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권 남용 방패 든 美日 [시그널]

2025-06-25

주주 권리 보호에 앞서온 미국과 일본이 과도한 주주권 행사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행동주의 펀드들이 소송을 남발하고 지나친 주주 환원을 요구하면서 기업 경쟁력이 훼손되자 방어 장치를 서둘러 강화하고 있다.

2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미국 기업들은 최근 재판관할 합의 조항을 정관에 명시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는 주주 관련 소송을 특정 법원에서만 다루도록 사전에 정하는 제도다. 연방제 국가인 미국은 주마다 법이 달라 주주들이 자신에게 유리한 주에서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었다. 이 경우 기업보다 펀드의 승소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2013년 델라웨어 법원이 보일러메이커스 연금펀드 대 셰브런 사건에서 이 조항의 유효성을 인정한 것이 전환점이 됐다. 법원은 “이사회가 정관을 통해 특정 종류의 주주 소송을 델라웨어 법원에서만 진행하도록 지정하는 것이 법적으로 유효하다”고 판결했다. 주주들이 소송에 유리한 재판부를 찾아 여러 주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소송을 제기하며 기업을 압박하는 행위에 제동을 건 것이다. 이후 듀폰·제이시페니 등 다수 기업이 이 조항을 도입했다. 델라웨어 주정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포춘 500대 기업의 약 68%가 법인 설립지인 델라웨어주를 재판 관할로 지정했다. 델라웨어주는 기업 친화적 판례가 많고 회사법 전문 법원이 있어 예측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도 2020년 주주 제안 자격 요건을 대폭 강화했다. 1998년 마지막 개정 이후 22년 만의 조치였다. 주식 보유 기간이 2년이 되지 않는 주주는 최소 2만 5000달러 이상을 보유해야 주주 제안 자격을 갖도록 했다. 자격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소액주주들이 지분을 모아 공동으로 제안하는 행위도 금지했다. SEC는 “주주 제안 남용으로 발생하는 기업과 다른 주주들의 시간·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제너럴모터스(GM)는 주주 제안 하나를 검토하는 데 75시간이 걸린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일본은 지배구조 개선과 주가 저평가 해소에 나섰다가 부작용을 겪은 뒤 부랴부랴 제도 정비에 나섰다. 일본 제조업의 상징이었던 도시바가 행동주의 펀드에 끌려다니다 기업 경쟁력을 상실하고 경영권까지 빼앗긴 것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외국인 투자 심사 기준(1% 이상 취득 시 사전 신고) 등의 규제를 도입했다.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기업들이 적대적 인수합병의 표적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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