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문이 흔들릴 정도로 시끄러운 북한의 대남방송 피해가 이만저만 아닙니다.”
경기 파주 휴전선 인근지역 농민들이 귀 고막을 찢어놓을 듯한 크기의 대남방송으로 고통을 호소하고 나섰다. 2024년 봄께 시작돼 11월 무렵부터 강도와 횟수가 증가했는데, 밤낮을 가리지 않고 동물 울음소리, 기괴한 기계음 등이 지속되면서 일상생활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주민들은 “옆 사람과의 대화가 불가능할 정도”라고 하소연한다.
실제로 관계기관이 지난해 간이측정한 결과 대남방송은 70∼80㏈(데시벨)이었다. 이는 진공청소기를 돌렸을 때 나는 소음 수준으로 장시간 지속적으로 노출됐을 때 난청 등을 유발할 수 있다.
농민들에 따르면 파주 탄현면 대동리·만우리·오금리의 피해가 크다. 이 지역 상당수 농지와 농가주택이 휴전선과의 거리가 500m도 안 될 정도로 가깝기 때문이다.
특히 곡소리와 우는 소리 등을 섞은 듯한 기괴한 소리가 밤 11시부터 오전 5시까지 쉴 새 없이 쩌렁쩌렁 울리는 바람에 주민들은 불면증에 시달리는 등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다. 김정남씨(54·대동리)는 “창문을 닫아도 소리가 너무 커서 도저히 밤에 잠을 잘 수가 없다”면서 육체적·정신적 고충을 털어놨다.
가축 수정률이 떨어지고 임신기간이 길어지는 등 경제적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30여년간 벼농사와 축산을 하고 있는 유성수씨(58·대동리)는 “최근 한우 3마리가 유산을 했다”며 “수정도 예전에는 1∼2회만에 됐지만 요즘에는 3∼5회만에 겨우 된다”면서 한숨을 쉬었다.
이웃 마을에서 젖소 45마리를 사육하는 우준혁씨(51·만우리)도 “지난해부터 지금까지 소 유산 피해가 2회 발생했고 유량이 최근 10∼15% 줄어 들었다”며 “젖소 임신기간이 280일인데 임신 288일째인 두마리가 출산 조짐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걱정했다. 유씨는 “재임신기간도 150일 안팎이었는데 지금은 임신우 60∼70%가 200일을 넘기는 실정”이라고 주장했다.
영농철을 앞두고 농사일에 지장이 있을 거라는 우려도 크다.
유씨는 “곧 논을 갈고 못자리를 해야 하는데 대남방송 소리가 소름이 끼칠 정도로 듣기 싫다”며 “앞으로 벼 생육에도 지장을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영균 탄현농협 조합장은 “지역 내 농지 1200㏊ 중 800㏊가량이 휴전선 접경지역에 있다”며 “그렇잖아도 일출 전과 일몰 뒤엔 마음대로 영농활동을 할 수 없어 지장이 많은데 대남방송 피해까지 더해져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곧 농번기가 되면 야외 영농활동 시간이 늘어나고 농민들의 불편과 고통이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주민들은 대책 회의를 수차례 했지만 아직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행정기관을 원망하고 있다.
한 주민은 “탈북단체들의 대북 전단 살포가 있은 직후 대남방송 횟수와 소리 강도가 증가하고 있다”며 “국회나 정부가 대남방송 피해 구제와 대책 마련에 적극 나서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파주=오현식 기자 hyun2001@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