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절대 법망을 못 빠져나갈 것이라는데?

2024-07-02

탄핵제도를 이렇게 악용하다니

검사 겁박 후유증이 더 클 텐데?

천망 성글어도 놓치는 법이 없다

탄핵 대상 공직자에는 이 나라에서 신분・지위로 내로라하는 사람들이 망라돼 있다. 이들은 일반 사법절차로는 소추나 처벌이 어려운 ‘높은 분’들이다. 국민의 대의기관이 직접 나서서, 형사적 처벌은 못하더라도 그 직을 국민의 이름으로 박탈하고 폄척한다는 게 이 제도의 의의다. 쫓아내 놓고 나면 그때는 검찰・경찰・법원이 훨씬 쉽게 법대로 징벌할 수 있다. 아주 괜찮은 제도라고 하겠다.

그런데 한 직역이 빠졌다. 국회의원들은 누가 벌을 주나? 그 자리에 있을 자질이나 자격이 안 되는 사람은 국회에서 내쫓아야 한다. 이들을 다스리기에 법은 너무 멀다. 이름만 들어도 산천초목이 벌벌 떠는 검사・판사도 국회의원에 대해서는 어쩌지 못하는 광경을 국민들은 아주 흔하게 봐 왔다.

탄핵제도를 이렇게 악용하다니

탄핵 정도나 되어야 겁을 낼 텐데 아예 그 대상이 아니다. 설령 이들이 탄핵 대상에 포함된다고 한들 국회가 소추할 리 없다. 누가 동료의원에 대한 탄핵안을 발의하고 가(可)표를 던질 수 있겠는가. 탄핵은 안 되고, 그에 버금갈 다른 제도라도 만드는 것이 형평과 정의에 부합하겠지만 입법권이 이들에게 독점돼 있는 한 국회의원들의 이익과 안전에 반하는 제도의 신설은 불가능하다.

탄핵제도의 취지가 정면으로 부인되거나 왜곡・굴절되는 현실도 어이없다. 고위공직자들의 법적 도덕적 일탈을 막기 위한 제도가 의회 권력자의 청룡언월도나 장팔사모로 쓰일 줄을, 헌법 제정자들이 상상이라도 할 수 있었을까? 과오는 한번 저지르기가 어렵지, 일단 발을 들여놓으면 습관이 되기는 잠깐이다. 게다가 혼자 저지르긴 겁이 나도 집단에 묻혀서 저지를 경우엔 아예 두려움 자체가 없어질 뿐 아니라 정의감까지 주입받는다. 정말 무서운 것은 집단적 정의감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는 그를 대통령에 당선시켰던 새천년민주당이 주도했다. 노 전 대통령이 신 여당으로서의 열린우리당 창당을 사실상 주도한 데 대한 민주당의 반발심과 배신감이 탄핵소추로 분출됐다. 제1야당이었던 한나라당으로서는 집권의 기회를 또 놓친 데 더해 대선자금 수사까지 겹친 상황이었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를 난국 타개의 계기로 여길만했다. 더욱이 민주당이 차려주는 밥상인데 마다할 까닭이 있었겠는가. 그 점에서 그 탄핵소추는 노 당시 대통령이 초래했다고 할 수도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도 얼개가 비슷했다. 당시의 박 대통령은 친박・비박으로 갈라져 대립하고 있는 새누리당의 내분 상황을 주도적으로 해소할 의지가 없어 보였다. 그는 새누리당의 총선승리보다는 친박 중심의 당체제 강화에 더 관심을 가진 듯했다. 애초엔 더불어민주당도 탄핵까지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건 산술적으로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러기보다는 ‘정권 퇴진’의 동력을 강화하고 있었는데 새누리당 쪽에서 ‘탄핵 합작 가능’의 신호가 왔다. 박 전 대통령은 설마 했겠지만 국회 본회의 표결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새누리당 의원 128명 가운데 63명(추산)이 탄핵소추에 가(可)표를 던졌고 부(否)표를 던진 의원은 56명에 불과했다.

노 대통령은 헌재가 탄핵소추안을 기각한 바람에 ‘영웅의 귀환’으로 떠받들려지지만 박 대통령은 헌재에 의해 파면당함으로써 형사 범죄자로까지 전락해 긴 옥고를 치러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어쨌든 탄핵을 서로 주고받음으로써 금기의 벽은 무너졌다. 탄핵소추권을 정치적 무기로 쓰는 데 대한 정당들의 심리적 저항선이 사라진 것이다.

검사 겁박 후유증이 더 클 텐데?

민주당은 거대정당이었지만 정권을 지켜내지 못했다. 반대로 국민의힘은 정권을 쟁취했으나 22대 총선에서도 의석수를 더 보태지 못하고 약체 여당의 신세에 머물렀다.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 체제가 되면서 정치 도의・전통・관례 같은 것을 정치의 무대에서 쓸어내 버렸다. 이 대표를 사법리스크로부터 해방하기에 전 당력을 쏟아붓다시피 했다. 정치는 실종되고 말았다.

