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중대형병원들이 연이어 차세대 병원정보시스템(HIS) 구축 사업을 추진하며 디지털전환에 속도를 낸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건양대병원,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전북대병원, 차병원, 한일병원 등 지역 거점병원은 물론 원자력병원, 국립법무병원 등 공공의료기관까지 차세대 HIS 사업을 검토하고 있다.
약 800병상 규모 건양대병원은 상반기 중 ISP 사업자를 선정하고, 내년 초 사업자를 선정키로 방침을 정했다. 2028년 오픈을 목표로 한 차세대 사업은 HIS 재개발은 물론 전 진료과에 단계적으로 AI 임상지원 시스템을 구축하는 내용도 포함했다. 예산은 150억~200억원 수준으로 잠정 검토 중이다.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과 전북대병원도 차세대 HIS 구축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은 지난해 착수한 차세대 사업을 중단한 상태인데 이르면 내달 신규 사업자 선정 공고를 낼 예정이다. 사업 규모는 100억원 남짓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북대병원 역시 올해 안에 차세대 HIS 사업 추진 전략을 확정한다. 빠르면 연내 사업자 선정 공고까지 낼 예정인데, 관련 예산만 200억원 이상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공공병원 중에선 원자력병원과 국립법무병원이 사업을 추진 중이다. 특히 1200병상 규모 국립법무병원은 이미 ISP에 착수한 상태로, 이르면 연내 사업자 선정이 유력하다. 원자력병원 역시 내부 차세대 사업 기획을 진행 중인데, 연말께 사업이 구체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차병원은 강남, 분당, 일산, 구미 4개 부속병원 차세대 HIS를 구축할 사업자를 연내 선정할 계획이다. 사업 예산은 최대 300억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서울 강북권 거점병원 중 하나인 한일병원 역시 20억원을 투입해 클라우드 기반 차세대 HIS 구축을 위한 사업자를 선정 중이다.
이밖에 발주가 지속 지연되고 있지만 비수도권 최대 규모인 부산대병원도 차세대 HIS 사업을 지속 추진 중이고, 인하대병원도 차세대 HIS 구축을 위한 마스터플랜을 짜고 있다.
올해에만 10개에 가까운 중대형 병원이 차세대 HIS 사업을 추진함에 따라 의료IT 업계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당초 의정갈등 여파로 대형병원까지 경영난이 심화되면서 차세대 사업도 미뤄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컸다. 하지만 전공의 이탈에 따른 인력 부족과 디지털전환을 통한 의료 서비스 경쟁력 제고가 당면 과제로 부상하면서 차세대 사업을 늦출 수 없다는 분위기다.
다만 병원 예산 상황이 넉넉지 못한 상황에서 차세대 사업을 추진하다 보니 기업 참여가 저조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의료IT 업계 관계자는 “최근 병원 경영사정이 안좋다 보니 AI 등 요구사항에 비해 예산은 굉장히 보수적으로 책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용철 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