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수 없는 내게 왜 날지 않냐 묻지 않아준 너에게

2025-11-13

날고 싶지 않은 새

김강산 글·그림

dodo | 72쪽 | 1만8000원

날개를 펼치면 아름다운 세상을 만날 수 있는데, 왜 날지 않냐고 아무리 말해줘도 도무지 날고 싶지 않은 파랑새가 있다. 슬픔이 너무 깊어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파랑새는 그저 홀로 숲의 그림자 속에서 침잠할 때가 가장 편안하다.

어느 날 수풀 사이를 걷다 사냥꾼에게 붙잡힌 파랑새는 인간들의 눈요기가 되다 버려진다. 도시의 뒷골목에 쓰러져 있는 그에게 다가온 건 발목에 쇠사슬을 찬 플라밍고. 플라밍고는 파랑새를 데리고 도시에서 탈출한다. 다시 숲으로 돌아온 파랑새는 예전처럼 외롭지 않다. 플라밍고는 파랑새가 날지 않는다고 다그치지 않는다. 둘은 함께 걷고, 열매를 따먹고 서로에게 기대어 잠이 든다.

여러 계절이 지나고 플라밍고의 몸이 가을처럼 바스락거린다. 털이 듬성듬성 빠지고 움직이지 못한다. 파랑새는 직감한다. 이게 우리의 마지막이라는 것을. 플라밍고는 세상을 떠난다. 그를 옥죄던 쇠사슬만 남긴 채. 플라밍고는 이제 자유로워졌을까. 파랑새는 플라밍고가 그리울 때면 부리로 그가 견디었을 쇠사슬의 무게를 재어본다. 플라밍고와의 시간을 떠올리며 시간을 견디다 보니 다시 봄이 왔다. 파랑새는 바람꽃을 물어와 플라밍고가 있던 자리에 놓는다. 때마침 바람이 불고… 파랑새는 파란 하늘 속으로 날아오른다. 하얀 구름 저 위로 높이, 아주 높이.

겪어본 사람은 알 것이다. 어떤 슬픔은 바닥을 알 수 없는 심연 같다는 것을. 이유 없이 저무는 마음을 설명할 말을 찾지 못해 그저 감당하기만 한다는 것을. 아무것도 할 수 없지만, 사실은 내 안의 어떤 것과 치열하게 싸우고 있다는 것을.

홀로 밤하늘을 바라보던 파랑새에서 시작된 책은 플라밍고와 함께 일출을 바라보는 모습으로 닫힌다. 파랑새 곁에 묵묵히 있어준 플라밍고가 결국 파랑새를 날게 했다. 누군가에게 위로받은 마음은 그렇게 용기가 된다. 그리고 믿는다. 파랑새가 다시 누군가의 위로가 되어줄 것이라는 것을. 우리는 결국 사랑하게 되리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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