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규·판례] 중국산 필름, 제조방식 차이가 부른 '관세폭탄'

2025-07-29

(조세금융신문=신경철 기자) 중국산 플라스틱 필름의 제조방식을 둘러싼 관세 분쟁에서 국내 수입업체가 최종 패소했다. 업체는 수입한 제품이 낮은 관세율을 적용받는 '습식 코팅필름(Wet coating film)'이라고 주장했지만, 인천공항세관은 높은 덤핑방지관세가 부과되는 '증착필름(Metalized film)'이라고 판단했다. 양측의 갈등은 조세심판원으로 이어졌고, 심판원 역시 세관의 손을 들어줬다.

논란이 된 제품은 ▲PET 소재의 'H필름'과 'I필름' ▲폴리프로필렌(PP) 소재의 'J필름'이다. 이 필름들은 외관상 금속과 비슷한 은색 광택을 띠어 유사해 보이지만, 제조방식에 따라 부과되는 관세율에 큰 차이가 있다.

◆ 제조방식 따라 관세율 최대 10배 이상 차이

관세율 차이의 핵심은 ‘덤핑방지관세’ 부과 여부다. 덤핑방지관세는 외국에서 정상 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수입돼 국내 산업에 피해를 줄 경우 부과하는 특별 관세다. 국내 산업 보호 목적이므로 일반 관세보다 훨씬 높은 관세율이 적용된다.

우리나라는 중국산 필름 중에서도 진공 상태에서 금속을 고온으로 증발시켜 표면에 얇게 입힌 증착필름에만 덤핑방지관세를 부과한다. 현재 증착필름의 덤핑방지관세율은 최소 12.91%에서 최대 36.98%에 이른다.

반면 일반 환경에서 액체 용액을 표면에 도포하는 습식 코팅필름은 덤핑방지관세가 없고,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최대 2.6%의 낮은 협정관세만 적용받는다. 제조방식 차이 하나로 관세 부담이 최대 10배 이상 달라질 수 있다.

◆ 업체 "습식 코팅 방식 필름…증착과 근본적으로 달라"

업체는 수입한 필름이 증착필름과는 제조방식부터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주장했다. 증착필름은 진공 상태에서 금속을 고온으로 증발시켜 필름 표면에 입히는 방식이다. 반면 자신들이 수입한 필름은 일반 환경에서 액체 상태의 특수 용액과 잉크를 표면에 도포하는 ‘습식 그라비아 코팅 방식’으로 제조됐다고 강조했다.

이를 입증하기 위해 업체는 국내 전문기관의 분석자료를 제출했다. 자료에 따르면 습식 코팅필름은 증착필름에 비해 금속 입자 배열이 불규칙하고 공기 및 수분 차단 효과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업체는 내부 문서에서 필름 이름을 '증착필름(M)'으로 표기한 것은 "기술 유출 방지를 위한 임시 표기였다"고 해명했다.

◆ 세관 "업체 내부자료 모두 증착필름 표기…과거 적발 사례도 있어"

세관의 판단은 달랐다. 세관 조사 결과, 업체의 내부 문서와 이메일, 지출결의서에 필름이 모두 ‘증착필름(Metalized film)’으로 일관되게 표기된 사실이 확인됐다.

특히 과거에도 이 업체는 ‘I필름’으로 신고한 제품이 세관 검사에서 증착필름으로 판정돼 적발된 사례가 있었다. 당시 업체는 문제가 된 필름을 반송한 뒤 ‘J필름’으로 이름만 바꿔 다시 수입한 사실이 드러났다. 세관은 이를 두고 "높은 덤핑방지관세를 피하기 위한 의도적 품명 변경"이라고 판단했다.

또한 세관은 업체가 제출한 분석자료에 대해서도 신뢰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세관은 "샘플의 출처가 불분명하고, 실제 수입된 제품과 동일한지 객관적 입증이 없다"고 밝혔다. 제조공정과 필름 두께 등 중요한 정보가 누락됐다는 점도 지적했다.

◆ 심판원 "세관 처분 타당…업체 자료 신뢰성 부족"

최종적으로 사건을 심리한 조세심판원 역시 세관의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심판원은 "업체가 제조방식의 차이를 인정받으려면 제조공정 문서나 개발 의뢰서 같은 객관적인 증거가 반드시 필요하지만, 업체는 이를 전혀 제출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또한 "업체 내부 자료와 실제 거래 과정에서 일관되게 ‘증착필름’으로 관리된 점을 고려할 때 기술 유출 방지라는 업체 해명은 신뢰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결국 심판원은 ▲업체 내부자료의 일관성 부족 ▲전문가 자료의 신뢰성 부족 ▲과거 세관 적발 사례 ▲제조공정 객관적 자료 미제출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세관의 처분이 타당하다고 최종 결정했다.

[참고 심판례: 인천공항세관-조심-202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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