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흑기 끝낸 조선업의 귀환…그룹 내 위상 ‘재정립’

2025-03-11

삼성중공업·한화오션, 업황 활기에 경쟁력 회복

조선업 호황기 진입...그룹 내 전략적 역할 확대

오랜 적자로 변방에 밀렸던 삼성중공업과 한화오션이 조선업 호황에 맞춰 그룹 내 위상을 되찾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독자적인 기술 경쟁력으로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하고 있고 한화오션은 그룹의 전폭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미국 시장에서 기반을 다지는 분위기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과 한화오션 모두 조선업 호황에 힘입어 그룹 내 입지가 강화되고 있다. 과거 세계 조선 시장을 주도하던 국내 조선업이 침체기를 딛고 다시 슈퍼사이클(초호황기)을 맞이하면서 두 회사의 성과가 두드러지고 있어서다.

한때 삼성그룹의 핵심 비(非)전자 계열사로 주목받았던 삼성중공업은 오랜 적자 끝에 그룹 내 존재감이 희미해졌으나 최근 성과가 쌓이면서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과거처럼 그룹의 주력 사업은 아니지만 해양플랜트 분야의 성장성이 부각되면서 다시 전략적 중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그룹 차원의 관심 변화도 주목된다. 이재용 회장이 삼성중공업 사업장을 찾은 것은 지난 2015년 11월 9일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를 방문한 것이 마지막이었다. 이후 이 회장은 주요 전자 계열사를 중심으로 경영에 집중하면서 삼성중공업은 상대적으로 소외받는 흐름이 이어졌다. 그러나 최근 실적 개선과 기술 경쟁력 강화가 이어지면서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는 업계 평가가 나온다.

경쟁력 강화의 중심에는 해양플랜트 부문에서의 성과가 있다. 삼성중공업은 부유식 천연가스 생산설비(FLNG) 시장 세계 점유율 1위로 가장 강력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액화천연가스(LNG) 수출 확대 정책에 따라 LNG 운반선·FLNG 수요가 증가하면서 삼성중공업의 수혜 기대감이 높아진 상태다.

경영 체제의 변화도 성과에 힘을 보태고 있다. 최성안 부회장이 2022년 12월 삼성엔지니어링 사장에서 삼성중공업 대표이사로 취임하면서 변화가 시작됐다. 이후 정진택 사장이 2023년 12월 말 상담역으로 이동하면서 친환경 고부가 선박 기술을 강화하고 있는 최 부회장의 단독 대표 체제가 자리잡았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9조9031억원, 영업이익 5027억원을 기록했으나 러시아 즈베즈다 조선소의 계약 해지로 발생한 손실이 실적에 반영되면서 세전이익은 적자 3155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회사 측은 해양플랜트 사업의 호조를 기대하며 올해 사업매출 10조5000억원, 영업이익 6300억원을 목표로 제시한 상태다.

한화그룹의 인수 이후 빠르게 정상화에 성공하며 그룹 주요 계열사로 성장한 한화오션의 성장세도 눈에 띈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매출 10조7760억원, 영업이익 2379억원을 달성하며 4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한화그룹은 2023년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인수 후 3조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재무 구조를 강화한 뒤 방산 및 해양플랜트 분야에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그룹 차원의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한화오션은 작년 12월 한화시스템과 함께 미국 필리 조선소를 1억 달러(약 1400억원)에 인수하면서 미국 시장에 선제적으로 진출했다. 미국 해군 함정 건조 및 유지·보수(MRO) 시장을 적극 공략할 수 있는 현지 거점을 마련한 것이다.

이지한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함정 사업의 가치를 현재 기준으로 모두 추론하기는 어렵지만 MRO 사업 확장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미국의 LNG 수출 승인 재개도 국내 조선업의 기회 요인으로, 한국도 대미 무역 흑자 축소를 위해 LNG 수입을 늘릴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한화 그룹 내 방산 및 조선·해양 사업에 대한 시너지 효과도 강화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최근 이사회에서 한화임팩트파트너스(5.0%)와 한화에너지(2.3%)가 보유한 한화오션 지분 7.3%를 매입해 한화오션 지분을 34.7%에서 42%로 확대하며 글로벌 방산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중공업은 해양플랜트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수익 기반을 확보하고 있고, 한화오션은 미국 시장에서의 전략적 입지를 통해 방산·조선 사업의 시너지를 확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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