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일 보험업계가 제2의 인천 청라 지하주차장 화재 사고에 대비해 '보험사 공동보험(Pool·풀)' 등 사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보증하는 신규 보험제도를 도입해 전기차 화재 배상책임을 낮춘다면 '전기차 포비아(공포증)'를 해소에 기여할 수 있을 전망이다.
현재 국내에서 전기차 화재 발생 시 보험 등 피해보상은 '선처리 후청구'로 진행된다. 아파트, 차량 등 선 보험처리를 통한 보상 이후 보험사가 책임 주체에 구상권을 청구하는 방식이다.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 소유자는 '화재보험법'에 따라 화재보험 의무가입 대상이다. 지하주차장 등 설비 피해, 수리·해체·청소 등 비용 보상이 가능하며, 보험금 한도는 건물시가 등을 반영한 보험가입액을 기준으로 아파트별로 상이하다.
자동차 소유자 또한 '자동차손배법'에 따라 책임보험 의무가입 대상이다. 자기차량 손해담보 등 차주별 자차보험을 통한 보상이 가능하며 자기부담금이 발생한다.
지난해 8월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 전기차 화재의 경우 지하1층 주차장에 주차된 전기차량에서 발화한 불길이 인접 차량으로 확산했다. 단전·단수로 822명이 임시시설에 거주하는 등 상당한 수준의 불편도 야기했다. 이번 사고는 단순한 차량 화재를 넘어서 아파트 단지 전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회적 재난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위험성을 보여줬다.
국내 주거환경이 아파트 위주이고 대부분의 주차장 시설이 지하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전기차 화재는 주거시설뿐만 아니라 산업시설, 상업시설에서도 위험요인이 될 수 있다. 제2의 인천 청라 지하주차장 화재 발생 시 현행 보험 보상체계의 한계를 벗어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자동차보험 전기차 특약 대물 배상한도는 최대 20억원인데, 제조사의 책임이 아닌 운전자의 과실일 경우 20억원 한도로는 보상이 어려울 수 있다”면서 “아파트 등에서 가입하는 재산종합보험, 동산종합보험을 비롯한 화재보험으로도 사고 원인에 따라 대규모 피해 발생 시 보상이 불가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전기차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재난수준의 대규모 피해에 대응해 신속한 보상이 가능한 보험제도로 안전망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복수의 보험사들이 참여하는 공동보험(Pool·풀)을 운영해 리스크를 분산시킨다면 피해규모가 40억원에 달하는 화재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선처리 후보상이 가능할 것”이라면서 “특히 정부가 보증하는 신규보험제도를 통해 전기차로 인해 발생될 수 있는 배상책임을 낮춰 '전기차 포비아'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어 “주유소, 액화석유가스(LPG)·수소충전소 등 시설은 법에 따라 무과실책임보험에 의무 가입한다”면서 “전기차 충전시설 또한 무과실책임보험에 의무 가입한다면 전기차 캐즘 극복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정부 또한 전기차 화재를 신속하고 포괄적으로 보상할 수 있는 신규 정책보험 제도를 통해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보고있다. 전기차 화재예방을 위한 정부의 사전적 대책과 함께 보험제도를 통한 사후적 대책이 마련될 때, 전기차 전환 수용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취지다.
류필무 환경부 대기미래전략과장은 “현 보험체계로는 전기차 차주를 위한 책임보험이 잘 작동되지 않고 있다.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보험 상품 개발이 시급하다”면서 “보험 상품 가입에 따른 전기차 보조금 차등 지급 등의 정책적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준희 기자 jh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