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공연계 ‘슈퍼 갑(甲)’된 ‘고양콘’ 비하인드 스토리
BTS·블랙핑크·지드래곤·칸예 웨스트·콜드플레이 고양종합운동장에서 공연
가수보다 공연장이 주도권 쥐는 시대…“2026년 공연 예약도 대부분 찼다”

고양시 일산서구 중앙로에 자리한 고양종합운동장은 천연잔디 필드에 천연고무 트랙을 두른 평범한 경기장이다. 4만900개의 관중석이 주는 위압감을 소박한 한국적 지붕선으로 누그러뜨린 이 운동장은 얼핏 봐선 여느 체육시설과 크게 다를 바 없다.
그러나 이곳을 거쳐 간 이들은 글로벌 스타급이다. BTS, 블랙핑크, 지드래곤, 데이식스…설명이 필요 없는 K-팝의 최정상급 뮤지션들이 올해 잇달아 이곳을 찾았다. 지난해 8월에는 미국 래퍼 칸예 웨스트, 올해 4월에는 세계적 록밴드 콜드플레이 등 해외 톱스타들도 고양종합운동장 특설무대에서 열정을 쏟았다. 2025년 10월의 고양종합운동장은 여전히 뜨거운 열기로 가득하다. 10월 21일, 15년 만에 재결합한 오아시스가 완전체로 공연을 펼치고, 나흘 뒤인 25일에는 세계적인 힙합 뮤지션 트래비스 스콧의 첫 단독 내한 공연이 예정돼 있다.
서울 한복판도 아닌 서울 외곽 도시의 소박한 운동장이 체육행사보다 글로벌 음악 스타들의 공연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한 건 분명 파격적인 변신이다. K-팝, 록, 힙합, 일렉트로닉 등 장르를 가리지 않는 화려한 아티스트 라인업은 ‘고양콘(고양시에서 열리는 콘서트를 뜻하는 애칭)’이라는 새로운 브랜드를 고양특례시에 안겨주었다.
“‘고양콘’은 포털과 온라인 팬 커뮤니티에서 자연스럽게 퍼진 신조어”라고 권민주 고양시 문화정책팀 전문위원은 소개했다. 권 전문위원은 “한류(韓流)라는 용어도 처음에는 중국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대세적 호칭으로 등장했다”며 “하나의 현상이 나타나면 그것을 설명할 단어가 필요해지는데, ‘고양콘’도 그렇게 탄생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고양시가 만든 전무후무한 공연 라인업
고양콘의 탄생은 이처럼 ‘대중이 문화의 창조자’라는 문화계 격언이 현실화된 순간이자, 고양시가 글로벌 공연 성지(聖地)로 주목받는 실마리를 제공했다. 이와 관련해 두 아티스트의 공연이 두고두고 회자되고 있다.
첫 번째는 고양콘의 첫 단추라 할 수 있는 지난해 8월 미국 래퍼 칸예 웨스트의 공연이다. 그래미 어워드 24관왕에 빛나는 힙합계의 전설인 그의 무대는 당초 ‘리스닝 파티(청음회·노래는 음반으로 들려주고 가수는 춤이나 랩 위주로 하는 공연)’로 기획돼, 간단한 제스처나 리듬 퍼포먼스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고양종합운동장 무대에 오른 그는 달랐다. 예정에 없던 라이브 공연을 2시간 넘게 이어가며, 일부 소절을 잇는 메들리 형식이었지만 무려 77곡을 라이브로 열창했다. 이례적인 팬 서비스에 현장은 물론 전 세계 팬들이 열광했고, 온라인 팬덤 커뮤니티에는 이에 대한 글이 폭발적으로 이어졌다고 이용복 고양시 문화정책팀장은 돌이켰다.
이 팀장은 “콘서트 현장을 찾은 수만 명의 관객이 떼창과 함성으로 화답했다”며 “공연 장면들이 릴스, 숏츠 등 다양한 형태로 SNS를 달궜다”고 전했다.
두 번째는 올해 4월 열린 콜드플레이 공연이다. 콜드플레이는 한국 공연 역사상 최다 관객(32만 명)과 최다 회차(6회) 기록을 새로 쓰며, 세계 음악 산업계의 이목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고양콘, #ColdplayInGoyang, #월드클래스무대 등 해시태그가 국내는 물론 해외 팬덤 커뮤니티에서도 빠르게 퍼져나갔다. 고양시는 “콜드플레이 공연 직후 포털 실시간 검색어에 오른 ‘고양콘’은 음악 팬들 사이에서 하나의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고 설명했다.
