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티브 잉글리시] 정중한 거절의 표현

2025-05-30

필자는 영국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영국인들은 직설적인 행동과 말이 미덕이라고 하지만, 실생활에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다. 예의를 지키면서 진심을 직접 드러내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거절할 경우 특히 그렇다. ‘직설적인’ 문화를 가진 것으로 알려진 미국인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표현이 있다. 바로 “생각해볼게요(I’ll think about it.)”라는 말이다. 얼핏 들으면 아주 합리적으로 들린다. 하지만, 현실의 영어권 문화에서는 이 표현은 거절을 정중히 에둘러 말하는 방식 중 하나다.

영국에서는 이 표현이 일종의 사회생활의 생존 전략이기도 하다. 참석하고 싶지 않은 파티 초대를 받거나 마음이 내키지 않는 제안을 받았을 때, “I’ll think about it.”이라고 말하면 부드럽게 상황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완벽한 출구가 된다. 상대방의 기분을 해치지 않으면서, 불쾌한 분위기도 만들지 않으면서, 어느 정도 거절의 메시지를 전할 수 있는 절묘한 표현인 것이다. 직접적으로 거절하는 어색함을 피해 예의를 지키면서 정중하게 거절하는 기술인 셈이다.

미국에서도 이 표현은 비슷하게 쓰인다. 다만, 어투나 분위기에 따라 뉘앙스가 조금 달라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직장에서 누군가 새로운 프로젝트나 아이디어를 제안했을 때, 상사가 “생각해볼게(Let me think about it.)”라고 말한다면 상사의 성향이나 상황에 따라 “흥미롭군, 좀 더 논의해보자 (Interesting, let’s explore it further.)”는 의미일 수도 있고, “아닌 것 같아. 하지만 다른 팀원들 앞에서 당신의 기분을 상하게 하거나 당신 의욕에 찬물을 끼얹고 싶진 않아 (No, but I don’t want to hurt your feelings or kill your enthusiasm in front of the team.)”일 수도 있다. 핵심은 바로 말을 전달하는 방식에 있다. 짧은 침묵, 구체적인 후속 질문, 진지한 말투가 동반된다면 실제로 생각을 해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말끝을 흐리거나 그 이후 아무 말도 없다면 그것은 거절일 가능성이 크다.

영어를 배우는 사람들은 흔히 “I’ll think about it.”을 말 그대로 고민하는 상황으로 받아들이기 쉽다. 상황에 따라 다른 의미로 쓰일 수 있다는 것을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 실제 영어 원어민의 일상 대화에서는 의미가 다르게 쓰이는 경우가 많다. 누군가가 “I’ll think about it.”이라고 말한 뒤 다시는 같은 주제를 언급하지 않는다면, 그 사람은 실제로 그 주제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 아니다. 당신이 눈치껏 포기해주기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짐 불리 코리아중앙데일리 에디터 jim.bull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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