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펀드' 갇혔다…자금회수 어려워진 글로벌 사모펀드

2025-08-08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정책으로 경기 불확실성이 짙어지면서 글로벌 사모펀드들의 자금 회수가 지연되고 있다. 투자한 기업들의 밸류에이션이 떨어지며 매수자와 매도자 간 변동성이 커진 한편 기업공개(IPO) 시장까지 침체되며 출구 전략을 찾지 못하는 탓이다.

7일(현지 시간) CNBC에 따르면 올해 사모펀드의 투자 대비 매각 비율은 지난해 2.6배에서 3.14배로 증가해 1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사모펀드가 기존 투자한 기업 1곳을 매각하는 동안 약 3곳의 새로운 기업에 투자했다는 의미다.

펀드의 운용 기간도 길어지고 있다. 대개 사모펀드는 10년 만기로 운용되는 경우가 많지만 자산 매각이 어려워지면서 15~16년까지 연장되는 추세다. 이에 따라 '좀비 펀드'라는 새로운 유형도 등장했다. 투자금 회수나 후속 자금 유치 등 액티브한 자산 운용이 불가능하지만 여전히 기관투자자(LP)들로부터 수수료를 받으며 연명하는 펀드를 가리킨다. CNBC가 지난해 자산운용 매니저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것에 따르면 투자자 중 절반 이상이 좀비 펀드에 노출돼 있다고 응답했다. CNBC는 "매각이 어려운 펀드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만이 증가하고 있다"며 "LP들은 세컨더리 시장에서 포트폴리오 일부를 매각하거나 컨티뉴에이션펀드를 결성해 현금을 확보하는 등 방식으로 대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컨티뉴에이션펀드는 운용사는 유지하면서 기존 펀드가 보유한 자산을 신규 펀드에 이전해 투자자들의 유동성 확보를 지원하는 구조다. 미국 투자은행(IB) 제프리스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총 410억 달러 규모가 컨티뉴에이션펀드를 통해 회수됐다. 전체 매각 거래의 19%로 사상 최고치다. 제프리스의 사모펀드 부문 공동대표 토드 밀러는 "사모펀드들은 3~4년째 낮은 자금 회수율을 보이고 있다"며 "자산매각 환경은 어렵고 IPO 시장은 거의 멈춘 상태"라고 진단했다.

영국의 투자회사 3i그룹은 지난 4월 오들리트래블 매각을 추진하다 철회했다. 미국의 관세 정책 여파로 시장이 격변하면서 회사의 밸류에이션 평가에 불확실성이 커진 탓이다. FT에 따르면 3i그룹은 오들리트래블을 매각해 6억 파운드를 조달할 계획이었으나 적정한 매수자가 나오지 않아 계획을 수정했다. 미국 사모펀드 회사인 PAI는 이달 하겐다즈, 오레오 등 회사를 보유하고 있는 프로네리 지분을 유지하기 위해 두 번째 컨티뉴에이션펀드를 결성했다. 골드만삭스가 140억 달러를 투입해 새로운 투자자로 등장했다.

일각에서는 컨티뉴에이션펀드에 대해 투자자금을 ‘재활용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컨설팅업체 베인앤컴퍼니는 최근 보고서에서 “사모펀드 투자자의 약 2/3는 여전히 기업 매각이나 IPO 등 전통적인 방식의 엑시트를 선호한다”며 “컨티뉴에이션 펀드를 선호한다고 답한 비중은 투자자의 6분의 1 수준”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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