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시, ‘피난처 도시’ 조례 제정…최소 12개 도시 유사 조례
연방정부와 불법체류자 정보공유 거부, 일각에선 “노숙자도 많다” 부정적
미국 서부 최대 도시 로스앤젤레스(LA)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공언해 온 ‘불법 이민자 추방’ 정책에 맞서 ‘피난처’를 자처하고 나섰다.
19일(현지시간) AP통신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LA 시의회는 연방정부가 지역의 자원을 불법 이민 단속에 사용하는 것을 막고, 시 당국이 불법체류자들의 정보를 연방정부나 당국과 공유하는 것을 금지하는 ‘피난처 도시’(sanctuary city) 조례를 이날 통과시켰다. 거부권이 있는 캐런 배스 LA 시장은 이 조례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AP는 LA를 포함해 미국 전역의 최소 12개 도시가 유사한 조례를 도입했다고 전했다. ‘피난처 도시’는 법적인 용어는 아니지만, 이민자들을 보호하고 지원하며 불법 이민 단속 당국에 관련 정보를 제공하지 않겠다는 서약을 한 지역을 지칭하는 용어로 사용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차기 정부에서 불법 이민자 단속을 대대적으로 벌여 미국 밖으로 추방하겠다는 계획을 대선에 출마하면서부터 거듭 밝혀왔다. 이에 맞서 LA의 이민자 옹호 단체들은 트럼프의 차기 정부가 내년 1월에 들어서기 전에 먼저 보호 조처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LA시 당국은 이미 연방 당국과 협력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이번 조례에 따라 실질적인 변화가 얼마나 있을지는 불분명하다고 지역 매체들은 전했다.
일각에서는 노숙자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는 LA시 당국이 불법 이민자들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일 경우 도시의 여러 문제가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한다.
한편 LA 교육 당국은 불법 이민자와 함께 성소수자(LGBTQ+) 학생을 지역 내에서 보호하기로 결의했다. 지역 일간지 LA타임스 등에 따르면 지역 교육청 격인 LA 통합교육구(LAUSD) 교육위원회의 재키 골드버그 위원장은 이 교육구를 ‘피난처 구역’(sanctuary district)으로 선언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이 결의안은 학군 내 이민자 가정의 학생과 가족을 위한 보호 정책을 다시 확인하고, 연방 이민 당국이 접근할 경우 교사와 교직원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교육할 것을 각 학교에 요구했다.
또 “미국에서 문서화된 반(反)이민 및 반LGBTQ+ 정서의 증가”를 언급하며 해당 학생들에 대한 보호를 확대할 것을 촉구했다.
윤준호 기자 sherpa@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