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 3년…'대표 책임론' 논란 속 실효성 시험대

2025-08-17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3년이 지났지만 산업현장에서의 사망사고는 뚜렷하게 줄지 않고 있다. 대표이사가 사고 책임을 지고 줄줄이 사퇴하는 ‘대표 책임론’이 반복되면서 법의 실효성과 제도 설계의 균형성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포스코이앤씨 정희민 대표가 잇따른 산업재해 책임을 지고 물러난 데 이어, DL건설에서도 근로자 추락사고 후 대표와 임원 80여 명이 일괄 사표를 냈다. DL건설은 전국 44개 현장을 무기한 중단했지만, 업계에서는 “사고 예방보다 대표 사퇴가 언론 대응용 카드가 된 셈”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고용노동부 ‘중대재해 알림e’에 따르면 산업재해 사망자는 2022년 644명, 2023년 598명, 2024년 589명으로 소폭 감소에 그쳤다. 올해 3월 말 기준 사망자는 542명으로 오히려 전년 동기 대비 늘었다. 특히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사망자가 6.4% 증가했다. 법 시행 3년이 지났지만 기대했던 ‘급격한 감소 효과’는 확인되지 않은 셈이다.

업계는 안전모·안전벨트 지급, 사전 안전교육, 작업중지권 보장 등 제도적 장치를 갖추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현장의 모든 순간을 통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한 건설사 안전담당자는 “근로자의 순간적인 부주의 사고까지 경영진이 형사책임을 지는 건 비상식적”이라고 말했다.

특히 영세업체는 한 번의 사고로 과징금, 공사 중단, 입찰 제한 등 연쇄 제재에 직면해 사실상 도산 위기에 몰린다. 업계 전반에 “누가 다음 차례가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커지면서 신규 수주를 꺼리는 기류도 확산되고 있다.

정부는 내달 영업정지, 입찰 제한, 과징금, 등록말소까지 가능한 ‘노동 안전 종합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단일 사고 사망자 1명이라도 연간 반복되면 제재할 수 있도록 요건도 완화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법 취지와 달리 산업계 전반의 위축만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한다. 건설업계는 최저가 낙찰제, 무리한 공기 단축, 다단계 하도급 같은 구조적 문제를 방치한 채 처벌만 강화하는 방식은 한계가 뚜렷하다고 주장한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안전을 강화하자는 취지에서 출발했지만, 현실에서는 기업 경영을 압박하는 규제로만 작동하고 있다. 안전관리 투자는 강화하되, 합리적 책임 범위와 산업 구조 개선을 병행하지 않는다면 산업재해도, 기업 경쟁력도 지켜내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 경기신문 = 오다경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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