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명 중 1명 “일상 속 디지털기기 활용 어려워”…성인 디지털 문해력 첫 조사

2025-08-19

서울에 사는 김영현(64·가명)씨는 얼마 전 점심을 먹으려고 집 근처 한 샌드위치 가게를 찾았다가 진땀을 뺐다. 얼마 전 생긴 키오스크(무인 정보단말기)에서 샌드위치 빵부터 햄과 채소, 소스까지 수십 가지에 이르는 속재료를 직접 선택해야 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뒤로 줄이 계속 늘어나면서 식은땀이 났다”며 “결국 속재료를 원하는 대로 고르지 못하고 추천 메뉴를 주문했다”고 털어놨다.

우리나라 성인 4명 중 1명은 일상생활에서 디지털 기기 활용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김씨와 같은 60대 이상 연령층에선 80%에 이르렀다.

교육부는 이런 내용의 제1차 성인 디지털 문해능력 조사 결과를 19일 발표했다. 국내 성인들의 디지털 능력 수준을 파악하기 위해 국가 공인 통계로 선정된 뒤 처음 실시된 전국 단위 표본조사다. 지난해 9월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약 1만 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지도 애플리케이션(앱)을 활용해 목적지까지 길 찾기, 은행 앱으로 송금하기, 키오스크를 활용해 음식 주문하기, 온라인 청첩장 활용하기 등 실제 일상에서 자주 쓰는 디지털 사용 능력을 조사했다.

조사 결과 디지털에 대한 이해와 경험이 부족하고 일상 생활에서 기본적인 디지털 기기 조작을 어려워하는 '수준1'에 속한 사람은 8.2%였다. 이어 기본적 이해는 있지만 일상생활에서 활용하기엔 미흡한 상황인 '수준2'에 해당하는 성인은 17.7%로 집계됐다.

조사 대상자의 25.9%(수준1+수준2)가 일상 속 디지털 기기 조작에 크고작은 어려움을 겪고있단 얘기다. 반면 디지털 기기·기술을 능숙하게 활용해 일상 속 다양한 문제를 원활히 해결하는 능력을 갖춘 '수준4'의 비율은 52.8%로 조사됐다.

연령 높을수록 어려움…학력·소득 따라 격차

특히 연령이 높을수록 디지털 기기 활용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60세 이상 연령층의 수준1 비율은 23.3%로, 다른 연령대보다 높았다. 18~39세 연령층에선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는 데 어려움을 경험했다'고 답한 비율이 8.9%에 그쳤지만, 40∼59세에선 34.8%, 60세 이상에선 77.7%로 치솟았다.

학력과 소득에 따른 격차도 나타났다. 수준1 비율은 중졸 학력 이하(34.6%), 월 가구 소득 300만원 미만(25.9%)에서 가장 높았다. 성별로는 여성(10%)이 남성(6.3%)보다 높은 편이었다.

교육부는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성인 대상 인공지능(AI)·디지털 평생교육 지원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저소득층과 65세 이상 노인의 디지털 문해능력 격차 해소를 위해 찾아가는 디지털 문해교육 프로그램 ‘한글햇살버스’를 확대하고 기존 은행이나 각종 매장 실습 등 현장교육도 보다 강화할 예정이다.

이찬규 중앙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지역마다 설치된 도서관 등 공공기관을 적극 활용해 성인들의 디지털 문해력을 높이기 위한 각종 프로그램을 개발·보급할 필요가 있고, 민간에서도 은행 등 필수적인 앱 사용 교육을 보다 활성화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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