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10곳 중 4곳, 전기료 부담에 “전력조달 변화 검토”

2025-03-03

대한상의 조사 “AI시대, 대응 분산전원시스템 도입”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에...“국내 투자 계획 재검토”

국내 제조업 10곳 중 4곳은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에 따라 자가발전, 전력도매시장에서 직접구매 등 한전 전기가 아닌 새로운 전력조달방식을 시도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공지능(AI) 발전에 대응하기 위해 분산형 전원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10곳 중 7곳이 넘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국내 제조기업 300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으로 인해 자가발전소를 세우거나 전력도매시장에서 전기를 구매하는 등 상대적으로 더 저렴한 방안을 시도할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 ‘그렇다’고 응답한 기업이 11.7%로 집계됐다고 3일 밝혔다.

‘지금은 아니나 요금이 더 오른다면 할 것’으로 응답한 기업은 27.7%였다.

이는 산업용 전기요금의 지속적 인상으로 경우에 따라 자가발전소를 세우거나 전력도매시장에서 SMP(전력시장가격)로 전기를 구매하는 게 더 저렴한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전기요금 인상추이를 보면 2000년 이후 2024년 12월까지 주택용 요금이 42% 오르는 동안 산업용 요금은 227% 인상됐다. 산업용 요금은 성장의 원천인 기업의 역할을 고려해 주택용보다 낮게 책정되고 우리나라도 과거 산업용이 주택용보다 낮았지만 2000년 이후 총 24차례 인상에서 산업용 위주(19차례)로 올라 2023년에는 산업용 전기요금이 주택용 전기요금을 역전했다. 2023년 4분기, 2024년 4분기 요금인상에서도 산업용만 2차례 인상해서 역전현상이 더 커졌다.

주요국을 살펴보면 산업용 요금은 주택용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이지만 우리나라는 산업용 전기요금이 전체 용도별 요금 중에서 가장 높다. 특히 우리나라 산업용 요금(작년 12월 기준)은 미국, 중국보다 높고 발전단가가 낮은 원전비중이 우리(29.9%)보다 2배 더 높은 프랑스(64.2%)와 비슷한 수준이다.

AI 발전에 따라 전력을 많이 쓰는 데이터센터, 반도체공장 등이 늘어나는데 대응해 필요전기를 지역에서 생산해 쓰는 ‘분산전원시스템 도입’에 대해 ‘동의한다’는 기업은 74.3%로 높게 조사됐다.

분산전원시스템이 도입돼 지역내에서 전력을 직접거래하게 될 때 우선고려요인으로 ‘공급안정성’을 꼽은 기업이 49.3%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판매가격’(39.3%), ‘전기를 만드는 에너지원의 친환경’(9.7%), ‘계약기간’(1.7%) 순으로 답했다. 반도체·AI 등 미래첨단산업에 대해 할인요금제, 전력적시공급 등 별도의 전력공급 지원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응답기업도 84.7%에 달했다.

현재의 산업용 전기요금 수준에 대해 귀사가 느끼는 부담이 어느 정도인지’를 묻는 질문에는 78.7%가 ‘부담이 크다’고 응답했다. 그 중 46.4% 기업은 ‘경영활동이 위축될 정도로 부담이 매우 크다’고 답했다.

특히 전기요금 인상으로 인해 응답기업의 79.7%가 ‘영업이익이 감소했다’고 응답했다. 가격경쟁이 심해 전기요금 인상에 따른 원가상승분을 판매가격에 전가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전기요금 부담으로 국내 투자 조정가능성도 시사했다. 잇따른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으로 전기요금이 예전과 같은 산업성장의 촉진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면 ‘경영전략이나 투자계획을 재검토할 가능성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53.0%가 재검토 의사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요금이 저렴한 국가로 이전할 의사가 있는 기업도 있었다. 산업용 전기요금이 저렴한‘국가’로 이전할 의사를 묻는 질문에 ‘있다’는 기업이 19%로 나타났다.

추가적인 전기요금 인상에 대해서는 기업의 74%가 대응책이 ‘없다’고 응답했으며 대응책이 ‘있다’(26.0%)고 응답한 기업은 구체적 내용으로 에너지사용진단과 절약’(55.1%), ‘설비교체 등 효율투자’(50.0%)를 주로 꼽았다.

향후 산업용 전기요금의 바람직한 조정방향으로는 ‘파급영향을 고려해 추가인상에 최대한 신중해야 한다’(46.3%)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그 외 ‘전기요금 조정방향을 미리 제시해 예측가능성을 높이고 대비 유도’(22.3%), ‘용도별 원가를 공개해 전기요금 부담의 형평성 제고’(21.7%), ‘독립된 가격결정기구 설치로 요금조정의 독립성과 전문성 강화’(9.7%)가 필요하다는 순으로 답했다.

전기요금 부담완화를 위해 필요한 정책과제로는 ‘저비용 에너지원 확대’(71.0%), ‘에너지효율시설 자금지원, 세액공제 확대’(51.7%) ‘요금제 다양화 등 소비자선택권 확대’(43.3%), ‘분산형 전원시스템 도입으로 전력망투자부담 완화’(23.0%) 순으로 조사됐다.

전력시장의 구조개편에 대해서는 ‘시대가 많이 변했고 현행체제로는 대응에 한계가 있는 만큼 근본적 개편을 추진할 때가 됐다’(55.3%)는 응답률이 높았다.

분산전원시스템 도입을 위한 정책으로는 ‘지방 이전을 위한 파격적 규제개혁과 세제혜택’(29.7%)을 1순위로 가장 많이 꼽았고 이어 ‘지역별 전력판매요금 차등화’(22.0%), ‘분산전원의 효율적 운영을 위한 AI 전력망 기술도입’(19.0%), ‘분산전원사업자가 전력망이용에서 차별받지 않도록 하는 망중립성 보장’(15.0%), ‘ESS설치, VPP사업자 활성화등 관련 인프라 조성’(14.3%) 순으로 응답했다.

조영준 대한상의 지속가능경영원장은 “우리는 에너지를 거의 수입하고 수출이 중요한 나라인 만큼 에너지효율 개선과 산업활동을 지원하는 전력시장이 뒷받침돼야 지속성장이 가능하다”면서 “미래 첨단산업 발전과 국가경쟁력 제고를 위한 전기요금 책정과 전력시스템 구축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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