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증한 캄보디아 한국인 납치 범죄…중국의 경험서 배우자

2025-10-14

유명 배우 왕싱 ‘스캠 납치’ 사건 후

“누구나 사기 피해자 된다” 경각심

‘피해자 탓’하던 중국 내 여론 변화

현 상황을 ‘현대판 노예제’라는 인식

‘구출’과 ‘구출 이후’ 논의에 참고해야

지난 1월 7일(현지시간) 미얀마 국경과 인접한 태국 메솟. 태국을 방문했다 실종됐던 중국 유명배우 왕싱(32)이 실종 사흘만에 태국 경찰과 함께 나타나자 중국에서는 안도와 충격 어린 반응이 교차했다. 그는 출국하기 전과 달리 머리를 박박 깎인 상태였다.

왕싱은 태국 영화에 캐스팅됐다는 말을 듣고 태국을 방문했다가 중국계 범죄조직에 납치됐다. 캐스팅 제의부터 사기였다. 범죄조직은 왕싱을 미얀마 국경지대 ‘스캠 센터’에 가둬 보이스피싱 등의 범죄에 투입할 요량이었다. 왕싱은 중국인 50명이 함께 갇혀 있다고 전해진다.

중국은 왕싱 사건 이전부터 미얀마 당국에 범죄조직 엄단을 요구해 왔다. 지난 한 해에만 5만명 넘는 자국민을 송환해 왔다. 지난 9월 29일 중국 저장성 원저우시 중급인민법원은 중국으로 송환된 미얀마의 대표적 중국계 범죄조직 ‘밍씨 가문’ 일당 11명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왕싱 사건이 가져온 가장 큰 파장은 사기 범죄 피해자를 향한 시선 변화일 것이다. 왕싱 사건은 ‘유명한 사람도 사기 범죄에 당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일깨웠다. 중국에서 사기 범죄 피해자들은 “사기를 당하다니 어리석다” “범죄에 가담한다는 사실을 알고 간 것이 아니냐”라는 시선을 받아 왔다.

동남아 등지에서 중국인 범죄조직에 납치된 것으로 추정되는 179명의 가족 487명은 왕싱이 구출된 바로 다음날 자신들의 가족도 구해달라며 집단 성명도 발표했다. 성명을 통해 대체 누가 ‘해외 고수익 아르바이트’를 하겠다며 자국보다 평균소득이 낮은 나라로 향하는지 일면을 볼 수 있었다.

성명에 소개된 사례에 따르면 조손가정에서 자라며 10대 때부터 생계를 책임져온 안모씨는 여동생 등록금 마련을 위해 중학교 때 친구와 함께 미얀마로 향했다. 어머니의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도 취업이 되지 않아서 국경을 넘은 이도 있었다. 어떤 이는 연예계에 데뷔한다고, 어떤 이는 물류센터 전산관리자로 일 한다고 생각하고 길을 떠났다.

이들은 사기와 인신매매 피해자이지만 보이스피싱 등의 범죄에 가담한만큼 구출되면 처벌도 뒤따른다. 감옥을 다녀오면 사회에 복귀하고 재취업하는 일이 어렵기 때문에 기껏 구출돼 놓고 다시 범죄의 현장으로 돌아가는 경우도 있다고 전해진다. 이 때문에 가족들이 공권력의 도움을 받는 대신 빚을 내 가며 몸값을 전해 범죄조직을 배불리기도 한다. 이 경우에도 죄책감과 트라우마는 평생 따라다닌다.

중국계 범죄조직이 개척한 이런 사업 모델이 돈이 된다는 사실을 알자 한국, 일본 등 다른 국가의 범죄조직도 뛰어들었다. 한국인 피해자가 대거 나왔다는 것은 한국계 범죄조직이 대거 가담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캄보디아의 피해자들은 세계적 문제의 한복판에 있다.

뉴욕에 본부를 둔 베르소 출판사에서 지난달 <스캠 : 동남아 사기 범죄단지의 이면>()이 출간됐다. 이 책은 동남아 사기범죄를 ‘중국인의 범죄’가 아닌 ‘감시 자본주의’와 ‘현대판 노예제라’는 틀로 접근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중국의 경험과 세계적 논의는 캄보디아의 한국인 피해자 ‘구출’과 ‘구출 이후’를 논의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피해자들이 무사히 돌아오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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