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2기 취임을 앞두고 미국 수도 워싱턴DC 일대의 호화주택이 동났다. 매물이 없자 집값을 두 배로 쳐주겠다는 제안도 거절당할 정도다.
뉴욕타임스(NYT)는 19일(현지시간) 현지 부동산중개업자들을 인용, “트럼프 2기에 따른 수요 폭증으로 워싱턴에 최고급 호화주택이 모자라는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워싱턴에서 호화주택 구매를 원하는 부자 중에는 트럼프 2기 행정부 고위직 인사를 비롯해 공직은 맡지 않지만 정부 관계자들과 접촉을 늘리기 위해 이사하려는 이들도 있다.
부동산업체 TTR 소더비 인터내셔널 리얼티의 짐 벨 부사장은 “워싱턴에 부자들이 엄청나게 몰려들면서 대응이 힘들다”고 말했다. 자발적 매물이 잘 나오지 않자 부동산중개사들이 이 지역 고급주택 기존 고객들에게 집을 팔 의향이 있는지 물어보고 있다.
트럼프 2기 고위 인사 중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 지명자는 운이 좋은 편이다. 폭스뉴스 앵커 브레트 바이어가 살던 프랑스풍 저택을 2500만 달러(360억 원)에 지난달 샀다. 그의 재산은 포브스 추산 15억 달러(2조2000억 원)다.
스콧 베센트 재무부 장관 지명자는 유명 정치칼럼니스트 고(故) 조지프 올솝이 살기도 했던 700만 달러(100억 원)짜리 미국 신고전주의 양식의 주택을 구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베센트 지명자의 재산은 7억 달러(1조 원)에 이른다.
로널드 레이건과 조지 H.W. 부시 대통령 재직 시절 백악관 법무실장을 지낸 고(故) 보이든 그레이 변호사가 살았던 이탈리아 양식의 저택(1850년)은 지난달 1050만 달러(152억 원)에 팔렸다. 새 주인은 알려지지 않았다.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샐리퀸은 40여 년째 사는 방 18개짜리 저택을 팔라는 제안을 받았지만 거절했다고 밝혔다. 그의 집은 퀸과 그의 남편 벤 브래들리(1921∼2014) 전 워싱턴포스트 편집인이 함께 30여년을 보낸 곳이다.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의 장남인 로버트 토드 링컨(1843∼1926) 전 전쟁부 장관이 살았던 곳이기도 하다.
트럼프 2기 행정부 고위인사뿐만 아니라 세계에서도 최고 갑부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워싱턴 거처는 알려지지 않았다. 그의 재산은 4290억 달러(622조 원)에 이른다.
NYT는 현지 매체를 인용, 머스크가 ‘라인 호텔’을 통째로 사들여 개인 클럽으로 만들려고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고 전했다.
부자들에겐 몇백억이 넘는 워싱턴DC의 호화주택들이 별것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트럼프 2기에 지명된 행정부 고위인사 중 10억 달러(1조4500억 원) 이상의 재산을 가진 이들은 13명이다. 트럼프 당선인 본인의 재산은 68억 달러(9조9000억 원)에 달한다.
사모펀드 칼라일 그룹의 공동창립자인 데이비드 루벤스타인은 “뉴욕 맨해튼이나 뉴욕 근교 롱아일랜드의 사우샘프턴에서 좋은 집을 사려면 1억 달러(1450억 원)에서 1억5000만 달러(2200억 원)가 든다”며 “워싱턴에서는 2500만 달러(360억 원)를 (집을 사는 데) 쓰려고 해도 쓸 수가 없다”고 말했다.
아마존 창립자이며 워싱턴포스트 사주인 제프 베이조스는 2016년 워싱턴에 2300만 달러(330억 원)짜리 집을 샀다.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털리스트 피터 틸은 2021년 트럼프 행정부 1기 상무부 장관을 지낸 윌버 로스의 집을 1300만 달러(190억 원)에 구입했다. 에릭 슈밋 전 구글 CEO는 퀸과 브래들리의 집 건너편에 있는 주택을 1500만 달러(220억 원)에 사들였다. 이 주택은 1963년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이 암살당한 후 그의 부인 재클린 케네디가 백악관에서 나와 잠시 살던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