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사회에 접어든 대한민국에서 돌봄의 필요성은 커지고 있지만, 이를 실제로 작동시키는 재정 여건은 여전히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내년 3월부터 전국 시행을 앞둔 통합돌봄 관련 예산은 국회 심의를 거쳐 약 914억 원 규모로 확정됐으나, 현장의 기대와 비교했을 때 여전히 부족하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임지준 건강수명 5080 국민운동본부 이사장(따뜻한치과병원 대표원장)과 이지은 대한작업치료사협회장은 1월 2일 돌봄 재원 마련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현행 제도 안에서 실질적으로 검토 가능한 다양한 대안들을 살펴봤다.

논의는 돌봄 현장에서 체감되는 재정 부족이 단순한 예산 규모의 문제가 아니라 제도 자체의 작동을 위협하는 구조적 한계라는 인식에서 출발했다.
이 자리에서 임지준 이사장은 현재의 돌봄 재정 상황을 ‘돌봄 심정지 상태’에 비유하며 문제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제도는 만들어졌지만 이를 움직이게 할 재원이 공급되지 않는다면 돌봄은 출범과 동시에 멈춰 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지금의 돌봄 재정은 심장이 멈춘 상태와 다름없다”며 “적절한 CPR, 즉 즉각적으로 작동 가능한 재원 공급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제대로 된 돌봄은 시작조차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임지준 이사장은 이어 “돌봄 재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한 가지 해법만으로는 부족하다”며 “추진연대와 같은 논의 구조를 통해 고향사랑기부금 등 국민 참여형 민간 재원은 물론, 담배세로 조성되는 건강증진기금, 부동산세 목적세 등 다양한 방향을 폭넓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새로운 부담을 만드는 방식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재원을 돌봄이라는 시급한 영역으로 연결하는 접근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논의 과정에서는 고향사랑기부금을 돌봄 재원과 연계하는 방안도 하나의 현실적인 대안으로 거론됐다. 고향사랑기부금에 돌봄 목적을 선택할 수 있는 구조를 도입하고, 이를 광역 단위로 연계·활용할 경우 지역 간 격차를 완화하면서도 돌봄 현장에 즉각적인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취지다. 1인당 10만 원 기부 기준으로 100만 명이 참여할 경우 약 1,000억 원 규모의 재원을 조성할 수 있으며, 현행 제도상 전액 세액공제가 가능해 개인의 부담은 크지 않다는 점도 함께 논의됐다.
이지은 대한작업치료사협회장은 돌봄 현장의 관점에서 재원 논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통합돌봄은 결국 현장에서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서비스”라며 “재원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제도와 계획도 현장에서는 실행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현장의 목소리가 반영된 재원 마련 논의가 이어진다면, 돌봄 서비스의 질과 지속 가능성 모두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논의는 돌봄을 언제까지 준비할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라, 이미 위기에 놓인 돌봄을 어떻게 다시 뛰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했다. 충분한 CPR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통합돌봄이라는 제도적 틀 역시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공유됐다.
새해를 맞아 던져진 이번 문제는 돌봄 재원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넓히는 한편, 국민 참여와 기존 재원의 재구성을 통해 멈춰 있던 돌봄을 다시 움직이게 할 수 있는 현실적인 해법을 모색하는 출발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돌봄을 비용이 아닌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투자로 바라보는 인식 전환이 그 어느 때보다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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