 대한약사회는 닥터나우가 제휴 약국으로 환자를 유인할 수 있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바 있다. 2023년 11월에는 특정 약국의 환자 유인행위를 차단하는 내용의 '닥터나우 방지법'이 국회에서 발의되기도 했다.
닥터나우 관계자는 "OECD 국가 중 비대면 진료가 합법화되지 않은 곳은 한국뿐"이라면서 "제도적 안정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기술 투자는 물론 성장에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로톡도 상황이 비슷하다. 대한변호사협회(이하 대한변협)와 갈등을 빚고 있다. 대한변협 등은 2021년 로톡의 서비스가 변호사법에서 금지하는 '변호사 알선'에 해당한다고 보고 로톡 가입 변호사에 대한 징계 조치를 내리기도 했다. 2023년 9월 법원, 법무부 모두가 해당 징계를 취소하면서 2년여에 걸친 분쟁이 가까스로 일단락된 듯하지만 대한변협과 로톡 간 분쟁의 불씨는 여전하다.
로톡 관계자는 "변호사를 탐색하고 예약하는 수준의 법 테두리 내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며 "챗GPT로 법률 상담하는 것은 합법이지만 로톡의 AI 법률 서비스는 안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라고 아쉬워했다.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뒷북 대응 탓에 이커머스 시장이 전방위적으로 커질 기회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며 "기존 시장 참여자들과 신규 플랫폼 사업자 간 갈등을 완화할 수 있는 상생 방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