공연 스펙으로 글로벌 입소문에 오른 고양시에 이제 ‘효자’가 따로 없다. 만성적인 운영 적자에 시달리던 고양종합운동장이 돈을 벌어주는 고양시의 특급 홍보대사로 급부상했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약 75만 명의 관객이 고양종합운동장 등 고양콘 현장을 찾았고, 공연으로 벌어들인 수입은 80억원을 넘어섰다.
이와 관련해 대중문화평론가 강혜원 한림대 교수는 “고양시가 전무후무한 공연 라인업을 보여주며, K-팝이나 팝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고양시를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라며 “공연 이벤트가 단기간에 도시의 브랜드 가치를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고양콘은 주목할 만한 사례”라고 평가했다.
2022년 민선 8기 이동환 시장 체제 출범 당시와 견주면, 지금의 ‘고양콘’ 위상은 그야말로 격세지감이다.
20세기 대부분의 기간 고양시는 도시적 직업과 자연 자원을 바탕으로 농·축·어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모여 살아가는 전형적인 도농복합도시였다. 그러나 1990년대 초 일산 신도시 개발은 고양시의 모습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본격적인 도시화가 시작된 것이다.
2022년 지방선거에서 ‘글로벌 한류 콘텐트 및 공연 거점 도시 조성’을 공약으로 내세운 이동환 시장은 취임 직후부터 고양의 공연 인프라 활성화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시 집행부는 국내외 기업 및 대형 공연 유치 방안을 모색하기 시작했고, 이를 통해 고양시에 공연과 음악의 랜드마크를 조성하며 도시 브랜드 가치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그즈음 서울에서 낭보가 들려왔다. 잠실종합운동장이 2023년 9월부터 2026년 12월까지 리모델링 공사에 들어가기로 한 것이다. 공연 업계는 곧장 공연장 부족 사태에 직면했다. 관객 1만~2만 명 규모의 공연은 고척스카이돔 등 서울의 일부 실내 경기장에서 소화할 수 있었지만, 3만~4만 명 이상의 대형 행사를 수용할 공간은 마땅치 않았다. 프로축구 연고 구단을 둔 서울월드컵경기장과 인천문학경기장은 경기 일정을 고려해야 했고, 잔디 훼손 논란도 제기될 수 있어 공연 후보지에서 자연스레 제외되는 분위기였다.

“물건 준비하게 공연 일정 알려달라”
고양시에 공연 거점 도시로 도약할 절호의 기회가 찾아온 셈이다. 시는 본격적으로 공연시장에 진입하기에 앞서 사전 시장조사에 착수했다. 2023년 여름, 엔터테인먼트 업체와 언론사, 공연 대행사 등 유관 기관을 대상으로 실시한 공연 수요 조사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 고양종합운동장은 빠르게 매력적인 대안으로 떠올랐다. 야외 공간에 4만 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데다, 연고 프로축구 구단이 없다는 점이 오히려 역설적인 강점으로 작용했다.
접근성 또한 뛰어났다. 인천국제공항에서는 40분, 서울 도심에서는 지하철이나 버스로 1시간 이내 거리에 위치한다. 더불어 2023년 일산까지 개통된 서해선과 2024년 12월 개통된 GTX-A 노선을 포함한 사통팔달의 교통망이 고양종합운동장을 에워싼다.
공연 실무 종사자들은 공연장을 예술을 담는 그릇이자 창조의 발원지로 평가한다. 제대로 된 공연장은 문화의 중심이자 도시의 풍경을 바꾸는 명소가 된다는 것이다. 아울러 공연장은 아티스트와 관람객이 직접 소통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공연기획사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시점에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공연장을 선호한다.
이에 대해 고양시는 “오롯이 공연을 중심으로 모든 계획을 설계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춘 곳이 바로 고양종합운동장”이라며 차별성을 강조했다.

