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새벽 수박밭에서 나온 꿀벌이에요. 혀를 내밀고 죽었잖아요. 농약 탓이에요.”
20일 충남 공주서 만난 양승원 계룡산꿀단지 대표(62)는 최근 돌려받은 벌통을 보여주며 한숨을 내쉬었다.
수박·딸기·참외 등 시설작물 화분매개용 벌의 폐사 원인을 두고 양봉농가와 원예농가간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화분매개벌을 원예농가에 임대하는 사업을 벌이는 일부 양봉농가들은 잇단 폐사에 따른 손실을 고스란히 짊어지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양 대표 사례가 대표적이다. 그는 원예농가에 화분매개용 벌을 판매하거나 빌려주는 사업을 한다. 그런데 지난해 4월초 충남 부여의 한 수박농가에 7통을 임대했는데 해당 농가에서 벌통 2통에 들어 있던 벌들이 모두 죽었다는 통보를 받았다.

양 대표는 “되돌아온 벌 사체를 봤더니 대부분 혀를 빼물고 죽었는데 이는 전형적인 농약 중독에 따른 현상”이라고 주장했다.
농가들에 따르면 벌집(소비) 7∼8장이 든 벌통 한통당 임대가격은 2주 기준 10만원선, 판매가격은 40만원선이다. 양 대표는 “벌이 죽은 채로 돌아왔으니 한통당 30만원의 손해를 본 셈”이라고 발을 굴렀다.
양 대표는 “원예농가를 대상으로 화분매개벌 관리요령을 교육하기도 하지만 외국인 근로자가 늘어서인지 의사소통이 잘 안돼 벌 관리에 소홀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임대차계약서를 쓰고는 있지만 폐사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조항이 미비하고, 원예농가가 행여 농약을 살포하고 나서 벌이 죽었다고 해도 입증할 방법이 없어 양봉농가로선 속만 끓이고 있다”고 말했다.
원예농가들도 할 말은 있는 상황이다. 한 원예농가는 “최근 급성 농약 사용이 줄어드는 추세고 꿀벌 폐사가 반드시 농약 탓이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허주행 한국양봉농협 동물병원장은 “원예농가가 급성 농약을 살포하면 꿀벌이 대부분 혀를 내밀고 죽는다”면서 “농가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기 전에 농약 피해가 의심되는 꿀벌에 대해선 농림축산검역본부 등을 통해 정확한 역학관계를 파악하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한편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꿀벌을 화분매개에 사용하는 원예농가수는 전국 4만3352곳으로 집계된다.
공주=이미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