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한 MZ, 국힘 앞 '정당 장례식'…"'불'편히 잠드소서" 사망 선고

2024-12-11

"우리는 그들을 위해 울지는 않겠습니다. 곡소리 대신 구호를 외치겠습니다."

"고(故) 정당의 명복을 빌며 잠시 묵념을…. 할 필요는 없겠습니다."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앞에 검은 옷과 흰 장갑 등 조문객 차림을 한 청년 수십 명이 모여들었다. 검은 띠를 두른 '국민의힘' 정당 액자 앞에서 향을 피운 뒤 이들은 한 명씩 국화꽃을 헌화했다. 당사 앞에 쌓인 국화는 총 105송이로, 지난 1차 탄핵 표결에 참여하지 않고 국회의사당을 떠난 의원들의 수와 일치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1차 탄핵소추안 표결 당시 국회를 떠났던 의원들의 사무실로 근조화환이 줄줄이 배달된 데 이어 이른바 '정당 장례식'까지 치러지는 등 여당을 향한 '정치적 사망 선고'가 곳곳에서 내려지는 모습이다.

이날 청년 단체 '윤석열 퇴진을 위해 행동하는 청년들(윤퇴청)'은 1차 표결을 거부한 국민의힘에 규탄하는 차원에서 '국민의힘 장례식'을 진행했다. 직장인·대학생·대학원생 등 20~30대 500여 명으로 구성된 이들 단체는 "헌정질서를 파괴하고 공당의 기능을 상실한 국힘에 사망을 선고하며 부고 소식을 전한다"고 밝혔다.

일부 청년들은 최근 국민의힘 의원들이 사무실로 배송온 근조화환을 되돌려보낸 것에 대한 대응으로 직접 띠를 두른 채 '인간 화환'으로 등장했다. 띠에는 '안 고이 잠드소서' '삼가고당 자진해산 기원' 등의 문구가 쓰여 있었다. 해당 문구들은 X(옛 트위터)를 통해 제기된 시민들의 아이디어를 채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재정 윤퇴청 대표는 "국민의힘이 윤석열에게서 국군통수권을 빼앗고 탄핵시키는 것이 아니라면 당대표가 총리를 만나든, 원내 대표로 누구를 뽑든 국민들은 관심 없다"면서 "국민들이 바라는 것은 빠른 탄핵으로 인한 직무 정지와 국정 안정이며, 이 엄중한 요구를 지키지 않는다면 그것은 내란 동조이고 공범"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거리를 메운 100만 시민들의 염원을 져버리고 자신들만의 안위를 지킨 국민의힘에게 깊은 유감을 표하면서 오늘의 장례식을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단체 측은 시민들로부터 전달받은 추도사를 읽으면서 '민주주의 수호의 가치를 잃어버린 정당은 수명이 다했다'며 국민의힘을 규탄하고 오는 주말 2차 표결에 참여할 것을 촉구했다.

이날 헌화 행사에는 윤퇴청 소속 청년들 뿐만 아니라 길을 지나던 시민들도 여럿 참여했다. 일부 시민들은 국민의 힘 액자를 향해 큰절을 올리거나, 국화를 바닥에 집어 던졌다. 장례 행사 앞을 지나가던 한 택시 운전사가 창문을 내리고 '잘하고 있다'며 응원을 보내기도 했다. 주최 측이 사전에 게시한 '부고' 형식의 행사 포스터는 X에서만 2만 5000회 이상 공유되는 등 큰 호응을 얻었다.

한편, 같은 시간 시민단체 대구 촛불 단체 역시 국민의힘 대구광역시당 사무실 앞에서 '국짐당 장례식' 행사를 치르고 추모 공연까지 진행했다.

해당 행사들은 최근 며칠 사이 국민의힘 소속 국회의원 사무실에 각종 근조화환이 배송된 데 이어 열렸다. 서울경제신문 전수조사에 따르면 1차 탄핵 표결 이후 서울 내 국민의힘 소속 국회의원 11명 중 최소 9명에게 근조화환이 배달됐다. 근조화환에는 '평생의 배신자 배신현진(송파을 배현진)', '앞으로 선거 때 트럭에서 노래 쳐하고 플랜카드 걸기만 해봐(용산 권영세)', '좌와 우를 넘어 내란으로(마포갑 조정훈)' 등의 비판 문구가 적혀있었다.

이에 여권 측은 '지나치게 폭력적'이라며 형사 대응에 나서는 등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현행법상 근조화환을 배송해 시위하는 행위는 합법이다 보니 화환은 단순히 숨겨버리는 데 그치지만, 그 외 도를 넘었다고 판단하는 행동의 경우 즉각 고발에 나서는 모습이다.

실제로 사무실 앞에 계란·밀가루 공격을 당하고 자택 앞에서 커터 칼이 발견된 김재섭(도봉갑) 의원은 경찰에 신고했으며 이만희(경북 영천청도) 의원 측은 사무실 문 앞에 단순 '쪽지'를 붙인 고등학교 3학년 학생에 대해 재물손괴 혐의로 경찰 신고를 한 사실이 보도되면서 역풍을 맞았다. 나경원(동작을) 의원 측은 화환이 도착하는 족족 사무실 앞에서 모두 치워버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막상 의원 사무실과 같은 건물에 입주한 이들은 '큰 상관이 없다'며 위화감을 느끼지 않는 모습이다. 강남구 모 의원실과 같은 층에 위치한 학원 관계자 A(30대)씨는 “근조화환이 있어도 실제 상갓집이 아닌데 어떤가. 같은 층이나 복도에 놓이더라도 딱히 면학 분위기를 해치거나 학부모의 민원이 있지는 않을 듯하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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