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기차 화재시 피해 보상에 대한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 제2의 인천 청라 지하주차장 화재와 같은 사고가 발생할 경우, 국내 전기차 보험 상품이 무용지물이 될 것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보험사들의 리스크를 분산하고 정부가 보증하는 신규 보험제도를 통해 전기차로 인해 발생될 수 있는 배상책임을 낮춰 '전기차 포비아(공포증)'를 해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2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8월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 전기차 화재 발생 9개월이 지났지만 정확한 사고 원인이 규명되지 않고 있다.
소방당국은 인천 화재로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93대가 불에 탔으며 지하주차장 시설도 망가져 38억5331만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났다고 집계했다. 자차보험 처리 신청 차량은 600대를 넘는다.
자동차 결함으로 판명될 경우 제조물책임법에 따라 제작사의 책임 및 배상의무가 있으며, 제조물 배상책임 보험으로 배상 가능하다.
그러나 수사당국은 인천 청라 전기차 화재에 대해 4개월 수사 끝에 화재원인을 '규명 불가'로 결론지었다. 화재로 인해 배터리관리시스템(BMS) 데이터를 추출할 수 없었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도 정확한 발화 원인을 특정하지 못했다.
보험사 입장에서도 국과수 감정 결과에 따라 제작사인 벤츠코리아, 차주, 아파트 관리주체 중 책임소재와 과실비율을 정해야하는데 보상에 대한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 보험처리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차주의 관리책임이 인정될 경우 차주의 자동차보험 대물배상 한도까지 배상이 이뤄지나, 책임이 인정될 가능성은 낮다. 인천 전기차 화재의 경우 차주가 차량 운행·조작중이 아니었으며, 주차후 장시간 방치한 후 사고가 발생한 2011년 유사 사례에서도 보험 청구가 기각된 바 있다.
아파트 관리 인력에게도 스프링클러 임의정지 등에 대한 책임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회사가 파산하며 개인·업체를 상대로 대규모 배상능력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화재는 사고 원인에 따라 보상해야 하는 주체가 다르기 때문에 화재 원인을 명확히 파악하지 못할 경우 소송·분쟁이 만연해지고 이를 해결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사회적 비용을 증가시킬 수 있다”면서 “보험사들의 리스크를 분산하고 정부가 보증하는 신규 보험제도를 통해 배상책임을 낮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준희 기자 jh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