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120억 '로맨스스캠' 부부 송환 9개월째 표류, 무슨일[사건추적]

2025-10-14

캄보디아에서 한국인 대학생이 범죄 조직에 납치돼 숨진 가운데

현지에서 벌어진 120억원대 '로맨스 스캠' 사기 부부의 국내 송환 문제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캄보디아 사법당국과의 협의가 제자리걸음을 하면서 이들의 송환이 9개월째 지연되며 사건 수사가 종결되지 못하면서다. 피해자들은 "수사는 한다는데, 달라지는 게 없다. 사기범들을 하루빨리 데려와 법정에 세워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14일 울산경찰청 등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 5월부터 캄보디아에 있는 30대 A씨 부부의 송환 절차를 진행 중이다. 이들은 공범들과 함께 지난해 3월부터 최근까지 주부·노인 등 100여명을 상대로 연애를 빙자한 주식·가상화폐 투자 사기를 벌인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지난해 7월 피해자들의 신고를 토대로 수사를 확대했다. 국내외에 있던 공범을 차례로 검거한 끝에, 지난 1월 인터폴 공조 수사를 통해 범행 총책인 A씨 부부를 캄보디아 현지에서 체포했다. A씨 부부는 현지 수용시설에 감금됐다고 한다.

하지만 수사는 뜻밖의 방향으로 흘렀다. 현지 사법 당국의 협조가 지연되는 사이, A씨 부부가 현지 기관 관계자에게 6000만원가량을 건네고 풀려났다는 정황이 포착됐다. 이들은 그 기간 성형으로 외모를 바꾸는 시도를 했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잡은 줄 알았던 피의자가 풀려났고, 성형까지 했다는 내용이 전해져 믿기 힘든 상황이었다"며 "지난 7월 수사관을 캄보디아로 급파해 우여곡절 끝에 다시 검거해 현지 사법 당국에 넘겼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재 이들이 캄보디아 수용시설에 수감 중인지, 다시 풀려났는지조차 명확히 파악되지 않고 있다고 경찰은 전했다. 국내 송환은 여전히 '기약 없음' 상태다.

송환이 늦어질수록 사기 피해금 환수도 힘들어진다. 경찰 관계자는 "현지 사법 절차가 불투명하고, 송환 관련 행정이 이상할 정도로 지연되고 있다"며 "법무부·외교부와 협조를 이어가고 있지만, 구체적인 진척은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캄보디아 정보국이라는 곳에서 국내에 체포된 무슨 정치범하고 맞교환하자고 말한다는데, 무슨 이야기를 하는 것인지 도대체 알 수가 없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국내 송환이 기약 없이 미뤄지자, A씨 등을 대상으로 인터폴 '은색수배(Blue Notice)'를 추가 발령했다. 이는 범죄자의 신원·거주지·이동 경로 등을 추적하기 위한 국제공조 경보로, 59개 인터폴 회원국에 정보를 공유해 범죄수익 자금과 부동산 등 재산 처분을 차단하는 조치다.

경찰이 파악한 이들의 로맨스스캠 수법은 정교하고 조직적이었다. 피해자에게 접근하기 위해 가상의 인물 프로필을 만들어냈다. 성격유형(MBTI), 가족관계, 직업, 혈액형까지 설정된 '가짜 연인'이었다. 서울 강남 40억원대 아파트에 사는 34세 여성, 군인 출신 아버지를 둔 외동딸, 필라테스와 골프가 취미인 친화력 있고 책임감 강한 사람 'ESFJ'형 성격. 모든 설정이 치밀하게 짜인 거짓이었다.

이들은 피해자들에게 "같이 투자 공부를 해보자"며 접근, 가짜 투자 전문가의 유튜브 강의로 자연스럽게 연결했다. 해당 영상에는 공범들이 '믿을 만한 강의', '이 강의 듣고 수익 났어요' 등 댓글을 달아 신뢰를 쌓았다. 가짜 투자 앱도 활용됐다. 실제 있는 국내 금융회사 명칭을 도용한 사이트와 앱을 만들어 피해자들이 돈을 입금하면, 화면상에서는 수익률이 오르는 것처럼 그래프를 조작했다. 피해자가 인출을 시도하면 "세금 내면 손해 본다"며 시간을 끌었고, 이후 연락을 끊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이렇게 발생한 피해 금액만 1인당 200여만원에서 많게는 8억여원에 달했다. 범죄 수익금은 가상화폐나 상품권 거래를 거친 세탁조직을 통해 현금화됐다.

"범죄조직 모르고 출국" 주장

경찰은 앞서 캄보디아에 있는 A씨 부부 외에 공범 34명을 검거·송치했다. 이 중 7명은 지난 7월 범죄단체 가입 및 사기 혐의로 징역 2~4년형을 선고받았고,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이들은 재판에서 "범죄조직인 줄 모른 상태에서 출국했고, 폭행과 협박에 따라 범행에 가담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울산경찰청은 13일 로맨스스캠 조직의 자금을 세탁해준 20대 B씨 등 2명에 대해 범죄단체조직죄,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통신사기피해환급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추가로 신청했다. 이들은 캄보디아에 사무실을 차려놓고, 범죄 조직 자금을 현금화 하는 등 여러 차례 도운 혐의를 받고 있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