고양콘의 열기는 골목 경제에도 활력을 불어넣었다. 고양종합운동장 인근 대화역 일대 상점들은 공연 전후로 매출이 급증하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고 고양시는 밝혔다. 행사장 인근 음식점은 재료가 일찌감치 소진되고, 편의점의 물건은 동이 났다. 한 편의점은 준비된 상품만으로는 밀려드는 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인근 점포의 재고를 급히 들여와 판매해야 할 정도였다고 고양시는 언급했다.
고양시는 “인근 상인들이 대부분 반기는 분위기”라며 “미리 물품을 준비해야 하니 공연 일정을 사전에 공유해 달라는 요청도 있다”고 부연했다.
고양시가 공연의 성지로 떠오른 시점은 그야말로 절묘했다. 고양시가 콘서트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시기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K-팝 및 해외 뮤지션들의 월드 투어 공연이 다시 활성화되기 시작한 무렵이었다. 팬들의 공연 수요 역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K-팝과 한국 문화를 체험하고자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의 발걸음이 부쩍 잦아진 것도 최근 몇 년 사이 뚜렷한 변화로 꼽힌다.
이와 관련해 고양콘의 주요 협력사인 라이브네이션코리아 측은 “기존의 K-팝 인기에 더해 한국적 문화 감성을 담은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 등 K-콘텐트의 성공으로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높아졌다”면서 “해외 아티스트들에게 한국 공연 자체가 트렌디하게 인식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공연 산업 속성의 수혜자, 고양콘
〈공연예술의 경제적 딜레마〉의 저자 조복행에 따르면 “공연의 소비는 일종의 시간적 경험”이다. 예술이 정적인 개념에서 동적인 개념으로 변화하면서, 예술은 더 이상 ‘작품’이 아니라 ‘사건’으로 부각된다는 것이다. 고양콘 역시 칸예 웨스트 등 글로벌 아티스트의 행보가 하나의 ‘사건’으로 인식되면서 역동성을 확보했다고 볼 수 있다.
오늘날은 ‘문화의 과잉 시대’라고 할 만큼 문화 수요가 폭발적이다. 그 중심에는 청춘을 열광시키는 공연 문화가 엔터테인먼트의 핵심으로 자리 잡고 있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음반 판매가 감소하는 흐름 속에서, 오히려 현장 공연이 주목받는 시대적 변화 또한 고양콘의 비상(飛翔)에 힘을 보탰다는 평가가 나온다.
어쩌면 고양콘은 공연 산업이 가진 구조적 속성의 수혜자일지도 모른다. 공연 시장은 언제나 수요가 공급을 앞선다. 글로벌 스타 아티스트의 경우, 입장권이 발매되자마자 매진되는 사례가 흔하다. 인기 배우가 등장하는 뮤지컬이나 아이돌 콘서트도 마찬가지다. 아티스트의 소속사나 공연기획사 입장에서도 더 많은 관객을 더 빨리 모을 수 있는 무대를 선호한다. 프로축구 리그를 소화하지 않는 고양종합운동장은 공연기획사가 일정을 조율하는 데 아무런 제약이 없다. 연고 구단을 둔 다른 축구경기장들이 일정 선택에 제약을 받는 것과 대조적이다. 고양시는 이러한 점에서 “아티스트와 관객이 만나는 최적의 무대를 제공할 수 있다”고 자부한다.
업계 관행 깨고 단행한 파격적 대관료 할인
게다가 공연장은 건설비와 유지관리비가 수반되는 대형 설비인 까닭에 공급이 비(非)탄력적이다. 신규 공급이 제한된 시장에서 기존 공연장은 귀한 몸이다. 365일 중 야외 공연이 가능한 날은 얼마나 될까. 더워도, 추워도 어렵고, 인근 학교의 중간·기말고사 기간도 피해야 한다. 공연 한 번에 필요한 무대 설치 기간만도 열흘 남짓 걸린다. 이런 변수를 모두 고려하면 고양종합운동장에서 가능한 공연은 많아야 스무 번 안팎이다.
최상급 아티스트들은 한 번의 공연에 그치지 않는다. 콜드플레이는 여섯 차례 공연을 이어갔다. 인기 가수일수록 공연은 반복되고, 재공연된다. 이런 현실을 고려하면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실제 가능한 공연은 한 달에 많아야 한두 번 수준이다. 고양시 관계자는 “2026년 공연 예약이 이미 대부분 찬 상태”라고 귀띔했다.
