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치클록 걱정 없는 KT··· 20초 규정인데 15초 초시계, 이제는 12초까지 당긴다

2025-02-13

KT는 KBO리그에서 투구 템포가 가장 빠른 팀이다. KT 투수들이 지난 시즌 피치클록을 위반한 횟수는 불과 227차례로 리그에서 가장 적었다. 가장 많이 위반한 롯데(831차례)와 비교하면 거의 4분의 1 수준이다.

이강철 감독부터 빠른 템포를 강조한다. 투구 템포가 느리면 수비 시간이 길어지고 야수들까지 지쳐서 악영향을 받는다는 게 이 감독의 지론이다. 이 감독은 호주 질롱 스프링캠프에서도 “내가 성질이 급해서 템포 느린 걸 두고 못 본다”고 웃었다.

KBO는 이번 시즌 피치클록을 정식 도입한다. 위반 시 경고만 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볼이 하나 올라간다. 경기 상황에 따라 치명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KT는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빠른 템포 투구에 워낙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질롱 캠프에서 KT 투수들은 ‘15초’로 세팅한 초시계를 옆에 두고 공을 던진다. ‘주자 없을 때 20초, 있을 때 25초’라는 피치클록 기준보다 훨씬 빠르다. 제춘모 투수코치는 “사실 지난해는 초시계를 쓰지도 않았다. 모두 템포가 빨라서 아예 필요가 없었다. 다만 올해는 실제 적용이 되는 만큼 ‘초시계 스트레스’에 적응도 할 겸 세워놨다”고 설명했다. KT는 다음 훈련 턴에는 초시계를 12초까지 당길 계획이다.

투구 템포만 빠른 게 아니다. 볼 카운트 승부도 가장 빠르다. 특별한 상황이 아니라면, 매 타석 ‘3구 이내 승부’를 목표로 한다. 지난 시즌 KT는 타석당 3.8개로 키움(3.78개)에 이어 2번째로 투구 수가 적었다. 선발진 줄부상으로 제구 불안정한 신인들이 이닝을 많이 소화했는데도 승부가 빨랐다. 2021~2023시즌에는 3년 연속 최저 투구 수를 기록했다.

빠른 투구 템포와 빠른 볼 카운트 승부가 서로 무관하지 않다. 템포를 올리다 보면 자연스럽게 투수 집중력도 올라간다. 그만큼 쓸데없이 빠지는 공이 줄어든다.

KT는 베테랑 야수가 많은 팀이다. 체력적으로 아무래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그래서 더 공격적인 투구가 필요하다. 이 감독의 말처럼 투수가 마운드 위에서 늘어지면 야수들도 함께 지친다.

시즌 초중반까지 최하위를 맴돌다가, 무섭게 치고 올라간 지난 수년간 패턴의 배경 중 하나로 공격적인 투구의 영향을 꼽기도 한다. 포수 장성우는 “우리 팀 투수들이 볼넷도 항상 제일 적었고, 총 투구 수도 제일 적었다고 하더라. 승부도 빨리하고 제구도 다들 좋다”면서 “투구 수가 적은 만큼 남들보다 체력을 아낄 수 있다. 우리가 후반기에 매년 강했던 것도 그런 이유가 좀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고개가 끄덕여지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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