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PA 없는 대형 금융지주 RE100...올해 '착한 경쟁' 불 붙을까

2025-01-06

[FETV=권지현 기자] 지난 2021년 이후 국내 투톱 금융그룹이 글로벌 재생에너지 프로젝트 'RE100'에 가입하면서 금융권 신재생에너지 바람이 부는 듯했지만 3년 여가 흐른 현재 다른 기업들이 여전히 참여를 주저하면서 금융사 RE100 동참 움직임이 사실상 답보상태에 처했다.

이미 가입한 금융사들은 RE100 달성 핵심인 재생에너지공급계약(PPA) 실적 조차 못내고 있다.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정책이 우호적이지 않은 데다 금융권 전반적으로 경쟁 분위기가 나타나지 않으면서 추진 동력이 한풀 꺾인 모습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연말 지방은행이 PPA 첫 발을 떼 이목이 모인다.

◇3년간 은행권 RE100 추가가입 '0'

현재 국내 은행권에서는 KB금융그룹(21년 9월)과 신한금융그룹(23년 5월)이 글로벌 RE100에 가입해 있다. RE100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오는 2050년까지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태양열, 바이오, 풍력, 수력 등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전 세계적 캠페인이다.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스타벅스 등 글로벌 기업 400여 곳이 가입했다.

국내에선 공공부문인 한국수자원공사, 인천국제공항공사를 비롯해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KT, SK텔레콤, LG에너지솔루션, 네이버, 미래에셋증권 등 약 30개 기업이 이름을 올렸다. NH농협은행은 2021년 2월부터 한국에너지공단을 통해 재생에너지 사용 확인서를 발급받아 RE100에 동참하는 '한국형 RE100'(K-RE100)에 참여해 오고 있다.

국내 은행권 중 글로벌·한국형 RE100에 참여한 곳은 KB·신한·농협 단 3곳이다. 하나·우리금융을 포함해 지방금융지주·은행 가운데 지난 3년 동안 추가 가입 의사를 표시한 곳은 한 1곳도 없다. 2023년 하반기 당시 RE100 가입을 검토했던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윤석열 정부 들어 신재생에너지 질서에 혼란이 생긴 모습"이라며 "정부가 2022년 8월 직접PPA 제도를 시행한다고 해놓고선 발표 3개월 만에 2030년 신재생에너지의 국내 발전 비중을 2021년 설정 수준(30.2%)보다 약 9%포인트 낮게 결정하고, 이후로도 전 정부와 달리 에너지 정책의 중심을 태양광 산업 육성에서 원자력발전으로 옮기면서 내부 검토가 흐지부지 됐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직접 발전 ▲재생에너지 인증서(REC) 구매 ▲녹색프리미엄 구매 ▲PPA 등을 통해 RE100을 이행한다. PPA에는 한국전력의 중개로 재생에너지 전력을 구매하는 '제3자 PPA'와 직접 발전사업자로부터 재생에너지 전력을 구매하는 '직접PPA'가 있다. 이 중 정부의 정책 변동성, 에너지 가격의 변동성 리스크를 고려할 때 장기간에 걸친 계약을 통해 안정적으로 재생에너지를 조달할 수 있는 PPA가 RE100 달성 핵심이라는게 에너지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통상 PPA계약은 20년 장기계약이다.

◇지방은행이 PPA 첫 발...'마중물' 주목

국내 은행권에서 그간 PPA를 통한 RE100 이행은 요원했다. 장점에도 불구하고 계약단가, 방식 등을 따져야 하는 데다 언제 불어날지 모르는 전기요금이 부담이었다. 이에 2023년 7월 한전이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로부터 전력을 구매하는 기업에 적용하는 직접PPA 요금제 시행을 무기한 유예, 민간기업이 재생에너지 직접 발전에 뛰어들지 않고도 RE100에 대응할 수 있도록 길을 터줬다. 하지만 여전히 이렇다 할 PPA 실적은 보이지 않고 있다.

KB금융 관계자는 "현재 그룹 계열사 KB국민은행, KB증권, KB손해보험이 주요 사옥과 연수원 등에 태양광 발전 설비를 보유하고 있다"면서 "재생에너지 자가발전 시설 확대를 우선적으로 추진하고 있고, PPA 및 REC 방안에 대해서는 점진적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은행, 카드, 증권, 라이프, 제주은행, 저축은행 등 6곳이 REC를 구매하고 있고, 녹색프리미엄의 경우 14개 자회사 전체가 구매하고 있다"면서 "디지털 RE100(데이터센터)을 기반으로 2040년까지 전 그룹사 사용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녹색프리미엄과 REC를 나눠 구매해 2022년도 전력사용량의 20%를 전환했고, 태양광발전시설은 2개소를 설치 완료했다"면서 "PPA 방안은 검토 예정"이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JB금융지주 계열사인 광주은행과 전북은행이 지난달 SK이노베이션 E&S와 은행권 처음으로 PPA를 체결, 금융권 PPA 확산 마중물이 될 수 있을지 이목이 모인다. 광주은행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 E&S의 PPA 계약을 통해 생산되는 재생에너지 전력을 올해 상반기부터 공급받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