吾從先進(오종선진)

2024-10-13

공자가 말했다. “앞서 산 사람들의 예절과 음악에는 촌스러운 면이 있고, 뒤에 사는 우리의 예절과 음악에는 마치 군자인 듯 세련된 면이 있다. 둘 중 하나를 택하라 하면 나는 앞선 시대의 촌스러운 예절과 음악을 좇으리라.” 『논어』 선진편 제1장에 나오는 말이다.

후대의 문화일수록 앞 시대보다 발달하여 편리하고 세련되기 마련이다. 특히, 요즈음은 새 문화가 싹트고 새로운 문명의 이기가 출시되는 간격이 너무 짧아서 채 1년도 안 된 문화가 ‘구식’이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런데, 공자는 세련되어 보이는 ‘신식’을 제쳐놓고 왜 앞 시대 구식의 예절과 음악을 따르고자 했을까? 이유는 ‘야(野)’에 있다. 즉 지나치게 문화·문명적인 것보다는 야성의 질박함을 더 가치 있게 여겼기 때문인 것이다.

발달한 디지털 문화를 누리는 우리도 구식 아날로그 문화에 짙은 향수를 느낄 때가 있다. 그러면서도 몸에 달라붙은 ‘발전’이라는 관성 때문에 그 시절로 돌아가지 못하고 힘겨운 경쟁 속에서 앞으로 나아가기만 하는 팍팍한 삶을 살고 있다. 공자가 ‘선진(先進)’의 ‘야(野)’를 좇고자 한 이유를 돌아볼 때다. AI 진화금지 협약도 맺고, 화성으로 이주할 생각 말고 지구를 잘 가꾸며 살자는 결의도 했으면 좋겠다.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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