“요즘은 고양시가 기획 대관(貸館)을 진행한다. 먼저 무대에 설 아티스트의 경우 글로벌 영향력과 평판을 중점적으로 본다. 또 대규모 인파가 몰리는 공연을 안전하게 운영하고 완성도를 높일 역량과 자본을 갖춘 기획사를 선별하려 노력한다. 이처럼 공연자의 인지도와 기획사의 역량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엄선된 라인업을 구성하고 있다.”
스타 군단으로 무장한 쟁쟁한 기획사들에 뒤지지 않는 ‘갑(甲)’의 위치로 올라서고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런 고양시에도 풋내기 시절이 있었다. 앞서 언급했듯 공연장으로서의 입지와 여건은 매력적이었지만, 2023년 당시 고양시는 내세울 만한 공연 실적과 경험이 거의 없는 ‘초보’였다. 고양시는 “10여 년 전 가수 조용필 공연 외에는 이렇다 할 상업적 단독 콘서트 실적이 없었다”고 회고한다. 공연기획사들은 안전, 음향, 동선, 관객 수용 능력 등이 검증된 공연장을 선호한다. 고양종합운동장 같은 ‘루키’ 공연장은 도중에 어떤 돌발 상황이 생길지 알 수 없는 공간이었다. 대형 공연에는 스태프만 1000명에 달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분야별 협력사도 다수 참여한다. 당시 고양종합운동장은 제작 플랜이나 모델이 전무했다. 팬 입장에서는 낯설고, 스태프에게는 매뉴얼이 없는 선택지였다. 공연기획사와 아티스트 입장에서는 콘서트와 관련된 모든 세팅을 처음부터 다시 구축해야 했다.
“공연 실적이 없는 공간에서 공연을 연다는 건 아티스트 소속사나 기획사 입장에서는 상당한 용기를 필요로 하는 결정”이라고 권민주 고양시 전문위원은 말했다. 권 전문위원은 당시의 분위기를 이렇게 회상했다.
“공연은 무조건 흥행해야 한다. 예매 창을 열자마자 ‘몇 초 만에 매진!’이라는 타이틀이 붙어야 한다. 서울 강남의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열리는 공연은 순식간에 표가 매진된다. 그러나 고양시에서 열리는 콘서트는 달랐다. 팬 입장에서는 ‘고양? 좀 먼데, 어떻게 가지’라는 생각이 먼저 들 수 있었기 때문이다. 초반에는 ‘고양’이라는 공간적 요소가 흥행에 다소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었다.”
실무적 악조건을 상쇄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바로 ‘파격적인 대관료 할인 카드’다. 공연장 대여 기관은 일반적으로 관람료 수입의 약 10%를 임대료로 책정하는 것이 업계 관행이다. 그러나 고양시는 이 비율을 6%로 낮춰, ‘퍼스트 펭귄’이 될 첫 공연팀에게 보다 큰 혜택을 제공하는 조처를 했다.
고양시가 공연 1순위 지역으로 부상하게 된 배경에는 적극적인 행정 지원도 큰 역할을 했다. 입지의 우위만으로 성공을 보장할 수 없는 것이 공연 산업이다. 고양시는 단순히 공간을 대여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공연 전 과정을 전방위적으로 지원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체계적이고 집중적인 행정 지원 체계를 구축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공연에 필요한 각종 행정 절차를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는 ‘원스톱 서비스’다.
이용복 고양시 문화정책팀장은 “적극적으로 두 팔을 벌려 환영하고, 문제가 생기면 시에서 먼저 해결해준다는 자세로 공연 지원에 임했다”며 당시 고양시청의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4만 명 규모의 관객이 집결하는 콘서트를 개최한다고 가정해보자. 일반적으로 공연기획사는 구청, 경찰, 소방, 교통 등 여러 기관을 직접 찾아다니며 행정 지원과 협조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고양시는 시 차원에서 관계 기관을 한자리에 모아 단번에 절차를 마무리했다. 예를 들어 시 주관으로 유관 기관 협력회의를 열어 공연 계획을 브리핑하고, 기관별로 질의·응답을 통해 직무를 분담·숙지하도록 했다. 시에서 민간 공연 사업을 이 정도로 행정적으로 지원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지드래곤이 공연장 인근 주민에게 보낸 선물
지난 3월, 마지막 주말을 앞둔 고양종합운동장 인근 주민들은 가수 지드래곤으로부터 ‘조그만 선물’을 받았다. 주말 콘서트를 앞둔 지드래곤이 소음에 대한 양해를 구하는 의미로 인근 주민들에게 20L 종량제 봉투를 전달한 것이다. 구조적으로 공연장 인근 주민들은 소음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고양종합운동장 공연을 두고 찬반 논쟁이 벌어지는 등 관련 이슈가 활발히 논의되기도 했다.
