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만난세상] 오버투어리즘 깨운 홋카이도 경적

2024-07-04

최근 일본 사회의 화두 중 하나는 관광이다. 올해 일본을 찾은 외국인 수는 4월에 이미 1000만명을 넘어섰다. 거리에 넘쳐난다 싶을 정도의 관광객들은 이 나라에 활기를 더하고 있다. 동시에 ‘오버투어리즘’은 큰 골칫거리다. 쓰레기 무단투기, 교통질서 위반, 경관 훼손, 사유지 침범 등의 문제가 잇따르자 관광객에게 돈을 더 받는 이중가격제 도입까지 논의하며 ‘관광객 줄이기’에 나서는 지방자치단체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오버투어리즘으로 몸살을 앓는 대표적인 곳이 후지산이다. 기념촬영 명소로 꼽힌 야마나시현 가와구치코 한 편의점 앞에는 후지산 경관을 가리는 검은 장막이 등장해 화제다.

지역 주민들이 느끼는 불편은 어느 정도일까. 지난 2월 겨울 관광지로 유명한 홋카이도에 가족여행을 가서 들은 세상 짜증스런 자동차 경적소리를 잊을 수 없다.

여행 2일 차, ‘크리스마스 트리’란 이름으로 유명한 곳을 찾았다. 크리스마스 트리로 쓰면 딱 좋을 것 같이 생긴 나무 한 그루가 완만한 곡선의 눈 덮인 언덕과 어우러져 만드는 묘한 분위기로 유명세를 타는 모양이었다. 관광버스 여러 대에서 내린, 얼핏 봐도 100여명은 됨직한 관광객들은 나무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기에 여념이 없었다.

여행의 흥겨움으로 들썩이던 그곳에 경적소리가 멀리서 들려오더니 점점 가까워졌다. 관광객들이 몰린 지점을 빠르게 지나 시야에서 사라지기까지 1분 정도 계속된 경적은 시골 마을의 한적함과는 너무 괴리가 커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정도였다. 자동차로 넘쳐나는 도쿄는 물론 서울에서도 들어본 적이 없는 그 소리는 기계음에도 감정을 실을 수 있다는 걸 일깨웠다. 사람이 많긴 해도 천천히 주행하면 문제될 게 없는 상황인데 그렇게 한 건 관광객을 향한 적대감의 표현으로밖에 해석되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크리스마스 트리에 오기까지 적잖이 보았던 한국어, 영어, 중국어를 일본어와 병기한 경고판 문구도 심상치 않았다.

‘사유지 출입 금지. 무단 침범 시 경찰에 체포.’

일본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의 유명 관광지가 오버투어리즘으로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인구 이동이 극도로 제한됐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한지라 상황 변화가 더욱 극적으로 느껴진다. 거주민, 관광객 모두가 불쾌한 이런 상황은 어쩌다 생긴 것일까.

해결하는 게 쉽지 않지만 오버투어리즘이 별것도 아닌 것에서 비롯된 문제라는 생각도 한편으로 하게 된다. 쓰레기를 지정된 곳에 처리하는 것, 횡단보도를 이용해 도로를 건너는 것, 남의 집에 함부로 들어가지 않는 것 등은 너무 당연한 것이라 강조하는 게 새삼스럽다. 자신의 거주지에서 일상적으로 지키는 기본만 떠올리면 오버투어리즘으로 인한 문제는 상당수 해결할 수 있다.

여기에 관광객 분산, 교통체계 변화 혹은 확충, 엄격한 단속시스템 정비 등 당국의 조치가 더해져야 할 텐데, 이중가격제니 장막 설치니 하는 건 치사스럽기도 하고 행정의 근시안적 답습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실효성, 지속성을 담보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관광지로서의 매력을 스스로 깎아먹는 일종의 자해이기도 해서 그렇다.

강구열 도쿄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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