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기후 변화로 인해 극한 기상 현상이 빈번해지면서 강, 호수, 해안 지역에서 하수 관련 바이러스에 대한 노출 위험이 커지고 있다. 특히 폭우와 폭염의 증가가 하수 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이 크며, 이에 따른 공중보건 위협도 심각한 수준이다.
최근 영국 방고르대학교 환경 및 자연과학부 박사후 연구원 제시카 케빌(Jessica Kevill)이 주도한 연구에 따르면, 특정 기상 조건에서 하수 관련 바이러스가 며칠간 지속될 수 있으며, 이는 인간 건강에 직접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 해당 연구는 학술지 워터리서치(Water Research)에 게재되었으며, 기후 변화가 바이러스의 생존 기간과 전파 가능성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하수에는 인간의 배설물뿐만 아니라 박테리아, 바이러스, 의약품, 음식물 쓰레기 등이 포함되어 있다. 특히 노로바이러스나 엔테로바이러스와 같은 감염성 바이러스는 화장실을 사용할 때마다 수십억 개의 입자가 배출될 수 있으며, 증상이 사라진 후에도 일정 기간 동안 지속적으로 배출된다.
영국의 하수 처리 시스템은 바이러스를 99% 이상 제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처리된 하수라도 여전히 일정량의 바이러스를 포함하고 있어 강과 바다로 방출될 경우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문제는 미처리 하수가 대량으로 배출될 경우 훨씬 더 심각한 오염을 초래한다는 점이다.
특히 폭우가 내리면 도시 하수도 시스템이 감당할 수 있는 양을 초과해, 미처리 하수가 그대로 강과 바다로 유입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후 변화는 폭염과 폭우를 동시에 증가시키며 하수 오염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연구진은 기후 변화가 하수 관련 바이러스의 생존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기 위해 일련의 실험을 진행했다. 연구팀은 강, 하구, 바닷물 샘플에 아데노바이러스와 노로바이러스를 투입한 뒤, 다양한 온도와 햇빛 조건에서 바이러스의 생존 기간을 측정했다.
그 결과, 바이러스는 최대 30°C의 높은 온도에서도 바닷물에서 최대 3일 동안 전염성을 유지할 수 있었다. 낮은 온도에서는 생존 기간이 더욱 길어졌으며, 최대 일주일까지 바이러스가 활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햇빛 노출 실험에서는 맑은 날 바이러스가 24시간 이내에 사멸했지만, 흐린 날에는 최대 2.5일까지 생존할 수 있었다. 이는 하수 오염 지역에서의 레크리에이션 활동이 감염 위험을 높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연구진은 “하수 배출이 이루어진 해역에서는 맑은 날 최소 24시간, 흐린 날에는 최소 2.5일 동안 물놀이를 피하는 것이 감염 위험을 줄이는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이러한 문제는 영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처리되지 않았거나 부분적으로 처리된 하수를 자연수에 방류하고 있으며, 이는 공중보건에 중대한 위협이 되고 있다.
따라서 기후 변화가 악화되는 가운데, 정부와 보건 당국은 보다 정밀한 수질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하고, 하수 처리 시설을 개선하는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또한, 기상이변에 따른 하수 오염 위험을 사전에 예측하고 대응할 수 있는 정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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