대규모 공연은 소음, 교통 등 불편 민원을 유발하기 쉽다. 단발성도 아닌, 연중 정기적으로 열리는 대형 공연이라 어려움을 호소하는 시민도 적지 않았다. 대화역 인근 고양종합운동장의 음악 소리는 인근 지자체인 파주에서도 들릴 정도라고 한다. ‘고양콘’이 막대한 수익을 내고 도시 인지도를 끌어올리는 데 기여하고 있지만, 자칫하면 ‘민원 제조기’로 전락할 위험도 있는 셈이다.
공연 당일이면 관련 공무원들이 총출동하는 것도 이런 사태를 예방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시는 주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유관 기관과 협력해 교통 및 안전 대책을 수립하고, 공연 현장에 상주하며 문제를 실시간으로 관리한다. 고양시는 “공연 사업은 수익만큼이나 행정력과 인력이 많이 투입되는 일”이라며 “이익의 크기만큼 일손이 필요한 사업”이라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그런데도 고양시는 공연과 시민의 공존을 위해 ‘생활 속 공연도시’라는 목표를 향해 나갔다. 단순한 이벤트를 넘어, 공연이 도시 문화로 자리 잡도록 하겠다는 복안이다.
2030년까지 고양콘 독무대?
공연 인프라와 숙박 인프라의 불균형은 고양시가 풀어야 할 주요 과제다. 대형 공연이 열리는 주간이면 고양을 통과하는 서울 지하철 3호선 라인의 숙소는 일찌감치 예약이 마감된다. 해외 음악 애호가들 사이에서는 공연 티켓 예매에 앞서 숙소부터 확보하는 것이 하나의 패턴으로 자리 잡고 있다. 공연 뒤풀이를 마친 후 고양에서 하루를 묵고 가는 지방 팬들도 많다. 그러나 고양의 숙박 설비는 이러한 수요를 모두 감당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지난 8월, 고양종합운동장 중회의실에서 열린 ‘지속 가능한 공연 문화와 도시 상생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도 이 문제가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발제에 나선 이규탁 한국조지메이슨대학교 국제학과 교수는 “K-팝과 한국 문화를 직접 체험하기 위해 한국 여행을 결정하는 해외 팬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며 “가수의 공연과 숙박을 결합해 판매하는 ‘Play(공연) & Stay(체류)’ 패키지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고양시는 단기적 호황에 머무르지 않고, ‘지속 가능한 공연 도시’로서의 균형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 공연과 숙박, 교통, 문화 체험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체류형 공연 성지로 진화하는 게 향후 과제로 떠오른다.
이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공연 거점으로서의 고양시는 당분간 탄탄대로를 달릴 전망이다. 공연 시장의 관점에서 고양종합운동장과 경쟁 관계에 있는 잠실종합운동장의 정상 복귀가 2030년 이후로 늦춰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서울시와 한국야구위원회(KBO)는 2030년 잠실종합운동장 리모델링이 완료되는 시점에 기존 잠실야구장을 철거하고, 그 자리에 돔구장을 신축할 계획을 논의 중이다. 돔구장이 완공될 때까지는 잠실종합운동장을 개조해 대체 구장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관계자들 사이에서 검토되고 있다.
시간은 고양시 편이다. ‘고양콘’에 유리한 공연 구도가 최소 5년 이상, 길게는 그 이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1온스의 경험이 1톤의 이론보다 낫다.”
미국의 실용주의 철학자 존 듀이(John Dewey)는 체험이 지닌 임팩트를 이렇게 표현했다. 고양시는 공연이 가진 바로 그 ‘체험의 힘’을 바탕으로 자신의 스토리텔링을 만들어왔다. 공연의 대중화와 상업화에서 성공을 거두며, 도시의 새로운 정체성을 확립해 가고 있다.
박성현 월간중앙 지역전문위원 park.sunghyun@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