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중진담? 음주가 본심·본성을 끌어낼까?

2024-09-20

얌전했던 사람이 술을 마시면 갑자기 테이블로 올라가 춤을 추는 ‘파워 E’가 된다든지, 통제력을 잃어서인지 마음 속에 담아뒀던 ‘고백’을 한다든지. 혹은 욕을 하거나 타인을 때리는 등 공격적인 성향을 내비치는 사람도 있다. 이런 사람들을 두고 우리는 “술을 마셨을 때가 진짜 본심일까?”라는 의문을 갖게 된다. 의학전문 학술회 세브란스 암스가 술에 관한 기존 논문을 분석하며 검증해보았다.

술(알코올)이 몸에 들어간다면?

알코올의 대사 과정 알코올은 소장에서 흡수되어 간에서 주로 대사된다. 적당량을 마셨을 때 알코올은 알코올 탈수소 효소에 의해 아세트알데히드로 변환되고, 이는 다시 아세트산으로 대사되어 체내에서 에너지를 생성하거나 체지방으로 전환된다. 과음할 경우 MEOS 시스템을 통해 처리되며, 알코올 중독자의 경우 신체가 이를 이물질로 간주해 대사한다.

알코올의 부작용 알코올은 여러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급성 중독 상태에서 졸음, 판단력 저하, 협응력 저하 등이 발생하며, 심각할 경우 무의식이나 호흡 억제가 나타난다. 장기간 과도한 음주는 간, 신경, 소뇌 등 여러 기관에 손상을 초래하고, 이는 신경계 질환, 간경변, 우울증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알코올은 간뿐만 아니라 뇌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중추 신경계와 말초 신경계, 소뇌 등이 손상되며, 인슐린 저항성과 관련된 신호 전달에 영향을 미쳐 신경세포의 손상을 유발한다. 특히, 알코올이 세라마이드 생성을 촉진해 인슐린 저항성을 악화시키고 세포 사멸을 촉진할 수 있다.

이렇게 우리 몸에서 대사과정을 거친 알코올은, 우리 몸에 어떠한 기능을 할까?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알코올 섭취는 60개 이상의 주요 질병 및 부상 유형과 약 250만 명의 사망자를 초래한다. 알코올은 3가지 유형의 문제들을 주로 유발한다. 먼저, 사람들이 특정한 시간에 지나치게 많이 마실 때 즉각적으로 발생하는 문제들(중독 및 과량투여), 음주자가 규칙적으로 과도한 양을 소비할 때 장기간에 걸쳐 발생하는 문제, 장기간 과음하던 것을 갑자기 중단하여 발생하는 문제(금단현상)로 분류할 수 있다.

술, 본심과 본성을 끌어내나?

술을 마셨을 때와 마시지 않았을 때, 어느 쪽이 더 ‘진짜’ 모습에 가까운지에 대한 질문은 단순한 이분법적인 답변을 요구하기보다는, 심리적, 생리적, 사회적 요인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그러나 결론에 가까운 것은 알코올의 대사 과정과 뇌에 미치는 영향은 술을 마셨을 때 나타나는 행동이 그 사람의 본래 모습이 아니라, 알코올이 신경전달물질 및 뇌의 억제 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을 반영한다는 점이다.

먼저, 알코올은 중추 신경계에 영향을 미쳐 전두엽의 기능을 억제함으로써 판단력과 자제력을 저하시킨다. 이는 사람들로 하여금 평소에는 억제했던 충동적 행동을 하게 만들며, 이러한 행동은 평소 그 사람이 갖고 있는 성격의 일부분이 과장되거나 변형된 형태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된 모습이 그 사람의 ‘진짜’ 모습이라기보다는, 알코올에 의해 정상적인 사고와 억제 기능이 손상된 결과로 봐야 한다.

알코올이 뇌의 전두엽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전두엽은 인간의 자제력, 계획 능력, 감정 조절 등을 담당하는데, 알코올이 이 부위를 억제하면서 평소와는 다른 행동이 나오게 된다. 예를 들어, 평상시에는 자제하고 있던 감정이 폭발하거나 공격적인 성향을 보이는 것은 알코올이 감정 억제 기능을 방해한 결과일 뿐이다. 따라서, 알코올에 의해 나타나는 이런 모습은 그 사람의 본연의 성격이라기보다는, 그가 평소 억제하던 감정이나 충동이 일시적으로 표출된 상태로 이해할 수 있다.

또한, 알코올 섭취는 대사 과정에서 독성 물질인 아세트알데히드를 생성하고, 이는 혈액을 통해 전신을 순환하며 뇌와 소화기관에 손상을 일으킨다. 이로 인해 숙취, 두통, 그리고 기억 상실 등의 부작용이 발생하는데, 이러한 부작용은 술을 마신 상태에서 나타나는 비정상적인 행동이 그 사람의 ‘진짜 모습’이 아님을 보여준다. 술을 마시고 난 후의 블랙아웃이나 기억상실 또한 개인이 평소 의식적으로 통제할 수 없는 상태에 빠졌음을 의미하며, 이는 술을 마신 상태에서의 행동이 그 사람의 의도나 성격을 반영하지 않음을 시사한다.

사회적 맥락에서도 음주 상태에서 나타나는 행동이 그 사람의 본래 성격을 판단하는 기준이 될 수는 없다. 술을 마신 상태에서 사람들은 평소에 하지 않았던 행동을 하게 되고, 때로는 더 사교적이거나 반대로 더 공격적이게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사회적 규범이나 타인의 기대에 의해 형성된 행동이 아니라, 알코올이 자제력을 무너뜨린 결과이다. 즉, 알코올이 뇌의 억제 시스템을 방해하면서 나타나는 행동은 평소 그 사람이 사회적 규범에 맞춰 행동하는 것과는 다른 맥락에서 일어난다.

세브란스 암스는 복수의 논문을 바탕으로 술을 마셨을 때의 행동이 그 사람의 “진짜” 모습이라고 단정짓는 것은 과학적, 심리적 근거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알코올이 신경계와 뇌에 미치는 복합적인 영향, 그리고 개인의 생리적, 사회적 요인 등을 고려할 때, 술을 마시지 않은 상태에서의 행동이 그 사람의 본연의 모습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알코올이 일시적으로 억제된 감정이나 충동을 표출하게 만들 수 있지만, 이는 그 사람이 평소에 자제하거나 의식적으로 통제하는 성향을 넘어선 행동일 가능성이 높다.

※본 기사는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건강·운동 의학 학술회 ARMS가 제공한 자료를 2차 가공해 작성되었으며 자료의 출처는 의학·과학논문에 근거한다.

자료제공: SEVERANCE ARMS 김명렬, 윤원섭, 황세윤(연세대학교 의과대학 건강·운동 의학 학술회 ARMS)

SEVERANCE ARMS(세브란스 암스)는?

‘보다 많은 사람에게, 보다 올바른 건강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만든 연세대학교 학술회다. ARMS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의학·과학 논문을 분석해 검증된 운동, 식단관리, 건강 지식을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제4회 청년 정책 경진대회 ‘우수상’, 제5차 국민건강증진 종합 계획 정책 제안 공모전 ‘대상’, 2022 보건산업 정책 아이디어 공모전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연구 내용을 모아 건강 다이어트 서적 <몸 만들기 처방전>을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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