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우량자산 발굴 등 차별화된 경쟁력으로 작년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 1조원 돌파
한국투자증권이 해외 진출을 확대하며 ‘K금융’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과의 협력을 통해 해외 우량자산을 발굴하고, 이를 국내 투자자들에게 제공하며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만에 누적 순이익 1조원을 넘기며 국내 증권업계 최대 실적을 기록한 한국투자증권은 글로벌 진출을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 전략으로 삼았다.
김성환 사장은 올해 초 신년사를 통해 올해 경영전략의 핵심으로 ‘차별화’를 제시하며 “기존의 방식으로는 아시아 1위 증권사가 되려는 우리의 목표를 이룰 수 없을뿐더러 생존조차 보장받기 어려울 것”이라며 “사고방식과 운영방식, 고객과의 소통방식 전반에 걸친 글로벌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홍콩에서 개최된 ‘KIS 나잇’도 이러한 글로벌 전략의 일환이다. 이날 행사는 케빈 스니더 골드만삭스 아시아태평양본부 회장, 엑스디 양 칼라일 아시아 대표 등 현지 유수 글로벌 금융투자기관의 관계자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한국 금융시장의 성장 가능성과 투자 기회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와 상호 협력 방안, 파트너십 구축을 위한 다양한 의견이 오갔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한국투자증권은 국내 증권사 중에서도 글로벌 사업을 가장 선도적으로 확장해 나가는 곳”이라며 “홍콩의 여러 금융기관과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한국과 홍콩 금융시장 간 강력한 시너지를 창출하는 데 큰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국내 투자자들 위해 글로벌 시장서 금융상품 선제적으로 확보
한국투자증권은 특히 글로벌 금융사들과의 전략적 제휴를 통한 우량자산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도 개인 고객들을 중심으로 금융상품 투자 수요가 크게 늘고 있는 가운데 고객들에게 위험 대비 높은 수익을 제공할 수 있는 금융상품을 글로벌 시장에서 선제적으로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대표적으로 세계 최대 사모펀드 운용사인 칼라일 그룹과 협력해 국내 투자자들이 1조 달러 규모의 대출담보부증권(CLO) 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양사는 총 3억 달러 규모의 투자 협약을 체결하고, 지난 2023년부터 국내 시장에 사모 형태의 CLO 상품을 독점 공급해 왔다. CLO는 여러 기업의 담보대출(레버리지론)을 한데 모아 여기서 발생하는 현금 흐름을 바탕으로 수익증권을 발행하는 구조화 상품의 하나다. 아직 국내보다는 미국 등 선진 금융시장에서 연기금·헤지펀드·보험사 등 기관 투자자를 중심으로 한 투자가 활발하다. 양사 간 파트너십은 지난해 들어 한층 더 강화됐다. 지난 10월 14일 전략적 제휴 파트너십 강화를 위해 한국에서 열린 기념행사에는 칼라일그룹의 저스틴 플루프 최고투자책임자(CIO)와 이수용 아시아 전략부문 대표 등 칼라일 측 주요 임원들이 참석해 크레딧 기반 상품 개발과 운용에 더욱 긴밀하게 협조하기로 했다.
‘Sleepless in USA’ 론칭…미국 투자위한 길라잡이 역할 톡톡
한국투자증권은 이 밖에 앵커리지캐피탈, 스티펄 파이낸셜과 협력 관계도 구축했다. 이들 글로벌 금융사들을 통해 다양한 투자 경험을 직·간접적으로 축적하고, 중장기적으로는 매력적인 금리와 안정성을 보유한 인수금융 딜을 상품화해 국내 투자자들에게 독자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목적이다. 특히 스티펄과는 해외 투자 전문성 확보를 위한 다방면 협업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 3월에는 서학개미들의 미국주식 투자 수요 대부분이 일부 종목이나 상장지수펀드(ETF)에 편중돼 있다는 점에 착안해 ‘Sleepless in USA’를 론칭했다. 당일 발간된 미국 현지 기업 보고서를 주식 장전과 장후 시장에 맞춰 하루 두 번씩 국내 투자자들에게 무료로 제공하는 서비스다. 그간 국내에서 찾아보기 어렵던 미국 기업 관련 깊이 있는 투자 정보 및 분석 자료를 시차 없이 당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길라잡이 역할을 톡톡히 수행 중이다.
스티펄과는 2023년 미국 뉴욕에 합작회사 ‘SF 크레딧 파트너스’를 공동 설립하기도 했다. SF 크레딧 파트너스는 인수금융 및 사모대출 비즈니스에 주력하는 회사로 미들마켓 론을 통해 비은행 금융사에서 투자금을 모아 리파이낸싱이나 인수합병(M&A), 회사 운영 등에 필요한 자금을 기업에 대출 형식으로 조달하고 있다. IB 역량과 네트워크를 빠르게 확대한 결과, 2024년에 설립 1년만에 누적손익 흑자 전환에 성공하는 등 국내 금융사의 모범적인 해외 진출 사례로 주목받는다.
선진 금융시장 내 다른 해외법인들도 유의미한 성과를 내고 있다. 2021년 설립한 미국 IB 전담법인 ‘KIS US’는 인수금융 및 대체투자 등 다양한 영역에서 내로라하는 글로벌 투자은행들과 경쟁하며 트랙 레코드를 쌓고 있다. 그리고 해외 세컨더리 투자 중개와 CLO 에쿼티 웨어하우스 투자 등 사업을 다각화하며 여기서 파생되는 양질의 투자 기회를 국내 기관 투자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홍콩법인 ‘KIS Asia’는 아시아 DCM 시장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쌓고 있다. 지난해 1월 몽골 국책 주택금융기관인 ‘Mongolian Mortgage Corporation’의 달러채 발행을 국내 최초로 주관한 데 이어 몽골 3대 시중은행 중 2곳인 ‘Golomt Bank’와 ‘Trade and Development Bank of Mongolia’, 중국 증권사 ‘Guotai Junan’, 홍콩 전력청 ‘CLP Power’, 필리핀 ‘Vista Land’ 등 해외 발행사들의 채권 발행을 도맡아 진행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