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약한데 강하다. 올 시즌 프로야구 SSG 랜더스 ‘미스터리’다. 시즌 개막 전부터 SSG는 ‘5강 외 전력’, 즉 가을야구에 초대받기 어려운 팀으로 분류됐다. 지난해 6위를 했던 팀 전력에 별다른 보강이 없었고, 부상 이탈자가 계속해서 나온 탓이다. 하지만 개막 후 움직임은 단독 선두인 LG 트윈스에 견줄 정도다. 지난 주말까지 초반 10경기(7일 기준)에서 7승3패를 기록하며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시즌 전 박한 평가를 받은 이유 중 하나는 주포 최정의 부상 이탈이다. 최정은 지난달 17일 열린 KIA 타이거즈와의 광주 시범경기에서 수비훈련 도중 오른쪽 햄스트링을 다쳤다. 심각한 부상까지는 아니었지만 뛸 수 있는 상태가 아니어서 곧바로 전력에서 제외됐다. 개막전 엔트리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고, 현재도 재활에 매진하고 있다.
마운드의 큰 공백도 또 다른 이유다. 한국계 3세인 새 외국인 투수 미치 화이트도 지난 2월 일본 전지훈련 도중 오른쪽 햄스트링을 다쳐 개막전에 합류하지 못했다. 또 다른 외국인 투수 드류 앤더슨은 최근 일본인 아내가 출산하면서 자리를 비웠다. 앤더슨은 출산 예정일에 맞춰 지난달 29일 아내가 머무는 일본으로 향했다. 그런데 출산이 지체돼 당초 예상보다 체류가 길어졌다. 결국은 마운드를 더는 비울 수 없다고 판단해 지난 6일 귀국했다. 그 사이 SSG는 외국인 투수 없이 선발진을 꾸려야 하는 형편이 됐다.
전력의 핵심인 선수들이 차례로 빠졌는데도 SSG는 초반 돌풍을 일으켰다. 전문가들은 그 원동력으로 투타 베테랑의 깜짝 활약을 꼽는다. 오른손 투수 문승원과 유틸리티 야수 오태곤이 그들이다. 지난해까지 불펜 요원이었던 문승원은 올 시즌 선발투수로 보직을 바꿨다. 올 시즌 3경기에 나와 1승, 평균자책점 1.53으로 호투했다. 1989년생으로 적지 않은 나이(36)이지만, 매 경기 6이닝씩을 막아주며 외국인 투수의 공백을 메웠다. 오태곤은 올 시즌 결승타를 벌써 3개나 때렸다. 요컨대 지금까지 친 안타 6개 중 절반이 승리를 확정하는 결승타였던 셈이다. 지난달 22일 두산 베어스와의 홈 개막전에선 4-5로 뒤진 8회에 대타로 나와 역전 2점 홈런을 터뜨렸다. 지난 4일과 6일 KT 위즈와의 홈경기에선 11회와 9회에 끝내기 결승타를 때려내 SSG의 초반 상승 분위기를 이끌었다.
예상 밖으로 시즌 초 선전한 SSG의 상승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우선 컨디션을 90% 가까이 끌어올린 최정은 조만간 재검진을 받는데, ‘이상 없음’ 결과가 나오면 이달 중순쯤 1군에 복귀한다. 또 화이트는 지난 6일 2군 경기에서 첫 실전을 소화하며 복귀를 예고했다. 역시 이달 중에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 투타 짜임새가 더 탄탄해지는 만큼, 이제 SSG는 ‘약한데 강한’ 팀이 아닌 ‘강해서 강한’ 팀 소리를 들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