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많이 맞고 자랐어요.
그러고 보면 나도 피해자예요.”
교도소 상담실, 짙은 눈썹의 남자 A가 눈물을 쏟아냈다.
난 그가 작성한 심리검사 결과지에 시선을 멈췄다.
우울, 분노, 강박증 검사 결과는
“한번은 아버지가 공장 드럼통에 저를 가두고
꼬박 이틀을 못 나오게 했다니까요.”
A는 그날을 회상하며 손톱을 물어뜯었다.
진술대로라면 A 역시 가정폭력의 피해자였다.
전문가들은 성장 과정에서 학대나 결핍된 정서가
범죄를 유발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왜 어떤 사람은 역경 속에서 성장하고,
또 어떤 사람은 그 분노를 타인에게 쏟아내는가.
이 질문은 한동안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속마음을 이야기한 건 처음이네요.”
A는 후련하다는 표정으로 상담실 문을 열고 나갔다.
마음속 분노의 응어리가 좀 해소됐을까?
더 좋은 사람으로 살고 싶은 동기가 생겼을까?
그가 앉았던 빈 의자를 보며
혼란스러운 마음에 미간을 찌푸렸다.
왜냐하면,
어린아이처럼 눈물을 흘리던 얼굴과
정반대의 모습을 나는 알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