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정기업, 2023년 경찰에 피의자 ‘불법 면회’ 청탁
지역선 “최고위급도 쥐락펴락…수사 제대로 될까”
유족들, 장례 미루고 공식 사과 등 진상 규명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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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현장 화재로 노동자 6명이 사망한 ‘반얀트리 해운대 부산’의 시공사인 삼정기업이 2023년 부산지역에서 발생한 ‘살인미수 피의자 불법면회’ 사건에 연루된 건설사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사건은 불법 면회 청탁을 받고 실행한 경무관 2명과 경정 1명에게 실형이 선고된 사건으로, 대표적인 ‘향토기업과 경찰의 유착’ 사례로 꼽힌다. 이때문에 사건을 수사 중인 부산경찰이 해당 기업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20일 부산경찰청에 따르면 2023년 ‘해운대경찰서 살인미수 피의자 불법면회’ 사건 당시 경찰 간부(경무관)에게 “면회를 시켜달라”고 청탁한 회사가 바로 삼정기업이다.
삼정기업의 회장 A씨는 2023년 8월 자신의 회사 직원이 살인미수혐의로 해운대경찰서에 입감되자 경남지방경찰청에 근무 중이던 B경무관에게 “직원과 지인이 만날 수 있게 도와달라”며 청탁했다. 이에 B경무관은 당시 해운대경찰서장이던 C경무관에 면회 편의 제공을 요청했고, C경무관은 형사과장인 D경정에게 이를 다시 지시했다.
D경정은 ‘입출감 지휘서’에 피의자 조사를 하겠다고 거짓 기재한 뒤 살인미수혐의를 받는 중대 피의자를 자신의 사무실로 데려가 면회를 시켜줬다.
이 사건은 부산 지역 내에서 일명 ‘황제 면회’ 사건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사실이 발각된 뒤 재판에 넘겨진 B·C경무관은 해임됐다. 부산지법은 지난달 8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가 인정된다며 두 경무관 모두에게 징역 4개월,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D경정에겐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B·C경무관은 혐의를 부인하며 항소했고, D경정은 항소를 포기해 지난달 16일 형이 확정됐다.
불법면회 사건에 다시 주목하는 이유는 반얀트리 해운대 화재 참사의 주요 피의자(시공사)가 바로 삼정기업이기 때문이다. 부산에서 탄생해 올해 설립 40년을 맞은 삼정기업의 현 대표가 A씨의 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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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사회에선 지방경찰청 최고위급 경찰(경무관)도 ‘쥐락펴락’한 삼정기업을 부산 경찰이 제대로 수사할 수 있을지를 놓고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된다.
부산경찰청은 현재 총경급 경찰을 팀장으로 하는 55명 규모의 전담수사팀을 꾸려 사건을 수사 중이다. 부산경찰청의 경우 경남지방청은 물론 산하 해운대경찰서 등과 인사 이동이 잦은 곳으로 알려져있다. 한 지역 재계 관계자는 “삼정기업은 수십년간 여·야와 출신지를 가릴 것 없이 지역 정·관계 인사를 끈끈하게 관리했고, 대관업무 이상의 관계도 유지하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알고있다”며 “총경급 팀장이 수사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화재 참사에 가장 직접적인 책임이 있는 삼정기업은 사고 발생 일주일째를 맞도록 아무런 입장표명도 하지 않고있어 이같은 의문과 불신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족들은 “사고 발생 이후 시공사의 공식적 사과 한마디도 없다”며 장례를 미룬 채 진상 규명을 요구 중이다.
경찰은 지난 18일 삼정기업 등 화재 연관 기업·관공서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부산경찰청은 “법과 절차에 따라 한점 의혹 없이 수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