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대통령의 30일, 언론이 묻고 국민에게 답하다' 기자회견에서 출입기자 질문을 받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2025.07.03. [email protected] /사진=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상법 개정안이 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여야 합의에 따라 처리된 것으로, 새 정부 출범 후 여야 협치 1호 법안이다. 앞서 이 대통령이 "필요할 때마다 야당과 만나 협력하겠다"고 손을 내밀었고, 여당도 일부 쟁점 법안 처리 계획을 접으며 협치 의지를 보인 결과다.
국회는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에서 본회의를 열고 상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표결에는 여야 모두 참여했으며 재석인원 272인에 찬성 220인, 반대 29인, 기권 23인으로 통과됐다. 전날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 유상범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와 법제사법위원회 여야 간사인 김용민 민주당 의원, 장동혁 국민의힘 의원 등은 상법 개정안 처리에 합의한 바 있다.
상법 개정안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주주로까지 확대하는 것이 골자다. 이사가 직무수행 시 총주주 이익을 보호하며 전체 주주 이익을 공평하게 대우하도록 하는 항목이 명문화됐다. 이 밖에도 상장회사가 선임하는 사외이사 명칭을 '독립이사'로 명명하고 의무선임 비율을 3분의 1로 확대하는 내용도 담겼다.
여야 합의 과정에서 쟁점이던 일명 '3%룰'은 보완 적용됐다. 3%룰은 감사위원 선출 시 최대 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 의결권 3%로 제한하는 것을 일컫는다. 이날 통과된 개정안은 대규모 상장회사의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해임 시 발행 주식 총수의 3% 초과 소유 여부에 관해 최대 주주는 항상 특수관계인 등과 합산해 판단하도록 했다.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6회 국회(임시회) 제4차 본회의에서 상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재석 272인, 찬성 220인, 반대 29인, 기권 23인으로 가결되고 있다. 2025.07.03. [email protected] /사진=고승민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본회의 직전 취임 30일 맞이 기자간담회에서 "필요할 때마다 야당과 만나 협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분열의 정치를 끝내겠다"는 선언과 함께 임기를 시작한 이 대통령은 민주당의 주요 쟁점 법안 강행 처리에 제동을 걸며 국민의힘의 협조를 끌어내기 위해 노력해왔다.
민주당은 6월 임시국회 시작과 동시에 이른바 '이재명 대통령 재판중지법'과 '방송 3법' 등의 처리를 강행할 방침이었으나 이 대통령의 의중 등이 작용하면서 해당 계획을 접고 속도 조절에 나선 바 있다.
이에 야당도 화답했다. 이날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인준 표결에는 불참한 국민의힘 의원들은 상법 개정안이 상정되자 속속 본회의장으로 모여 표결에 참여해 법안을 통과시켰다.
상호 양보를 바탕으로 이뤄낸 이번 합의를 통해 여야도 모두 실익도 챙겼다. 민주당은 대선 승리 후 씌워진 '거대여당의 독주' 이미지를 불식시킬 수 있었다. 또 총선·대선에서 연이어 패배하고 법사위원장직까지 내주면서 정부·여당을 견제할 수단이 사실상 전무해진 국민의힘은 식물야당으로 전락할 위기에 놓인 상황에서 이번 합의를 통해 국정 운영의 파트너로서의 역할을 확인했단 평가가 나온다.
한편 윤석열 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던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 양곡관리법 개정안, 방송 3법 등 쟁점 법안들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있다. 국민의힘에선 자신들이 반대했던 김민석 총리 후보자 인준안 가결을 지켜보며 느꼈을 무력감 속에서 정부·여당을 상대로 어떤 스탠스를 취해야 할지 내부 격론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 = 이춘석 법제사법위원장이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상법 개정안 등에 대한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안건을 상정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025.7.3/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
호준석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한 달 만에 기자회견을 가진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야당과 끊임없이 대화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도 다행스러운 일"이라면서도 "대통령은 협치를 말하고 여당은 입법 폭주하는 역할 분담의 반복이 아닐지 우려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상법 개정안을 여야가 합의했듯 노란봉투법, 양곡관리법, 방송3법 등 악법 추진을 중단하고 대화에 나서야 대통령의 말을 국민이 믿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이날 국회를 통과한 상법 개정안이 공포되면 주식시장 활성화로 이어지고 이에 따라 부동산 가격 안정화의 효과를 거둘 것이라 보고 있다. 김병기 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규칙을 지키는 공정한 시장이 만들어져 '코스피 5000 시대'가 열릴 것"이라며 "오늘(3일)은 코스피 5000시대의 첫발을 내딛는 역사적인 날"이라고 말했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도 이날 방송인 김어준씨가 운영하는 유튜브 생방송에 출연해 "(그동안 여유자금이 있어도) 마땅한 투자처가 없었다"며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부동산으로 갔던 돈이 주식시장으로 흘러오지 않겠나. (이 대통령은) 집값도 잡고 주식시장도 부양한다는 일석이조의 정책을 펴겠다는 생각이 확고하다"고 했다.
국회는 오는 4일 본회의를 열고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처리하기로 했다. 당초 이날 본회의에서 처리할 계획이었으나 주요 상임위원회 및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논의가 마무리되지 않으면서 일정이 밀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