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상법개정안 여야 합의처리 환영한다

2025-07-03

상법개정안이 어제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한 차례 무산된 바 있고, 여야 간 이견도 큰 상황에서 재계의 거센 반발도 있어서 진통을 겪기도 했으나 여야가 한 발씩 양보하면서 극적으로 타결됐다. 이번 상법 개정은 그 내용에 앞서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첫번째 ‘여야협치법안’이라는데 큰 의미가 있다. 국내외 경제 환경이 어려운 상황에서 여야가 ‘협치 1호’를 민생경제 분야에서 만들어 낸 것도 박수 받을만 하다.

상법개정의 내용도 평가 받을만 하다. 우선 이사의 충실의무 범위를 확대한 것이 가장 눈에 띈다. 그동안 우리나라 자본시장에서는 회사의 이사가 최대주주의 이익을 위해 일반 주주의 이익을 침해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주주의 이익을 침해해도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자본시장의 후진성 때문에 글로벌 초우량기업도 디스카운트된 주가에 머물 수 밖에 없었고, 이는 곧 일반 주주들의 재산상 피해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었다.

상법 개정을 통해 이사의 충실의무가 ‘회사’에서 ‘주주’까지 확대되면서 대주주에 의해 일반 주주가 이익을 침해받는 일은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기업의 이사는 법령과 정관의 규정에 따라 회사 및 주주를 위하여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해야 한다. 또한 이사가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총주주의 이익을 보호해야 하고,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대우해야 한다. 이사회가 회사의 이익을 위해 내린 결정이 추후 소액주주에게 불리한 결정이라고 판단되면 손해배상·배임죄 소송에 휘말릴 수도 있다.

여야가 마지막까지 이견을 좁히지 못했던 소위 ‘3%룰’도 합의했다. 법안심사소위 회의에서 이견이 좁혀지지 않자 법사위 양당 간사와 여야 원내 운영수석부대표가 참여하는 ‘2+2 회동’을 열어 견해차를 좁혔다. 3%룰은 이사회로부터 분리선출되는 감사위원을 선임할 때 의결권이 제한되는 범위를 ‘최대주주’에서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합산’으로 확대하는 내용이다.

전자주주총회도 도입됐다. 기업의 자산규모 등을 고려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상장사는 전자주주총회 병행 개최를 의무화하는 내용이 담겼는데, 이는 주주들의 접근성을 제고하고, 절차적 투명성을 확보하려는 취지다. 사외이사의 명칭을 독립이사로 변경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기존의 사외이사들은 형식적으로만 외부 인사일 뿐 대주주와 친밀한 인물인 경우가 많아, 경영진을 관리감독 해야하는 사외이사들이 최대주주의 거수기 아니냐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이에 사외이사의 독립성을 강조하는 차원에서 용어가 변경됐다.

끝내 합의되지 않은 쟁점은 여야가 추후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애초에 민주당은 소액주주의 권리를 강화하기 위해 집중투표제를 도입하고, 감사 기능의 독립성과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감사위원회에 사외이사를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국민의힘이 끝까지 반대의사를 굽히지 않아 양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향후 공청회를 통해 다시 합의를 시도할 전망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당시부터 상법 개정을 통해 자본시장을 선진화해서 코리아디스카운트를 없애겠다고 공약했다. 많은 일반 투자자들과 국민들의 동의가 있었고, 자본시장 전문가들의 찬사가 이어졌다. 이러한 여론과 기대는 대선 직후 주식시장에서 즉각 반영됐고, 철옹성 같았던 종합지수 3000을 가뿐히 뚫었다. 많은 증권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주식시장이 대세상승장의 초입에 진입했다는 분석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또한 상법개정과 함께 금융당국의 투명한 정책집행이 제도화 된다면 주가지수 5000시대도 머지 않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이번 상법개정과 그에 대한 자본시장의 반응을 보면 관행으로 굳어진 불공정을 정상화 시키는 것이야말로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지 새삼 깨닫게 만든다. 이제 재계도 작은 이익을 위한 방어적 자세에서 벗어나 자본시장 선진화에 적극 동참해 주주가치 제고와 대한민국 국부 증대를 위해 국민과 함께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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