민주당은 문재인 정권이 건재하던 지난 21년 2월 임성근 전 서울중앙지법 수석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국회에서 통과시켰지만, 헌재에서 기각됐다. 윤석열 정부 들어서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안동완·이정섭·손준성 검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의 본회의 의결을 강행했다. 헌재는 이 장관, 안 부산지검 2차장 검사에 대해 기각 결정을 내렸다. 이 대전고검 검사 직무대리에 대한 헌재 결정은 9월에 나올 전망이다. 손 대구고검 차장검사 탄핵심판 절차는 항소심 판결이 나올 때까지 정지돼 있다.

헌재가 편들어주지 않는 것에 구애될 사람들이 아니다. 탄핵소추로 검찰과 사법부를 겁주는 게 목적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2일 다시 검사 4명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 이재명 전 대표(8월 18일 전당대회에 다시 대표로 출마하기 위해 잠시 물러섬)의 ‘대장동·백현동 특혜 개발 의혹’과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 의혹’ 사건 수사 담당자 등 검사 4명(강백신 수원지검 성남지청 차장검사, 김영철 서울북부지검 차장검사, 박상용 수원지검 부부장검사, 엄희준 부천지청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소속 의원 전원의 명의로 발의, 국회의 심의에 넘겼다. 민주당의 탄핵중독증엔 약이 없다.

이에 대해 이원석 검찰총장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갖고 “이재명 대표라는 권력자를 수사하고 재판하는 검사를 탄핵하여 수사와 재판을 못 하게 만들고 권력자의 형사처벌을 모면하겠다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만약 헌법이 국회의원도 탄핵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면 이처럼 직권을 남용해서 헌법과 법률에 위반되는 탄핵을 시도하는 그것이 바로 정확하게 탄핵사유가 될 것”이라고 전례 없이 강하게, 직설적으로 민주당을 몰아세웠다.

천망 성글어도 놓치는 법이 없다

이 총장은 이어 ‘천망회회 소이불루(天網恢恢 疎而不漏: 하늘의 그물을 크고도 넓어서 성긴 듯이 보이지만 결코 놓치지 않는다)’라는 노자 도덕경의 경구를 인용하면서 증거와 법리에 따라서 수사와 재판에 임해 반드시 범죄에 상응하는 처벌이 이뤄지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그렇지만 민주당의 탄핵은 전방위적 전천후이어서 이미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2명을 몰아내는 성과를 거뒀다. 이동관・김홍일 두 전 위원장의 경우다. 이 전 위원장은 작년 12월 1일, 김 전 위원장은 어제(2일) 민주당의 탄핵소추안 국회 표결이나 본회의 보고에 앞서 사퇴했다. 탄핵안이 헌재로 넘어가면 결정이 날 때까지 방통위의 업무가 마비될 것을 우려해서였다.

이뿐이 아니라 민주당은 ‘특검’ 공세도 계속하고 있다. 지난 국회에서 재의결에 실패한 ‘채 해병 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을 기어이 되살리겠다는 것이다. 윤석열 정권을 궁지로 몰아넣을 수 있는 것이면 이들은 무엇이든 마다치 않는다. 그게 이 대표를 사법리스크에서 구하는 길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명색이 국민의 대표이고 각자가 헌법기관이라는 국회의원 170명(당적을 내놓은 우원식 국회의장까지 포함. 물론 전부가 그렇다고 보지는 않지만)이 어떻게 이처럼 최면 걸린 듯 ‘판단 정지’ 상태에 빠질 수 있는지 기괴하기까지 하다.

이들은 전방위적 총공세야말로 이 대표에 대한 수사와 재판을 저지하고 궁극적으로는 모든 혐의를 없앨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안이라고 여기는 빛이 역력하다. 검찰은 물론 사법부까지도 절대다수 국회 의석으로 압도해 버릴 수 있다는 이 믿음은 어디서 비롯됐을까?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사실상 확정된) 도널드 트럼프에게서 배운 것 같기도 하고 전체주의적 질서 체계를 신봉하게 된 것 같기도 하지만 확실하게 알 수는 없다.

이렇게 해서도 이 대표가 원하는 상황이 조성되지 않으면 다음 단계는 ‘윤석열 탄핵’이 되기에 십상이다. 이미 윤 대통령을 겨냥해서도 ‘탄핵’은 이들의 일상용어가 됐다. 민주당 사람들은 예사로 그 말을 입에 올린다. 윤 대통령이 민심을 얻고 정부・여당이 단합하면 탄핵은 선동・압박 용어에 그치겠지만 정권 내부적 분열이 구조화・악화한다면 그건 현실적 위협이 될 수 있다. 아무 거리낌 없이 탄핵에 입맛 다시는 저들을 보라.

글/ 이진곤 언론인·전 국민일보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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