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세계 최초의 무선·투명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인 'LG 시그니처(SIGNATURE) OLED T'를 출시했다. 올해 1월 'CES 2024'에서 공개한 이후 11개월 만이다. 소비자의 삶에 변화를 주고자 기획한 LG전자의 역작(力作)이지만 최근에 단종된 롤러블(Rollable) TV처럼 높은 가격과 활용도가 크지 않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0일 LG전자에 따르면 LG 시그니처 OLED T는 지난 18일(현지시간)부터 북미 시장에서 예약 판매되고 있다. 크기는 77인치(약 196cm)이며 제품 출하가는 LG전자 TV 중 가장 높은 5만9999달러(약 8700만원)에 달한다. 종전 최고가 제품은 세계 최초의 무선 OLED TV인 97인치 LG 시그니처 OLED M으로 판매가는 4790만원이다.
신제품은 화면을 '블랙 스크린', '투명 모드' 두 가지로 조작할 수 있다. 블랙 스크린으로 전환하면 4K 화질로 영화, 게임 등 다양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고 투명 모드는 AOD(Always-On-Display) 기능으로 전용 콘텐츠를 감상할 수 있다. 또 개방감이 뛰어나 주변 인테리어와 조화를 이루고 TV를 시청하지 않을 때는 블루투스 스피커로도 활용할 수 있다.
이번 제품은 LG전자의 초(超)프리미엄 제품군인 시그니처 시리즈 중 TV로는 6번째 제품이다. LG전자는 2016년 시그니처 OLED TV(77인치)를 시작으로 OLED W(월페이퍼), OLED 8K, OLED R(롤러블), OLED M(무선)을 차례로 출시한 바 있다. 이중 현재 판매 중인 제품은 LG 시그니처 OLED T와 더불어 OLED 8K·M 3종뿐이다.
2020년 출시된 롤러블 TV는 두루마리 휴지 말 듯 종이처럼 얇은 화면을 밀려 들어가게 한 점이 특징이다. 화면이 완전히 말리면 스크린이 사라지는 만큼 거실 공간을 크게 차지하지도 않고 벽면이 보여 다양한 공간 연출을 극대화할 수 있다. 하지만 판매가가 1억원에 달하는 초고가인 탓에 판매량이 저조해지자 올해 상반기 단종됐다.
기존 최고가인 OLED M보다 판매가가 4000만원이나 높은 만큼 OLED T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77인치 일반 OLED TV 판매가격이 1000만원도 되지 않는데 9000만원에 육박하는 TV를 일반 소비자들이 구매할지 의문"이라며 "투명 모드로 전환해도 벽면에 무늬가 있다면 집안이 TV와 조화롭지도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OLED T와 비슷한 크기의 제품 중 최고가는 LG OLED 에보(evo)로 LG전자 공식 홈페이지에선 930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OLED T 판매가와 비교해 9분의 1 수준인 셈이다. 이어 76인치 스탠드형 OLED 에보는 880만원, 76인치 스탠드형 OLED TV는 539만원에 판매 중이다.
또 가정용 이상의 상업화도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본적으로 OLED 패널은 제한된 크기의 원장(마더글래스)을 잘라내기 때문에 사이즈를 무한정 늘릴 수 없기 때문이다. 올해 삼성전자가 CES에서 공개한 투명 마이크로 LED(발광다이오드)는 레고 블록 쌓듯이 조립하기 때문에 사이니지, 월보드(Wall-board) 등으로 활용도를 넓힐 수 있는 것과 대조되는 부분이다.
문대규 순천향대 디스플레이신소재공학과 교수는 "기존 OLED TV와 투명 OLED TV를 만드는 방식은 큰 차이가 없어 내구성은 비슷하겠지만 일반적으로 TV는 벽에 걸어두거나 테이블 위에 세워놓기 때문에 TV를 투명하게 만들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투명 OLED TV를 상업적인 용도로 활용하려면 응용 분야를 확대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