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개가 아닌, 3개 광역 권역의 필요성과 혁신

2025-02-12

산업의 집적이나 도시의 규모 등을 연구하는 지리학자들의 관심사 중에 하나는 한국의 유효한 권역이 몇 개인지가 있다. 크게 보면 10개냐, 2~3개냐라고 구도가 그려진다. 유효한 권역이란 그 자체로 자족적으로 경제가 운용되고, 주민들의 생활을 위한 주거, 교통, 문화(체육, 예술), 의료 인프라가 적정 수준으로 구축되는 것으로 소략하게 정리할 수 있다.

10개 권역은 쉽게 말해 서울, 경기-인천, 강원, 충남, 충북, 경남, 경북, 전북, 전남, 제주 정도로 기존 시도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거기에 대전, 세종, 부산, 울산을 어느 시도와 엮느냐 정도가 기술적인 논쟁일 테다. 참여 정부 이후 추진되어 온 혁신도시나 분권화된 자치는 모두 10개 수준의 권역을 상정하고 진행됐다. 정부출연연구소, 공공기관, 대학(지역 과기원 + 한전공대)의 배치 모두가 10개 권역에 어떻게 균등하게 배분하냐의 문제에서 고려 됐다. 풀뿌리 민주주의에 관심, 지방자치 선거 모두가 이러한 흐름을 강화했다.

그런데 10개 권역은 유효하게 작동하고 있는가? 동의하는 사람이 이제는 적을 것 같다. 물론 더 효과적으로 10개 권역이 발전하기 위해, 교부금 위주의 '꼬리표' 지방예산을 개편해서 기초, 광역의 예산 기획과 집행 수준을 높이면 '지역균형발전'이 더 잘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여전히 많다. "지금까지 부족했으니 더 보강하자"는 논리다. 일종의 '보완론'이다.

그런데 '보완론'의 전제는 충분히 허물어졌다. 2015년 이후 강화된 서울 집중 때문이다. 그나마 지역 내부에서 순환하며 전체의 인구가 늘어나던 동남권(부산·울산·경남)의 인구도 줄었다. 그즈음 회자되던 '지방소멸론'은 이제 정책 담론이 아니라 모두가 인지하고 있는 현실이 됐다. 10개의 권역의 경우 인구는 농어촌과 중소도시에서 중심 광역도시를 거쳐 서울로 향하거나, 농어촌과 중소도시에서 곧바로 서울로 향한다. 동시에 농어촌 기초 단위에서 고령화된 인구는 자연소멸을 만들어 내고, 이를 이주민을 통해 간신히 떠받치는 상황이다.

2020년 등장했던 '동남권 메가시티'론은 3개의 권역론에 근거했고, 여전히 참조할 필요가 있다. 부산·울산·경남을 GTX와 유사한 광역전철로 엮고, KTX-항만-신공항이 집약되어 있는 트라이포트 기능을 활용해 생산자 서비스에 투자하며, 제조 역량을 살려 ICT기반 지능형 제조업 클러스터를 발전시키는 것이다. 동시에 주거와 문화, 의료 인프라에 대한 보강도 '콤팩트 시티'의 개념을 통해 집약적으로 배치해 좀 더 나은 여건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 골자다. 동시에 기존 종방향(서울-부산, 서울-목포, 서울-여수) 고속전철의 개발 방향을 부산-광주, 대구-광주, 부산-목포, 대구-목포로 횡방향으로 개설해 영호남의 결합을 강화해 수도권, 충청권(충남북, 대전, 세종), 남부권을 구축하는 방향으로 논의를 확장할 수도 있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 시기에는 3개 권역론에 근거한 메가시티 프로젝트가 심화되지 않고, 각 지역에게 모든 것을 이양 혹은 떠넘기는 과정에서 '메가시티 서울'이 강조되는 부작용이 있었다. 다시 논의는 애초의 문제의식으로 돌아가야 한다.

동시에 동남권 관점에서는 UNIST(울산 과기원)를 부산대, 경상대, 창원대, 부경대 등 지역 이공계 대학들을 잘 묶어 확대편성해SEIST(동남 과기원?) 등의 형태로 만들어 내고, 좀 더 큰 제조기반 R&D컴플렉스와 창업시설, 테슬라 같은 제조 유니콘을 만들고 싶은 VC를 유치해 보면 어떨까 싶다. 양산이나 김해 등 3개 광역이 연결되고 신공항, 철도, 항만과 멀지 않은 입지라면 더 좋지 않을까 싶다. 각 지역들의 한계들을 극복할 수 있는 것은 결국 담대한 투자 뿐이다. 세부담을 해야 하는 수도권 주민들에게는 과밀로 인한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는 방안으로서 3개 권역 기반 지역혁신 체제 구축과 균형발전을 설득해야 할 것이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