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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이 올해 들어 도시정비사업에서만 2조 원이 넘는 수주액을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불확실성에 반도체 설비 투자 등이 위축될 것으로 예상되자 주택 사업을 공격 확대하고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24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올해 들어 이날까지 도시정비사업에서 총 2조 267억 원의 수주고를 기록했다. 이는 2023년(2조 951억 원) 연간 수주 실적을 뛰어넘은 금액이다. 지난 한 해 수주 실적은 3조 6398억 원으로, 올해는 이보다 37% 늘어난 5조 원을 목표로 잡았다. 이 같은 목표는 창사 이래 역대 최대 규모다.
삼성물산은 지난 달 서울 재개발 대어 중 하나로 꼽히는 용산구 ‘한남4구역(1조 5723억 원)’ 공사를 수주하면서 연초부터 경쟁사들을 제치고 승기를 잡았다. 이달에는 송파구 ‘대림가락’ 재건축 공사 계약을 4544억 원에 체결했다. 다음 달에는 서초구 ‘신반포4차(1조 300억 원)’, 송파구 ‘한양 3차(2600억 원)’ 조합과 각각 시공사 선정 수의계약을 앞두고 있다. 여기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강서구 ‘방화6구역’ 재건축과 성북구 ‘장위8구역’ 공공재개발 공사 계약까지 따내면 상반기에만 총 4조 원의 수주고를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물산이 이처럼 공격적인 정비사업 수주 목표를 설정한 것은 삼성전자의 반도체 설비 등 하이테크 투자가 지연되고 있는 만큼 전략적으로 주택사업 비중 확대에 열을 올리는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지난해 삼성물산의 하이테크 공사와 주택 등이 포함된 건축 부문 수주액은 11조 4650억 원으로 전년(17조 7480억 원) 대비 약 35% 감소했다.
삼성물산의 공격 수주전략에 건설업계도 긴장하고 있다.대형 건설사의 한 관계자는 “수주 경쟁에 뛰어들었다가 패배하면 손해만 수십억 원”이라며 “사업성 분석에 더해 경쟁사 행보까지 고려하게 되면서 선별수주 경향을 더욱 뚜렷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