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왜 안 좋은 예감, 혹은 전망은 항상 들어 맞는 것일까. 지난 1일 온누리상품권 통합 앱이 출시되자마자 안드로이드에서 무려 11시간이나 먹통이 됐다. 지금은 서비스가 복구되어 정상 운영되고 있지만, 서비스가 출시된지 6일차인 지금까지 정확한 오류의 원인과 피해 규모, 보상 방안 등은 알려진 바가 있다. 서비스 운영사인 한국조폐공사(이하 조폐공사)가 사과 한 마디 없이 입을 꾹 다물고 있기 때문이다.
조폐공사는 지난 1일 발생한 서비스 오류에 대해 어떠한 입장도 밝히지 않고 있다. 조폐공사가 운영하는 온누리상품권 통합 앱인 ‘디지털온누리’에는 오류 관련 안내, 공지사항조차 올라오지 않은 상태다. 통상 서비스 오류가 발생하면 해당 기업이 당일 앱 공지사항에 원인을 설명하거나 팝업창을 통해 사과문을 올리는데, 조폐공사는 이런 자연스러우면서도 당연한 관행을 따르지 않았다.
이번 조폐공사의 침묵은 지난 1월에 보인 모습과 대조적이다. 온누리상품권 모바일 사업자였던 비즈플레이는 당시 조폐공사가 기술력 부족, 준비 미흡 등을 이유로 서비스를 정상적으로 출시하기 어려울 거라고 비판한 바 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조폐공사는 입장문을 내고 비즈플레이의 비판에 조목조목 반박하며 “온누리상품권 통합 플랫폼이 차질없이 오픈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상황의 경중을 고려하면, 그때보다 지금이 적극적인 설명과 해명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바이라인 네트워크>가 조폐공사 측에 오류 관련 공식입장을 문의하자 담당자는 “어떠한 입장도 발표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결국 온누리상품권 통합 앱을 쓰는 이용자와 자영업자는 서비스 오류가 왜, 누구에게 일어났는지 또 피해 규모를 포함한 피해보상을 받을 수 있는지 조차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구체적인 설명이 없는 상황에서 추측 기사가 쏟아지자 보다 못한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하 소진공)이 사실관계 바로잡기에 나섰다.
소진공은 지난 5일 설명자료를 통해 서비스 오류 경위와 원인 등을 설명했다. 자료에 따르면, 온누리상품권 통합 앱 오류는 언론에서 지적한 조폐공사의 서버 자원 부족이 아닌, 안드로이드 앱의 로딩 문제로 인한 접속장애로 인해 발생했다. 다만, 소진공 측은 자세한 기술 설명에 대해선 “조폐공사에 문의해야 한다”며 “언론에 잘못 나온 내용만 설명할 수 있는 선에서 밝힌 것”이라고 말했다.
온누리상품권은 전통시장, 골목상권 활성화를 위해 정부에서 발행하는 상품권으로, 이용자와 자영업자에게 주요 결제 수단으로 자리잡았다. 특히 온누리상품권은 지류 대비 디지털상품권 사용량이 높아지는 추세로, 앱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이번 설 명절 이벤트 기간(1월10일~2월10일) 동안 전체 온누리상품권 판매액은 1조267억원으로, 이 중 디지털상품권이 전체 판매액의 82%로 상당수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온누리상품권이 소상공인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만큼, 조폐공사는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고 하루빨리 입을 열어야 한다. 민생 관련 사안일수록 빠른 사과와 설명이 필요하다. 왜 오류가 일어났는지, 피해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 보상은 어떻게 할 것인지, 서비스 안정화를 위해 어떠한 노력을 할 것인지 등의 설명을 해야 한다. 지난 1월 기존 사업자의 비판에 강력하게 해명하던 조폐공사의 입이 언제 다시 열릴지 모두가 주목하고 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홍하나 기자>0626hhn@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